▲ 호텔 밸리 전경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버거운 삶을 잊고 싶을때 이 영화가 불현듯 떠오른다.
강원도에는 도대체 무슨 특별한 힘이 있기에, 지친 우리를 불러 세우는 것일까.

지난 1일, 필자는 오대산이 동해로 흘러 내리는 중간자락에 둥지를 튼 '호텔 밸리(Hotel Valley)'를 찾았다.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에 위치한 호텔 밸리는 6번 국도 변과 인접해 있어서 주위의 유수 관광지를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승용차로 20분 거리에 선교장, 주문진 수산시장, 경포해수욕장을 둘러 볼 수 있고, 30분대에는 대관령 자연휴양림과 양떼 목장, 40분대에는 정동진, 50분대에는 양양 낙산사까지 볼 수 있는 최적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호텔 밸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호텔이지만, 이 호텔의 1층에는 '평범치 않은' 갤러리 카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연과 성을 주제로 음양석을 모아놓은 상설 전시장인 '꼬추밭(033-661-5030)'이 그것.

이곳에 전시된 남녀 성을 상징하는 수석 60점은 자연이 빚은 조형미가 너무나 오묘해 보는 이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예부터 신앙의 대상인 돌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퍽 이색적이었다.

전통적으로 음양석은 서민 사이에서 꽤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집안에 소장하고 있으면 다산과 풍년이 든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러한 음양석은 농경시대가 끝난 오늘날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영락없는 남성의 '거시기'와 민망할 정도로 여성의 '그것'을 빼다 박은 이 작품들은 선조들의 해학과 익살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 송천식당 한상차림
이 수석들은 호텔밸리 대표이자 한국도시개발 부회장인 김종민씨가 지난 30년 동안 전국을 돌며 모아온 자연산 애장품이다. 김씨는 "숨어있는 음지의 성문화를 양지로 끌어내어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곳에서는 귀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호텔 밸리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외국인도 일부러 찾아온다는 강원도의 명물 '송천식당'.

▲ 송천식당 정문
송천식당의 대표적인 메뉴 백숙은 진부에서 나는 황기와 대추를 넣고 장작불로 고아 뼈가 쏙 빠질 정도로 푹 익혀낸다. 그런 다음 닭을 건져내고 찹쌀과 맵쌀을 알맞게 섞고 강원도 산 삶은 감자를 갈아넣고 죽을 쑤어주는데 죽맛이 닭맛을 앞선다고 할 정도다.

닭불고기는 닭의 살만을 떼어내 배, 양파, 마늘, 고추장으로 양념해 재워놓았다가 돌판에 굽는다. 부드러운 닭살과 매콤한 맛이 밥과 함께 곁들여도 그만이다. 옥수수로 빚은 농주를 곁들이면 더욱 황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선 한평 남짓한 평상으로 손님을 맞는데 휘어지는 상다리는 강원도의 인심과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해준다. 어느 메뉴에나 찐감자와 강원도 명물인 감자송편, 메밀전과 싱싱한 야채가 한 상 가득 나오고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이 올라 토속적이면서 순수한 옛 맛을 즐길 수 있다. 산채밥상은 계절따라 채취한 나물을 사용하고 입구 평상에 진열되어 있는 나물은 찾는 손님이 많아 저렴하게 판매도 한다.

이밖에도 강원도의 토종 먹거리인 '꾹저구탕'도 즐길 수 있다. 호텔 밸리에서 차로 10분정도 나가면 연곡면 방내리 길에 강릉지역에서 가장 이름난 '연곡 꾹저구탕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휴가철이면 이 집의 꾹저구탕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로 소문난 집이다.

▲ 꾹저구탕
'꾹저구탕'은 조선중기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재임 당시 이 고을 현감의 식사대접을 받게 되었는데, 그날 따라 바닷가에 바람이 몹시 불어 배가 나가지 못해 마을하천의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대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도 맛이 있어 송강 선생이 "이게 대체 무슨 고기탕이냐?"고 묻자 "'저구새'라는 새가 꾹 씹어 먹는 고기로 끓였다"고 답해 그 때부터 꾹저구탕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꾹저구'는 강원도 연곡천과 남대천에 사는 망둥엇과의 민물고기로, 못생긴 외모와 달리 맛이 일품이다.

▲ 선교장
가족이나 연인들은 가끔 여행을 떠날 때 아무런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전화기도 꺼둔 채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 유행어로 '느림의 쉼'을 즐기고 싶다면 이 겨울 강원도 오대산자락의 호텔 밸리(033-661-5030)를 찾아보자. 주위는 새하얀 설산과 동해가 지척인 곳, 물론 찻길은 뻥 뚫려 있다. 그러나 찻길에 눈이 덮이면 금세 설국으로 변하는 곳, 그 정취에 푹 파묻혀 보자. 재미있는 전시와 맛있는 건강식은 덤인 그곳이 우리를 반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