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7막의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배우들은 말 한마디 없이 춤과 동작으로만 관객들을 만났다. 자칫 말이 없는 공연은 관객들을 충분히 지루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이날 비보이들의 기이하고 현란한 댄스, 발레리나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동작은 오히려 관중들로 하여금 공연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관중들은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리듬을 타듯이 몸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배우들의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난 10월 20일 독일에서 열린 비보이 연합 세계대회, 'Battle Of The Year'에서 당당하게 우승한 '익스트림 크루' 팀이 주축이되어 '일루션' '익스걸즈'팀이 힙합댄스, 발레리나 3명이 함께 했다. 각기 다른 장르의 춤들이 하나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것은 극 전체로 볼때 부조화로 보이지만 대중적인 음악 분위기 속에 클래식한 발레 동작은 오히려 관중들에겐 '퓨전음식'처럼 새롭게 다가왔다.

문인하(12·여)어린이는 "이번 공연에서 역동적인 비보이들의 공연이 가장 멋있었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현진(12·여)어린이는 "발레리나의 춤이 가장 인상 깊었고, 동작들이 너무 아름다워 잊을 수가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주부 서성희(43·여)씨는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공연이 재미있어서 좋았고, 주말 오후 유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특히 공연 중에 눈에 띄었던 것은 60, 70대 할아버지들도 관중석에 앉아 이들의 공연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분들은 비보이들이 헤드스핀이나 물구나무서기등 자유자재로 역동적인 동작을 보여줄때 마다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앵콜 공연 때에는, 일어나 함께 즐기자는 배우의 말에 모든 관중들이 다 일어나 박수치며 흥겨워했다. 그들은 감동의 여운이 채가시지 않았는지 1,2층 객석에서 모두 일어나 마치 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익스트림 크루' 팀의 일원으로 격렬한 동작의 비보이춤을 멋있게 소화해낸 오늘의 남자 주인공(참고로 이 공연의 주인공은 트리플 캐스팅이다) 백명훈씨는 "비보이 춤을 춘지 10년째지만 매번 출연 때마다 긴장되고, 설렌다"고 말하며 "하지만 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무대에 서면 항상 즐거워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발레 동작을 아름답게 선보인 여자 주인공 박가원씨는 "순수 발레를 전공해 이런 대중적인 공연은 처음해보지만 관객 호응이 너무 좋아 춤추기에 편했다"며 "산본에 살고 있는데 동네에서 공연을 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앞으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진주, 대전, 부산의 국내 투어와 내년에는 미국, 일본, 중국등 해외 순회공연을 하게 된다. 이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 공연을 통해 한국의 비보이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내년 개관 10주년을 맞는 군포예술문화회관(관장·남길우)은 원래 시민회관이었지만 2003년 11월에 군포 문화예술회관으로 개명하며 지역의 예술·문화사업을 주도, 시민들에게 고품격의 문화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에만 편중된 수준높은 문화의 향유 기회를 앞으로도 지역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남길우 관장은 "지역민들을 위해 내년에도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 뮤지컬 마리아마리아 등 수준높고 다양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며 많은 격려와 관심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