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왠지 직접 만드는 것은 자신이 없다. 전문으로 배워 보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럴 땐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하루쯤 박물관과 예술촌을 찾아 떠나라. 눈으로 보기보다는 마음을 적시고, 머리로 생각하기보다는 손으로 추억을 만들어내는 가족여행을 연출할 수 있다.

엄마·아빠 어린시절로 '시간여행'
# 양주(장흥) 청암민속박물관

청암민속박물관은 장흥에서 유일한 토속품 박물관이다. 근처 '피자성 효인방'과 '허니문하우스'를 운영하는 정복모 관장이 10여년간 모아온 민속품을 전시하고 있다. 통나무 원목으로 지어진 자그마한 2층 건물인 이곳에는 1층에 마네킹으로 과거 우리네 생활을 이미지화해서 만들어 놓고 있다. 소위 수거식으로 불리는 옛날 변소에서 쪼그려 일보는 아이의 모습이나 서당에서 훈장님에게 회초리 맞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 우리 어머니들이 베를 짜며 실로 옷감을 만드는 정겨운 광경도 있다.

그런가하면 전통적인 좌식 부엌에서 장작으로 만든 땔감을 때어 무쇠솥에 밥을 짓는 풍경과 다양한 골동품이 함께 어우러진 민속품들이 이색적이다. 60년대 벽걸이식 전화기와 골동품 타자기, 오래된 호롱불, 베틀이며 놋쇠로 만들어진 밥그릇, 국그릇도 정겹다.

▲ 전통염색체험
전시품은 테마별로 나뉘어져 부엌에서 쓰던 물품과 농기구, 생활 소품 등 5천여 점가량의 전통 민속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는 기본적으로 무료이긴 하지만 입구에 생활보호자 노인들을 돕는 모금함이 놓여져 있어 돈을 넣고 싶은 사람은 원하는 금액만큼 넣으면 된다. 박물관 주위로 꾸며져 있는 정원에는 각종 분재와 야생화, 돌 조각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장흥을 찾는 사람이라면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 한 번쯤 둘러볼 만한 유익한 장소이다.
문의:(031)855-5220 / 10:00~20:00 /www.cheong-am.co.kr / 입장료 없음 / 양주군 장흥면 일영리 34의1

■ 가는 길 = 구파발에서 국도를 타고 349번 지방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장흥유원지 입구 피자성 효인방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사랑과 영혼처럼 '연인과 도예체험'
# 양평 바탕골예술관

▲ 물레작업
아이들과 함께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문화 공간으로 손꼽히는 바탕골예술관. 공연, 미술 전시를 비롯해 DIY 작업이 가능한 도자기공방부터 공예스튜디오, 한지방, 금속공방 등 6개 동의 각종 문화예술 체험 공간이 한자리에 밀집해 있다.

바탕골예술관은 1999년 7월1일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양평에 문화의 불씨를 지핀 바탕골예술관 대표인 화가 박의순씨가 개관했다.

이곳은 2만8천710㎡(8천700평) 규모의 대형 복합문화공간으로 부드러운 산 능선을 배경으로 푸른 강이 내려다보이고 야외 전시장, 도자기 공방, 공예 스튜디오, 찻집, 금속공방, 갤러리 카페, 아트숍 등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300석 규모의 공연 소극장과 미술관 등의 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인 바탕골 예술관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는 최고. 아기자기한 예술품을 판매하는 아트숍과 갤러리까지 하루 종일 있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영화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처럼 부모와 아이가 다정하게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만들어볼 수 있는 도예공방은 반드시 거쳐야 할 코스. 공예 체험과 미술관 투어, 식사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런치 박스 프로그램도 인기다. 30분 정도 걸려 만든 도자기는 한 달 뒤 찾아가거나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각 프로그램의 체험비는 1만~1만5천원. 탁 트인 산세와 강 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운치에 실컷 빠져들 수 있다. 바탕골예술관 안에 있는 예쁜 펜션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문의:(031)774-0745 /11:00~17:00 / www.batangol.com / 입장료 : 성인 3천원, 어린이 2천원 / 매주 월·화요일은 정기 휴관일 / 양평군 강하면 운심2리 368의2

■ 가는 길 = 양평 6번 국도를 타고 양평군 입구 사거리에서 양근대교로 우회전. 양근대교 넘어 퇴촌 방향으로 우회전. 88번 국도를 달리다 전주회관 못미처 우측에 바탕골예술관.


중남미 역사가 한눈에… 오늘, 라틴을 느낀다
# 고양 중남미문화원 박물관

▲ 중남미 문화원
자유로에서 자동차를 타고 20분 남짓 달리면 고양시장에 닿게 된다. 고양시장 맞은편(고양 종로약국) 주택가 골목을 10여 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스페인식 기와, 붉은색 벽돌로 지은 중남미 문화원 병설 박물관과 미술관이 나온다. 이곳은 중남미 지역에서 30여 년간 외교관 생활을 한 이복형 원장이 현지에서 정성 들여 수집한 유물 2천5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아시아 유일의 중남미 테마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중앙홀과 가면전시실, 민속공예실(생활용품전시실), 석기· 목기실, 토기전시실, 유럽 식민시대의 가구전시실 등 5개의 전시실과 1개의 영상 세미나실(지하)로 꾸며져 있다. 중앙홀에는 멕시코의 석조 분수대가 있고 아스텍 황금빛 태양신이 걸려 있다. 왼쪽 계단을 오르면 8개의 테이블이 놓여진 아담한 휴게실이 마련돼 있고, 입구의 오른쪽부터 5개의 전시실이 차례로 이어져 있다.

제1전시실은 아스텍과 잉카, 마야로 대표되는 중남미 옛 토기들이 있는 토기 전시실이다. 멕시코를 비롯,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콰도르, 페루 등 중남미 각국에서 발굴된 질박한 토기 5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기원전 1세기께의 콜리마 토기를 비롯 파나마 일대에서 출토된 11세기 초로테가 토기, 니코야반도의 메타테 토기(3세기) 등이 그 중 눈길을 끈다.

중앙홀과 연결되어 있는 제2전시실엔 스페인 점령 당시, 영화로운 인디오 상류문화가 부활해 있다. 루이 15세와 16세의 의자와 테이블, 조각품을 비롯한 16세기 종교화가 걸려져 있어 여느 전시관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어 만나게 되는 것이 제3전시실인 석기·목기실이다. 멕시코의 아스텍 시대 이전인 톨테카 왕조, 수도 툴라의 퀘찰코아틀 석조물과 사람모양을 한 조각 석기인 세미, 원숭이 모양의 나무 조각, 도끼, 방망이 등 석기가 전시되어 있는데, 뱀모양을 한 석기인 퀘찰코아틀은 인디오들의 영혼과 물질을 혼합한 신비의 상징물로 주목된다. 인디오들이 카니발 등 의식 때 쓰던 각종 가면은 중남미 박물관의 가장 큰 볼거리다. 나무, 천, 동물뼈 등 200여 점의 가면들은 천사, 동물 등 모양도 다채롭다.

중앙홀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이국의 풍경에 젖어 언제든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휴게소도 마련돼 있다. 예약만 하면 이곳에서 남미 전통음식인 '빠에야'를 맛볼 수도 있는데, 빠에야는 새우, 홍합이 어우러진 독특한 쌀요리 빠에야에 스테이크, 포도주, 샐러드, 과일, 커피가 함께 나오는 스페인 정식(2만5천원)으로, 요리를 먹고 난 후에는 요리법 강의도 진행된다. 연인과 함께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문의:(031)962-9291 / www.latina.or.kr / 10:00~17:00 / 입장료 : 어른 3천500원, 어린이 2천원 /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302의1

■ 가는 길 = 1번 국도를 이용해 구파발까지 간 다음, 구파발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통일로·문산 방향으로 15분 정도 간 뒤 39번 국도와 만나는 대자리 사거리에서 의정부 방향 39번 국도로 우회전하면 벽제역. 늘봄 갈빗집을 지나 간촌 사거리에서 광탄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