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밝고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에서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았다. 처음으로 오래도록 집을 떠나 자연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출발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글을 쓰기 위한 것이 되었다. 집을 떠나지 못하고 도심 속에 있을 때는 내 삶의 힘든 것만 보였다. 그래서 시도 힘들었다.

하지만 자연은 나에게 삶을 다르게 바라보는 법을 깨우쳐 주었다. 석 달 가까이 자연의 신비한 기운을 받으며 낮에는 산길을 걷고, 밤이면 달빛에 젖으며 밤이 새도록 만물의 창조주께 내 살 속 깊은 곳에서 곪고 부르튼 상처들을 들춰 보였다. 사람에게는 보일 수 없는 은밀한 것들조차도 자연의 침묵과 그 신비로움 앞에서는 아무것도 감출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에게 주어진 형벌 같은 이 삶의 고단함과 쓸쓸함까지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으로부터 들려오는 시의 소리는 삶이 너무 아프기 때문에 시를 쓸 수밖에 없는 그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나에게 시인의 정신과 삶을 일깨워 준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눈을 뜬 사람은 반딧불만 보아도 '빛난다'고 할 수 있지만, 눈을 뜨지 못한 자는 태양이 떠도 '어둡다'고 한다. 그러니 너는 눈을 뜨라"고 했다. 눈을 떠야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고, 그 생활 속에서 시가 온다는 것을, 시의 흐름에는 나의 생활의 흐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깊은 시는 내가 삶 속에서 그물을 깊이 던져 그것을 있는 힘을 다해 건져 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끝까지 열심히 할 것이다. 조금 더 수고를 하고 조금 더 애를 쓰면서. 마지막 최고까지 몸부림을 치며 정말 그만두고 싶은 순간에도 목숨을 내걸고 조금 더 올라가고 올라가면 더 엄청난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끝끝내 내 앞에 쌓아 놓은 종이가 바닥이 날 때까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그렇게 시를 쓸 것이다.

고기를 몰아야 이미 쳐 놓은 그물망에 고기가 걸리듯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고달픈 인생이 시를 쓰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그물망에 몰았을 때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커다란 기쁨이 걸려들었다. 그리하여 나에게 삶에 대한 위로와 더불어 커다란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또한, 나의 소망되시는 하나님과 내가 시를 쓸 수 있도록 늘 사랑으로 가르쳐 주신 나의 스승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약 력
1973년 7월 7일 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현재는 프리랜서로 출판사에서 교정 일을 맡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