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종택기자·jongtaek@kyeongin.com
정해년(丁亥年)을 뒤로 하고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얼굴은 밝았다. '경기도호'의 선장으로 한 해를 숨가쁘게 달려와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뜯어낼 때 김 지사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 돌아보면 정해년은 순간마다 경기도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승부처'였고, 김 지사에게는 1천100만 도민의 수장으로서의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였다. 일단 김 지사는 한숨을 돌린 듯하다. 한해 동안 자신의 성격 그대로 원칙에 따라 뚝심있게 밀고 나간 정책들이 평균 이상의 결과로 연결, 새해에는 더 큰 비전을 품을 수 있게 됐다.

김 지사는 "최고의 숙원사업이던 수도권 통합요금제를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습니다. 그동안 시·군별로, 또 서울과 연계가 안되는 대중교통 요금체계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었던 도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이었다고 자평합니다. 여기에 우리 사회에 뿌리 깊었던 '칸막이 행정'을 깬 사례이기도 합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지사는 지난해 8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민선 4기 1주년 광역자치단체장 공약이행 평가'에서 최고점인 98.7점을 받았다.

같은 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16개 시·도 단체장들의 취임 1년 공약이행 평가'에서도 최상위권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도정 운영 성과도 호의적이지만 정해년 하반기를 들쑤셔놓은 정부의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저지하며 도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더 큰 성과다. 정치인이 중앙정부와 불협화음을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김 지사는 "국가정책이 불합리하다"며 선봉장을 자처했다.

김 지사는 "그동안 중앙정부가 국가균형발전 논리에 너무 매몰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시장을 지내 지방자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일전에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한 번 해보자'고 한 적도 있어 중앙통제보다는 지역의 자율성을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또 "이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다는 사실에 국민은 경제가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특히 도민은 그동안 강한 규제에 묶여있었던 경기도에도 기업이 많이 들어와 일자리가 많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고 말하며 차기 정부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제 균형발전을 모토로 창출된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고, 새 정부가 새로운 엔진에 시동을 걸 준비를 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 입장에서도 무자년은 새로운 각오와 전략으로 도정을 새로 써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현재 분위기는 좋다. 김 지사가 누누이 강조해 온 '서해안 시대'가 손에 잡힐 정도로 꿈틀거리고 있다. 화성과 평택이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도 곧 화성에 둥지를 튼다. 이 당선인이 서해안에 관심이 큰 것 역시 김 지사 입장에서는 청신호다.

김 지사는 "서해안 시대에는 실질적인 프로젝트가 중요합니다. 경기 서해안에는 분당신도시 같은 도시를 몇 개라도 만들 수 있는 넓은 땅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녹지와 바다, 갯벌로 둘러싸인 천혜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이 당선인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환황해권 일대가 하나의 벨트가 될 수 있도록 뛰어난 구상을 중국에 제안하고, 그 구상을 실현해 나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김 지사에게 호재일 수도, 어쩌면 악재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현 팔당 취수장 이전을 포함하고 있어 이전 대상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 김 지사는 '이전이 대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지사는 "취수장이 이번 기회에 이전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디로 이전해야 할 것인가란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도 입장에서는 팔당 유역에 가해지고 있는 중첩 규제를 개선할 수있는 획기적인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전'이 전제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도의 주도적인 역할이 가능할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지리적으로, 또 문화·사회적으로 독특한 경기도의 특성을 강조했다.

"경기도는 서울을 에워싸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최대 인구를 가진 거대한 광역지자체입니다. 북과 바로 맞닿아있고, 중국과는 최단거리입니다. 미군 기지도 거의 다 경기도에 있습니다. 즉, 경기도는 한중은 물론 한미관계에도 직접적으로 관련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발전할 가능성도 많다는 게 김 지사의 흔들리지 않는 생각이자, 곧 경기도의 비전이다. 이런 개념에서 나온 것이 바로 경부축 위주였던 발전동력을 서해안권·북부권·동부권으로 확산시키는 '3대 신발전전략'이다.

김 지사는 "한강과 임진강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입니다. 자연을 살리고, 역사를 계승하면서도 물류 뿐 아니라 관광지로도 숨쉴 수 있는 새로운 역사인 '리버포트(River Port)'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북과 협의만 잘 되면 김포 조광나루부터 북쪽 개풍을 연결하는 대교도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또 "경기 서해안은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신발전 거점으로, 북부지역은 남북 교류와 평화통일에 대비한 성장 거점으로, 천혜의 자연과 풍부한 문화자원을 간직한 동부지역은 친환경 생태문화거점으로 개발하겠습니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