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입시, 대학 편입시험이 다가왔다. 겨울방학과 무자년 새해를 맞아 여행·스키장 등으로 떠나는 대학생들과는 달리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일분일초의 시간들이 아까운 시기다.

고질적인 학벌사회의 문제점과 지방대 졸업자의 극심한 취업난 등으로 대학 편입학의 열기는 해마다 뜨거워지고 있다. 김영 한국대학편입사의 자료에 의하면 1·2학기 일반·학사 편입학 규모는 2001년 이미 5만6천여명을 넘어섰고 2002년 7만5천여명, 2006년에는 약 8만여명에 육박했다. 2007년 1학기의 경우 이미 6만여명을 뛰어넘었다. 경쟁률 또한 서울소재 대학 일반편입학의 경우 해마다 보통 40∼50대 1을 기록할 정도다.

적성이나 진로에 맞지 않는 대학과 학과에 다니는 학생, 좀더 좋은 대학으로 학교를 옮기려는 학생 등 저마다의 꿈을 품고 지금 이시간에도 책과 씨름하고 있는 편입 준비생들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편입학, 제2의 대학입시가 시작됐다.
긴장감이 감도는 지난해 마지막 주말인 12월 29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입학원 강의실.
"이와 비슷한 영어 단어는 뭐가 있죠?" 강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답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실은 적막감이 들 정도로 조용했다. 점심시간이 지난지 얼마 안된 탓인지 200여명의 학생들중 일부 학생들의 눈꺼풀이 슬슬 무거워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강사의 한마디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칠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직 강사 얼굴과 칠판, 두꺼운 영어교재만이 눈길을 보내야 할 대상이다.

한달에 한 번 꼴로 치르던 영어 모의고사도 1주일에 두 번으로 횟수가 늘었다. 편입생을 모집하는 주요 상위권 대학들이 전에 다니던 학교의 성적보다는 영어 필기시험 성적을 더 비중있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영어가 곧 편입 성공의 열쇠인 셈이다.

전국 190개가 넘는 대학이 편입생을 모집하지만 많은 수험생들의 목표는 수도권 소재 상위권 대학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대학을 한참 다녀야하거나, 졸업 후 또 다시 대학 들어갈 준비를 하려니 여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방대 경제학과에 재학중이라는 수험생 김모(23)씨는 왜 편입을 준비중인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심하다는듯,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지방대보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녀야 사회에서 대접받고 취직이 잘되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다"며 "솔직히 대부분의 편입생들은 학과나 적성보다는 학교만 옮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수도권 대학 법학과를 지원할 예정이라는 서모(26)씨는 "군대까지 제대하고 직장을 구하는데 학력의 벽이 높은걸 실감했다"며 "또래보다 조금 늦더라도 꼭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싶다"고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해 준비 인원만 4만명
 
 
편입학원가에서 추산하고 있는 편입 준비 인원은 대략 4만명 정도다. 물론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인원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많다.

수도권에 있는 교대나 약대 등 인기학과는 해마다 수십 대 1 또는 수백 대 1 정도로 경쟁률이 뛰고 있다. 학사편입만 하더라도 2005학년도 평균 경쟁률이 4.57대 1에서 2006학년도엔 5.45대 1, 2007년엔 8.1대 1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 사립대는 정원 채우기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편입의 양극화가 뚜렷한 것이다.

해마다 적지 않은 인원이 편입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다양하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반드시 있다. '미래를 위해 또 다른 기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방 공대에 다니는 이모(24)씨는 "대기업 입사전형에서 지방대 원서는 검토 대상조차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며 "이때문에 지방대생 중 수도권 대학으로의 편입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편입학시험 부정사례 적발로 대다수의 대학들은 편입학시험의 관리감독 강화와 평가방법의 다양화 등 시험제도를 개선 중이다.

편입학 영어시험은 그대로 유지하고 다단계 전형과 심층면접 강화 등 전형방법 다양화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고려대의 경우 편입부터 영어 비중을 낮추고 이전에 다니던 대학성적을 상향 조정했다. 성균관대·한국외대·한양대 등은 주·객관식 혼용과 영작 또는 직독직해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영어, 편입시험 당락의 변수
편입학 시험에서 당락의 최대변수는 영어다. 최근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다단계 전형을 도입하고 전적대학의 성적반영비율도 커지고 있지만 인문·자연계를 통틀어 영어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고려대·단국대·삼육대·성균관대·아주대·세종대·숭실대·경기대·명지대·인하대·한국항공대 등이 전형요소에 영어를 반영하는데 이들 대학의 영어 반영 비율은 면접이나 전적대학 성적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편입학원 관계자들은 "편입하면 영어라고 할 정도로 영어는 편입시험 당락의 변수"라며 "응시대학의 특성에 따른 유형별 문제를 반드시 풀어 실전감각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