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새해는 인천시민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갖고 생활해 우리 사회의 반목과 대립을 극복하는 한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02년 4월 천주교 인천교구장에 임명(착좌)된 이후 5년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회 사목에 중점을 두고, 지역 교구민의 화합을 이끌어 온 최기산(보니파시오) 주교. 지난 2일 오후 인천시 중구 답동 천주교 인천 교구 주교관에서 만난 그는 2008년을 맞는 시민들이 마음 속에 새겨야 할 것으로 '역지사지'를 꼽았다.

"올해는 새정부가 들어서는 해이며, 4월에는 총선도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계파가 갈라져 사회 분열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합니다. 이러한 때 우리 사회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들이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통해 서로를 배려한다면 분열없이 화합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태어난지 2천년이 되는 올해 최 주교는 "사도 바오로의 열정적인 삶과 선교정신을 본받아 인천교구는 한해동안 '복음화'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 복음화', '재복음화', '사회 복음화' 라는 세가지 '복음' 톱니 바퀴가 맞물려 돌아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략히 말하면 '새복음화'는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고, '재복음화'는 신자들을 교육시키는 것이며, '사회복음화'는 사회에서 복음을 설파하는 것입니다. 즉 교회가 사회에서 좋은 일을 많이해서 새복음화가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지역 노동자들을 돕는 활동을 통해 신자가 된다면, 이어서 재복음화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3가지 복음화가 지속되는 것이죠."

최 주교는 인천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특히 인천만의 특색사업도 발굴해 나갈 것이라 했다.

"인천교구는 인천시와 도서지역, 부천, 김포를 비롯 안산과 시흥 일부를 관할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많은 곳이죠.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현재 인천교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상담실과 가족들을 위한 한글과 영어 교실 등을 열고 있어요. 또한 건강상담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늘려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외국에서 배가 들어오면 신부님들이 미사를 하고 선원들이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등 '해양사목'도 인천교구가 앞장서서 해야 할 부분들입니다."

지난 1961년 설정된 인천교구는 '교구설정 50주년'을 3년 앞둔 올해 50주년 기념 성당과 평신도 교육센터 건립과 함께 교구민들의 영성을 드높이는 등 또 다른 전환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100여년 전 외국자본으로 지어진 답동성당은 현재 여건에서 볼 때 작은 규모입니다. 교구설정 50주년을 앞둔 시점이고 해서 문화센터 등도 수반된 기념 성당을 지을 계획에 있습니다. 하지만 외형적인 모습보다 교구설정 50주년을 눈 앞에 둔 지금 '천주교가 영적으로 어떻게 하면 쇄신될 수 있을까', '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한해가 돼야 할 것입니다."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낙태와 사형제도 폐지 등의 운동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사회에 알리고 있는 그는 올해도 지속적으로 설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2월30일 국회앞에서 사형제도폐지 집회가 있었어요. 추운 날씨 속에 1시간 정도 집회에 참석했는데, 보시다시피 감기에 걸려서 목이 안좋아요. 인간의 권리인 생명권은 천부적인 것입니다. 인간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것이죠. 때문에 다른 어떠한 일들보다 사람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거 사목국에서 일할 때 낙태를 반대하는 제 글이 주보에 실린 적이 있는데, 그 글을 보고 낙태를 못했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인간 1명을 구했다는 자부심으로 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서 자리하고 있는 인천. 그는 우리 사회는 성장의 이면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실업 등은 노동분야에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시의 행정가들은 지속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아울러 항만에서 날아오는 분진을 비롯해 공장과 차량에서 발생하는 매연 등도 해결돼야 '성공해서 타지로 떠나는 인천'이 아닌 '이사오고 싶은 인천'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또한 노동과 환경 등의 분야에서 함께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최 주교는 "우리 국민의 70% 가량이 종교를 갖고 있습니다. 악(惡)을 가르치는 종교는 없어요. 즉 종교가 가르치는 대로 인생을 살아가면 사회적인 반목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없죠. 새해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교리에 따라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며 미소지었다.

대담/안영환 사회·문체부장·ahnyo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