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종택기자·jongtaek@kyeongin.com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맞기를, 또 힘차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교회, 우리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대리구제(교구내에 지역을 나눠 그 지역의 본당들이 주교의 역할과 책무를 대신하는 제도)'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등 모범적인 교구로서 지난 한해를 건너왔다. 그러나 미리내 성지 앞에 계획 중인 미산골프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아픔도 적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2007년을 보낸 천주교 수원교구는 올해에는 작년의 일들을 어떻게 매듭짓고, 또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을까. 천주교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를 천주교 수원교구청에서 만났다.

최 주교는 2006년 9월부터 시행한 대리구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데 대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듯 보였다. 실제로 대리구제 도입은 수원교구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게 한 중요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이런 기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앞서 얘기한 미리내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은 천주교 수원교구가 '사회정의 실현' 차원에서 올해에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참 안타깝습니다. 미산골프장이 인허가를 받는 과정은 금품비리로 온통 얼룩져있어요. 이 비리로 인해 서해종건회장과 신미산개발 전 사장 그리고 안성시장 측 관계자가 구속됐어요. 또 도지사도 서해종건으로부터 정치후원금 조로 적지 않은 돈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건설이 취소되지 않는다는 점이 굉장히 아쉽습니다."

최주교는 올해에는 이런 '사회적 잡음'을 매듭짓고, 교회의 주된 임무인 '선교'에 전념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특히 2008년은 바오로 사도가 태어난지 2천년이 되는 해다. 교황청은 이 때문에 올해를 '바오로해'로 선포했다. "'바오로 해'는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의 열정적인 선교정신과 삶을 본받아,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바오로의 사도서간을 필사하고, 그의 발자취를 좇아 성지순례도 하고, 선교를 많이 한 대리구를 대상으로 상을 주는 등 많은 일을 기획하고 있죠."

특히 수원교구는 '바오로 사도'의 선교정신을 본받아 3명의 사제를 교구 차원에서 아프리카 수단 '룸벡교구'로 파견할 예정이다.

원교구는 수단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누룩'역할을 하기 위해 올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외적으로 교세가 많이 커졌지만, 영성적으로는 아직 많이 약하다는 것이 천주교 내부의 자성이다. 그래서 올해 '교구 영성담당사제제도'를 도입해 일상에 치여서 힘들어하는 교인들을 위한 '영혼의 안식처'로서 일익을 담당할 계획이다.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지식과 말 잘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정작 귀한 사람은 묵묵히 자신이 말한 것을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매일 충실히 영성생활을 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영성담당 사제가 그 길을 인도할 겁니다. 영성생활을 충실히 하다보면 '모두 하나되게 하소서'라는 예수님의 뜻에 따르는 교회 공동체 정신을 가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최 주교는 그런 의미에서 새 대통령과 천주교회가 '사회공동체로서, 모두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가는데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에서 이탈된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뜻이라는 것이다. "복음적 시각을 가지고 한국 사회를 바라볼 때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요. 정의구현사제단이 폭로한 삼성뇌물사건, 황우석 교수 사건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윤리 도덕결여 문제부터 시작해 치료해야할 우리사회의 병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새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도 좋지만, 빈익빈 부익부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천주교회는 어두운 곳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빛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이정표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