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종택기자·jongtaek@kyeongin.com
라오데 카마루딘(58·Laode Kamaluddin) 인도네시아 부통령 경제고문은 9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 입국뒤 한국에서의 첫 일정을 경인일보 방문으로 시작했다. 라오데 고문은 지난해 12월 발리에서 개최됐던 제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개최국 핵심 인사로 활동한 국제적인 경제·환경 전문가이다. 뿐만 아니라 3선 의원(상원 2선, 하원 1선), 중앙정부 경제고문, 표준제정위원회장(규제철폐위원장)을 역임한 인도네시아 정계의 유력인사이기도 하다.

2009년 인도네시아 대선을 앞두고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1979년 첫 방문 이래 지금까지 30회 이상 한국을 방문한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1998년 환란 직후에는 한국의 IMF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3개월여동안 한국에 체류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환경 및 경제 전문가이자 한국통인 그에게 유엔기후변화협약, 한·인도네시아 경제·문화 교류의 중요성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의견을 구했다.

-지난해 12월 180여개국이 제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참가한 가운데 '발리 로드맵'이 채택됐다. 발리 로드맵이 남긴 성과는 무엇인가.

"전 지구적 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해 1998년에 교토의정서가 채택됐지만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국인 미국, 호주 등이 참가하지 않아 한계가 많았다. 물론 발리 로드맵 역시 아직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협약에서는 미국과 호주 등이 참가하면서 보다 포괄적인 온난화 규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때문에 전 세계는 발리 로드맵으로 인해 하이드로(hydro) 분야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고, 개별기업들도 친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일상적 삶에도 커다란 (친환경적인) 삶의 변화가 올 것이다."

-발리 로드맵에서는 개발도상국가가 포함되지 않았다. 때문에 환경에 대해 제한적인 효과밖에 거둘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문제는 13차 유엔협약에서도 핵심쟁점 중의 하나였지만 결국 개도국은 제외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발리로드맵에서는 기존 교토의정서에는 없던 열대우림 보전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존의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콩고 등과 같이 산림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 자국의 숲을 황폐화시켜도, 이들 나라들이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어떤 제재를 가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발리로드맵에서는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량에 따라 기금을 조성해 벌목을 하지 않는 개도국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들 국가들이 산림을 보호할 유인책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동안 열대우림의 파괴로 전 세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5분의 1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대표적인 과다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다. 환경전문가로서 한국에 조언할 부분이 있는가.

"개별기업들의 친환경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일본의 미쓰비시사를 예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구온난화라고 하면 이산화탄소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메탄과 같은 공해물질은 이산화탄소보다 22배나 더 독성이 강하고, 때문에 국제사회도 이들 독성물질에 더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이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처리하기 위해 친환경시설인 랜드필 시스템(landfill·매립식 쓰레기 처리시설)을 도입했다. 메탄가스를 랜드필에 통과시켜 이보다 독성이 훨씬 약한 이산화탄소로 전환시켜 배출하는 것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같은 아시아 국가에 속해 있지만, 한국이 유교 문화권이라면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문화권으로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다.

"한국이 유교권이라고는 하지만 기독교 신자도 많다. 그런데 오랜 기간 한국을 직접 체험해 본 결과 기독교 신자의 생활양식조차 불교에 기반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신자가 많다고 하지만 힌두교 신자도 많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힌두교 역시 불교에 기반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양국 간에도 문화적 유사성이 많은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한국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얼마나 되는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1만4천여명이다. 또 지방이나 작은 섬 등의 음식문화는 한국 음식문화와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 또 현대, 삼성, LG와 같은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한국이 점점 더 친숙한 나라로 다가서고 있다. 이는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상당히 많이 알려졌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기술적인 측면만 부각된 측면이 많았다. 기술중심적 시각, 기업중심의 접근 방식이 주가 됐던 것이다. 오는 4월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한·인니간 친선 교류는 양국의 이해를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한국의 투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양국 간의 관계에서 기인한다기 보다는 개인기업 단독으로 이뤄진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부족한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각종 규제로 투자를 꺼리는 기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 쪽에서도 원인을 찾을 부분이 많다. 그동안 많은 한국 기업들은 투자를 생각하면서도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정도의 자본, 기술, 인력 등이 있다는 식의 데이터만 있지 구체적으로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없는 것이다. 막연한 데이터만 가지고는 실질적인 계약성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인도네시아도 외자 유치를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투자 유치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인도네시아에 규제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탈규제 작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투자법도 제정된 바 있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진출 기업들은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경영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한다면.

"기존에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중앙정부 중심, 자카르타 중심의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지방분권이 강화된 만큼 직접적인 현지조사가 이뤄진다면 지방에서도 매력적인 투자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기업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협의를 통하다 보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대담/윤인수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