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아버지는 두 비장애인 자식을 믿고 평소에 재산의 3분의1정도를 A씨의 몫으로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관리하고 있었지만 형과 누나는 아버지의 유언도 무시하고 재산을 나눠가졌다. 만약 '성년후견제도'가 있었다면 A씨의 아버지는 유서나 유언을 공증해서, 살아있을때 후견인을 선정해 재산관리를 맡겼을 것이다. 그러면 A씨는 아버지의 상속재산으로 시설에 가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성년후견제'는 판단 능력이 불완전하거나 혼자 거동하기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성년자들이 성년후견인의 도움을 얻어 재산을 관리하거나 사회복지의 혜택을 누리고, 그 외 사회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현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전되면서 적절한 후견이 필요한 노인층과 장애인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시급한 도입이 요청되는 실정이다. 기존의 사회복지 혜택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누리지 못하는 노인층은 물론, 장애인인 자녀들이 자신들의 사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에게 성년후견제는 너무도 절실한 문제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성년후견제와 유사한 제도적 장치로 한정치산(재산의 처분이나 관리가 법에 의하여 제한되는 상태), 금치산(가정법원에서 심신 상실자에게 자기 재산의 관리, 처분을 금지하는 일) 제도를 두고 있다.
그동안 정신상태 이상이나 심신박약 등으로 인해 제대로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독일민법의 한정치산과 금치산 두 제도가 우리 법 체계에도 수입, 규정돼 왔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많고 절차가 까다롭고 법원의 선고결과가 개인 신상자료에 게재되는 등의 이유로 실제 이용률은 저조했다. 그 용어 자체도 거부감을 주고, 차별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 게다가 일률적으로 광범위하게 행위능력을 제한하고 있어 규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오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에는 성년후견인제도를 도입하는 민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대통합민주신당 장향숙 의원 등 10명이 현행 민법의 한정치산과 금치산제도를 폐지하고 이를 성년후견인제도로 통합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것이다. 개정안은 후견인이 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친족관계란 이유만으로 후견인이 되도록 한 현행 제도를 폐지하도록 했다.
'성년후견제'의 후견인은 배우자나 직계혈족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후견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 스스로는 물론 배우자, 친족, 법원, 해당 주소지의 지방자치단체장 등도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선임된 후견인은 재산의 처분과 관리, 의료 선택, 보험 가입·탈퇴 여부 등 각종 법적 행위를 대리하지만, 중대 결정을 할 경우 본인 동의나 법원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의 안전장치가 강구된다. 특히 후견인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를 감시하고 후견인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성년후견 감독인을 둬 성년후견제의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이같은 성년후견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과 이웃나라 일본 등에서도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사회복지를 다방면으로 확충하여 이러한 법적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도 사회복지의 틀에서 문제를 해결하여, 이와 같은 제도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시의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형식과 내용에 있어 우리보다 앞선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여러 선진국에서도 민법에 '성년후견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경제적 여건 등으로 아직 여타 선진국만큼의 사회복지를 제공할 수 없는 우리의 여건에 비춰본다면 성년후견제 도입은 한시가 급한 일이라고 본다.
성년후견제도의 도입만이 중증장애인복지의 완결편이며, 부모가 장애인 자녀의 복지비용을 분담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의 예산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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