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 누구나 쉽게 외국인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인천 토크 하우스(Talk House)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시민과 외국인 간의 언어·문화 교류공간을 만든 것이라 개소때부터 주목을 받아온 곳이다.

인천 영어 도시 만들기의 일환으로 인천 국제교류센터가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곳은 일반 시민에게 외국인과의 자유로운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동시에 시민들 스스로가 외국어를 배우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구성된 스터디 모임에서 직접 커리큘럼을 짜고 운영해 가면서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4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현대해상 건물 8층에 자리잡은 토크하우스.

방학을 맞은 대학생과 주부 등으로 구성된 5개 스터디 모임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영어로,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어로 대화가 이어졌다.

이 중 스터디가 구성된 지 4개월이 됐다는 '장수' 스터디 모임을 찾았다. 7개 레벨로 나눠진 영어 스터디 중 이 모임은 레벨 3단계였다.

21세부터 57세까지 고르게 모인 여성 8명이 큰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었다. 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다양했다. 유학간 자녀를 혼자 만나러 가기 위해서라는 주부, 2년 뒤 남편 직장 때문에 외국에 나가 살려고 미리 준비한다는 주부에서부터 취업을 위해 영어공부를 한다는 대학생.

"Just read one sentence."
이 스터디의 리더인 우성균(50·여)씨가 이렇게 말하자 한 사람씩 돌아가며 본문을 읽었다. 본문을 읽고 내용을 파악한 뒤 이들은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본문에서 Ferry(배)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이들의 대화도 배를 탔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연결됐다. 임은경(39·여)씨는 "Last weekend, I took a yacht. Wave is high, I'm dizzy"라며 말을 시작했다. 다른 스터디원들이 질문을 시작했고, 한명씩 돌아가며 과거에 배를 탔던 일들로 대화를 40여분이 넘도록 했다.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보니 그대로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

스터디가 끝날 때쯤 안현정(32·여)씨가 '5분 스피치'를 했다. 이날 안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결혼하고 살아온 이야기에 대해 소개했다. 안씨는 "처음에는 영어로 말하기가 겁나서 남이 말할 때마다 same(같다)이라는 말만 반복했는데 이제는 서툴지만 문장으로 표현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스터디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5분 정도 발표할 만한 이야기를 선정해 직접 작문해 발표한다. 5분 스피치를 모아 연말에 책으로 엮으려는 큰 포부도 갖고 있다.

이날은 외국인들의 휴가로 취소됐지만 평소에는 30분씩 외국인 원어민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짜여져 있단다. 이들은 화·금요일, 일주일에 두번씩, 두 시간씩 시간을 함께 했다.

토크하우스에서의 스터디는 국제교류센터의 면접을 통해서 실력에 따라 반이 나눠진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스터디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보통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자체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스터디 모임이지만 이곳은 실력에 따라 한 반당 8명으로 반을 구성해 준다. 영어는 1~7단계로, 중국어와 일본어는 1~4단계로 나눠 놓았다.

비슷한 수준끼리 모이다보니 외국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벽이 높지 않다는 것이 이곳의 장점으로 꼽힌다.

스터디 구성원 스스로 공부 방식을 짜고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성과를 확인하다보니 독학보다 효과가 높다고 말한다. 또 외국인들과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문화도 배울 수 있어 유익하다고 한다. 한 달에 3만원만 내면 돼 학원에서 원어민 강의를 듣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국제교류센터는 보통 2달 단위로 스터디를 새롭게 짠다. 현재 영어 스터디가 32개, 중국어와 일본어가 7개씩 운영되고 있다. 인원의 제한으로 대기자도 8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한편, 홀수달에는 스크린 영어 등 강좌를 열기도 하고 짝수달에는 내셔널 데이(national day)를 통해 다양한 국가별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이곳에서 스터디를 도와주는 외국인들은 학원 강사처럼 돈을 벌 목적이 아닌 한국을 배우기 위해 온다. 그러다보니 한국인과 외국인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문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국제교류센터 관계자는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 토크하우스를 찾는 시민이 점점 늘고 있다"며 "앞으로 시민이 영어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