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개 항아리 속에 감춰진 옛 장맛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통일대교 너머에 있는 장단콩마을이 바로 그곳. 이 마을은 북적이는 사람 대신에 야생동물과 자연이 함께 숨 쉬고 있는 청정지역이다. 메주 만들기도 체험하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두부도 직접 만들어 보자. 여기에 김치를 척 올려먹는 두부김치는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자유로를 달려 임진각역을 지나 통일대교에 도착한다. 총을 들고 검문을 하고 있는 군인들을 보게 되면 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이기 때문이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장단콩 주민의 에스코트를 받아 통일대교 앞 군 검문소를 지나면 좌측으로 통일촌 마을인 장단콩마을 간판이 보인다. 마을에 도착하면 여느 시골동네와 다름없는 모습에서 통일대교 앞에서 가졌던 긴장감은 이내 사라진다.

파주 장단콩마을은 행정구역상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보통 '통일촌'마을이라 불린다. 장단지역은 판문점 인접지역으로서 민통선지역 안에 위치하고 있지만 민간인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특수성으로 인해 오염되지 않은 공기와 맑은 물, 전형적인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순수함 그대로의 농촌마을이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콩은 오염되지 않고 매우 좋은 토양여건을 갖춘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재배되어 전국 최고의 품질과 전통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장려품종으로 선택된 콩의 종자가 이 지역 장단에서 재배되었던 '장단백목'으로 예부터 콩 생산 지역으로서 명성이 높았던 곳이다. 장단콩은 국내 최초 장려품종 콩으로 지정됐을 만큼 품질이 뛰어나다. 마을은 콩의 생육조건과 딱 맞아 떨어지는 최적의 생태조건을 갖추고 있기에 옛 명성을 이을 수 있었다. 민간인 통제구역이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지금도 고라니, 노루 등 야생동물과 식물들을 언제든지 볼 수 있을 만큼 청정한 환경을 보전하고 있다. 덕분에 장단콩은 윤기가 흐르고 껍질이 얇으며 수확량도 많다. 마을을 방문하는 방문객에게 즉석에서 콩국물과 두부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웰빙 음식'을 찾는 사람들 덕에 콩이 모자랄 정도라고.

민통선의 맑은 물, 맑은 공기와 더불어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되는 장단콩으로 유명한 이곳은 2004년에 '슬로푸드마을'로 지정되었다. 전통식을 고집하며 우리 것을 사랑하고 우리가 직접 먹는다는 인식하에 건전한 음식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장단콩 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행사가 가능하다. 맷돌체험을 통해 직접 콩 국물을 만들고, 시원한 콩국수도 더불어 즐길 수 있다. 전통 두부 만드는 법도 배울 수 있다. 마을 내에 있는 장단콩 전문 음식점은 마을에서 농사한 햇콩을 원료로 갓 쑨 따뜻한 두부와 된장찌개, 콩비지 등을 파는 곳으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 장담그기 체험공간
장단콩마을의 부녀회장 김용분(58)씨는 "늘 먹는 간장, 된장, 고추장, 장아찌라도 의미를 알고 먹어야 한다"며 방문객에게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의미를 일일이 설명한다. 700여개의 장독대 뚜껑을 열어가며 10년 된 장맛을 손가락으로 푹 찍어 먹는 기회도 주신다. 말미에 된장을 만드는데 특별한 비법은 없단다. 그저 전통의 방식을 따를 뿐이란다. 그만큼 우리 것이 좋은 것이다.

장단콩마을을 찾으면 안보와 생태 여행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장단콩마을은 민통선 안에 자리해 있다. 때문에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체험 신청을 할 경우 마을에서 미리 방문 예약을 해주므로 신분증만 준비해 가면 통일대교 앞 검문소에서 출입증을 받을 수 있다.

민통선 안에 자리한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들어가는 길에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받아야 하는 것 외에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마을 전경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굳이 다른 것이 있다면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다는 점이다.

장단콩마을을 방문하게 되면 우선 주변에 있는 도라산 전망대와 분단의 아픔이 서린 제3땅굴 등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맑은날 도라산 전망대를 찾는다면 멀리 개성시내와 남북한공동으로 조성중인 개성공단 등을 볼 수 있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송하는 차량행렬도 볼 수 있다. 체험을 즐긴 다음 시간이 넉넉하다면 이곳들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요즘 같은 계절엔 철새 탐조가 제격이다. 겨울 들녘이나 작은 저수지, 임진강에 철새들이 날아든다. 특히 해질녘이 가까운 시간이면 둥지로 돌아가는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장단콩마을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러볼 만한 곳도 많다. 임진각 관광지와 황희정승 유적지, 반구정은 자유로 바로 근처에 있어 오가는 길에 가볍게 구경하는 것도 좋다. 반구정은 조선 초기 청백리였던 황희 정승이 말년을 보낸 곳. 그는 18년이나 세종을 보필하다 말년에 이곳에 낙향하여 기러기와 벗하며 여생을 마쳤다고 한다. 반구정은 그때 지은 정자로 임진강 하구로 펼쳐지는 넓은 들녘과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 저녁노을을 맞으며 흐트러진 몸과 정신을 가다듬기에 좋다.

여행tip/
■ 장단콩마을 체험정보=민통선 안에 마을이 위치해 있으므로 미리 예약한 다음 방문 가능. 두부 만들기 5천원, 전통 장 담그기 1만원, 인절미 만들기 6천원, 썰매 만들기 5천원. 이밖에 다양한 음식 및 전통체험 가능. 콩을 비롯한 농산물과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1말(7㎏)에 백태(메주용) 3만5천원, 서리태 7만원, 메주 8만원. 된장 1㎏ 1만2천원, 고추장 1㎏ 1만5천원. 예약문의:(031)953-7600

여행수첩/
■ 가는 길=자유로를 따라 달리다가 임진각을 지나 문산IC로 나간다. 통일대교 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받아 통일대교를 건너가면 왼쪽 첫번째 마을이 장단콩마을이다. 임진각 관광지 내에 자유의 다리, 철마는 달리고 싶다, 증기기관차 등이 모여 있다.

 
 
■ 맛집=
마을에서 직영하는 장단콩 식당(031-953-7600)은 한상 가득 차려진 장단콩 정식을 맛볼 수 있다. 두부전에 된장찌개, 청국장, 순두부, 비지찌개, 각종 나물 등은 보기만 해도 푸짐하다. 특히 청국장은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콩비지는 아주 고소하다. 아마도 원재료가 좋고 조미료를 쓰지 않아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기 때문이리라. 찬과 같이 나온 밥 한공기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장단콩 정식 7천원.

임진강 장어 명가=반구정 맞은편에 있는 반구정나루터집(031-952-3472)은 위풍당당한 한옥집이다. 잘 지어진 한옥을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서면 장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뒷마당의 숯불에서 아주머니들이 바로바로 장어를 구워내는 것. 다소 느끼한 장어 특유의 맛은 전혀 없이 담백하다. 시원한 동치미와 시큼한 고추 절임도 별미. 장어 (1인분) 1만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