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주민생활지원과 신경란(52·사진) 계장이 주민위에 군림하는 공무원이 아닌 주민을 섬기는 공무원의 표상으로 뽑혔다. 김포시에 거주하는 1천780여가구 3천500여명의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사정을 살피고 돕는 일이 2006년 9월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업무다. 빛도 나지 않으면서 쥐꼬리 만한 예산에 조금만 실수해도 욕 먹기 딱 좋은 그 일을, 신 계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천직으로 여기며 어려운 이웃 돌보는데 열심이었다.

지난해 2월, 엄동설한의 한겨울에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 임모(56)씨 가족이 보증금 1천500만원에 살고있던 걸포동의 단칸방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8명의 가족중 6명이 장애나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어 그 돈이 전 재산이지만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집주인이 사업을 하다 부도를 낸터라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사정을 들은 신 계장이 나섰고 익명의 독지가를 만나 5천만원의 전세자금을 후원받았다. 돈은 됐는데 새로 이사할 집의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는 기간동안 갈 곳이 없었다. 다시 신 계장이 나서서 동네 부동산을 통해 2개월간의 임시거처를 마련해줬다. 김포시 여성경제인협회 등에도 사정을 이야기해 쌀과 생활자금 등도 지원받았다. 우여곡절끝에 북변동의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가족들은 전보다 주거환경이 훨씬 좋아지고 형편도 조금은 나아져서인지 표정이 밝아졌다.

예산과 상관없이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그녀의 도움을 받은 이웃이 10여가구가 넘는다.

신 계장은 또 지난해 1월부터 10개 읍·면·동사무소에 사랑의 쌀 항아리를 만들어 끼니를 잇기 어려운 사람들이 언제든 퍼갈 수 있도록 해 지금까지 2천130㎏의 쌀을 나눠 줬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후원금도 제법 늘어 지난해엔 1억원을 넘겼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게 된 것. 신 계장 자신도 노인목욕봉사를 하는 김포시 공무원봉사단체인 어깨동무를 지난 2004년에 결성해 수산나의 집 등에서 꾸준히 봉사를 하고 있다. 많지 않지만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사회복지기금과 장학금 등으로도 내고 있다.

90년 경남 거제에서 처음 공직을 시작한 신 계장은 남편이 갑자기 병을 얻은 91년초 병수발을 위해 수도권전입을 신청했고 그해 4월에 김포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남편이 같은해 6월 세상을 떠난뒤 9살, 7살이던 남매를 혼자 키워내며 "어려움을 알고 슬픔을 알고 남을 돕는 일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는 신 계장은 "지금 이 일이 너무 좋다"며 밝게 웃었다.

신 계장의 소문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공직생활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지난해 8월 숨은 우수공무원으로 추천돼 지난 16일 근정포장을 받았다. 신 계장의 착한 마음과 아름다운 봉사를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

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많은데 뽑히게 돼 쑥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는 신 계장은 이 일을 하면서 "김포가 인정의 샘이 마르지 않는 휴머니즘의 도시라는 사실을 확인한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