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주신과 소통했다고 주장하며 각종 우주언어를 쏟아내고 있는 인물이 있어 화제다. 부산광역시 사하구에 살고 있는 황선자(48)씨. 그녀는 인터넷에서 황선자라는 본명보다 '빵상아줌마'로 더욱 유명하다. 황씨는 작년말에 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우주신이 온 세상에 진리를 펼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임재했으며, 우주신의 능력을 빌려 점(占)은 기본으로 보고 아픈 사람의 몸을 투시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이야기를 들으면 웬만한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거나 아니면 눈살을 찌푸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방송을 시청한 네티즌들은 황씨의 언어구사력과 갖가지 기이한 행동에 매력을 느꼈으며 팬카페인 '빵상교(http://cafe.daum.net/bbangsangGyo)'까지 개설하고 나섰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황씨는 현재 광고 섭외까지 받은 상태라고 한다. 대체 그녀의 인기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 어느날 갑자기 우주어를 내뱉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던 황선자씨는 2006년 5월 15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성 목소리로 "나의 존재야, 너는 어차피 하늘의 힘을 받고 사는 인간이란다…"라고 말하는 것을 발견했다.
황씨는 이 사건이 바로 우주신을 만난 것이며 우주신을 만난 후 기치료의 힘이 생겨 사람 몸의 투시가 가능해 졌고, 심지어 사진만 보고도 그 사람이 어디가 아픈지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네티즌들의 관심을 끈 것은 그녀가 할 수 있다는 기치료나 투시의 능력이 아니었다. 관심의 대상은 바로 그녀만의 독특한 우주신의 '말씀'이다.
황씨는 '빵상=인간들아'라는 뜻이며 '깨랑까랑=인간들아 무엇을 알고 싶으냐'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주신이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될까 ? 그녀는 "빵빵 똥똥똥똥 땅땅 따라라라 따띵 똥동똥똥 띵동똥…"같은 의성어로 노래를 부르며 그 뜻은 "오! 내가 인간 세계에 와 있으니 너무도 행복하고 즐겁구나. 나의 존재야! 몸을 빌려주어 고맙구나"라고 했다.
이런 화법 때문에 황씨가 빵상아줌마라고 불리게 된 것이며 '빵상', '깨랑까랑', '나의 존재야' 같은 단어가 인터넷 실시간 검색순위 탑10에 오르기도 했다.
■ 빵상아줌마는 요즘 트렌드의 반영
빵상아줌마 신드롬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렸던 허경영 후보의 그것과 유사하다.
아이큐 430에 축지법을 쓰며 외계인과의 교신은 물론 사람의 질병을 단 2초만에 눈빛으로 치료한다는 허씨의 주장은 진위여부를 떠나서 선거기간 내내 화제였고 누구나 패러디 하기 좋은 소재였다. 대선이 끝나자 빵상아줌마는 허씨의 빈자리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인터넷 카페 빵상교에서는 '빵상가'와 '빵상언어', '빵상경전'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며 빵상아줌마의 인터뷰를 원더걸스의 '텔미' 뮤직비디오나 오락게임인 '슈퍼마리오', 팀버튼 감독의 영화 '화성침공' 등과 함께 편집한 UCC가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빵상아줌마 UCC를 만들었던 조혜원씨는 "아줌마가 말하는 우주신의 언어라는 게 즉흥적으로 만드는 것 같은데 너무 웃겼다"고 말했다. 가령 산세비에리아 화분과 대화하며 '삐삐앤 뽕뽕'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고 하거나, '빵상 쇼롱샤라(인간들아! 행복하게 열심히 살거라. 나는 너희들을 돕고싶단다)'같은 말은 네티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빵상아줌마의 인기에 대해 "사회 트렌드가 가볍고 즐거움을 추구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그러한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특정 사람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문화평론가 이문원씨는 "인터넷의 속성상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참신성이 제 값을 발휘한 것 같고, 빵상아줌마의 인터뷰가 요즘 유행하는 리얼리티쇼같은 현장감을 주었기 때문에 네티즌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