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로지르는 구름도 쉬어 간다는 대관령. 고개 너머 동쪽이 강릉, 서쪽이 평창이다. 대관령은 겨울철에 영서지방의 대륙 편서풍과 영동지방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쳐서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 3월초까지도 적설량이 1가 넘는다. 대관령의 강릉과 평창 경계에 있는 선자령은 눈과 바람, 그리고 탁 트인 조망이라는 겨울 산행 3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오르면 더욱 환상적인 설경이 반긴다. 옛 영동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대관령 기상대 방면 시멘트 길로 1.5㎞ 남짓 오르면 대관령 산신을 모신 국사서낭당이 나온다. 이곳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비탈을 조금만 오르면 시멘트 길과 만나고, 왼쪽 길로 6분 남짓 더 나아가면 선자령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서 시멘트 길과 헤어져 왼쪽 오솔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선자령 산행이 시작된다. 눈밭을 헤칠 자신이 없다면 이쯤에서 눈앞에 펼쳐진 눈부신 설원을 바라다보기만 해도 후회하지 않을 선경이다. 1시간 30분 남짓 눈길을 더듬으면 해발 1천157의 선자령. 산악인들에 의해 눈길이 다져져서 푹푹 빠지는 일 없이 오를 수 있다.
선자령 정상은 대관령휴게소(840)와의 표고차가 317 정도인데 능선이 길고 완만해 쉽게 오를 수 있다. 등산로는 동네 뒷산가는 길만큼이나 평탄하고 밋밋하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설원에서 눈꽃을 감상하고 하산 길에는 엉덩이썰매를 즐기며 내려올 수 있어 가족 단위 산행으로 알맞다.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차려 입은 가족단위 등산객과 연인들이 많다.
주능선 서편 일대는 짧게 자란 억새풀이 초원 지대를 이루고 있는 반면 동쪽 지능선 주변은 수목이 울창하다. 등산로를 벗어나 돌길이나 진달래 숲, 조릿대군락으로 잘못 들어서면 무릎까지 눈에 빠져 옷을 버리는 것은 물론 빠져 나오느라 애를 먹기 일쑤다.
선자령의 재미를 한껏 맛볼 수 있는 것은 하산 길. 정상에서 초막골로 가는 동쪽으로 나 있는 하산 길은 동해에서 불어온 바람에 몰린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다 적당한 경사를 이뤄 엉덩이썰매에 적합한 코스가 곳곳에 있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산을 타는 맛이 난다. 우거진 수목, 진달래나무가 가득하기도 하고, 호젓한 산책로, 송림숲이 이어진다. 능선상의 이 길은 앞질러 가려 앞질러 갈 수도 없다. 그저 앞 사람을 따라 내려간다. 능선 아래에서 계곡으로 1시간 정도 내려가는 길은 돌과 바위가 많고 급경사라 다소 위험하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으면 매우 미끄럽다.
내려오는 길에 양떼 목장에 들러도 좋다. 옛 대관령 상행선 휴게소에서 500 거리에 있는 양떼 목장은 양 200여 마리가 오순도순 모여 산다. 야트막한 구릉지대에 펼쳐진 '목장 길 따라' 쉬엄쉬엄 40분이면 색다른 운치에 젖어든다. 순백의 눈 벌판과 나무마다 곱게 핀 눈꽃, 축사 주변 눈밭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양떼들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다. 아이들은 제 세상을 만난 양 신바람이 난다. 사방 천지가 눈썰매장인 까닭이다. 눈썰매 따위는 굳이 필요 없다. 비료포대 안에 짚을 넣고 언덕에서 미끄러지면 그만. 간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횡계로 내려온 뒤 따끈하고 고소한 황태해장국에 몸을 녹인 후 대관령 스노우파크도 들러보자. 횡계읍내 송천교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대관령 스노우파크는 눈과 얼음을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이다. 플라스틱 눈썰매, 비료포대 눈썰매, 튜브눈썰매 등 다양한 썰매를 즐길 수 있으며 얼음 놀이장에서는 앉은뱅이썰매, 팽이
대한을 넘기면서 혹한이 찾아왔어도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다. 웅크리고 겨울을 피하기 보다는 아득한 눈꽃 세상의 매력에 빠져도 보고 썰매를 타며 겨울의 스릴을 맘껏 즐겨보는 것도 선자령과 대관령이 주는 매력이다.
여행수첩/
■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횡계IC로 빠져 나와 삼거리에서 우회전. 횡계 방면으로 1㎞ 남짓 달리면 왼쪽으로 대관령 옛길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좌회전해 옛 영동고속도로를 5㎞ 남짓 달리면 오른쪽에 옛 대관령 하행선 휴게소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 옛 영동고속도로 위에 걸린 고가도로를 넘으면 상행선 휴게소와 국사서낭당이 나온다. 국사서낭당 옆 등산로로 올라가면 선자령이다.
■ 잠자리=단체일 경우 미리 예약하면 양떼목장(033-335-1966)에서 묵을 수 있다. 용평 스키장과 횡계 일원에는 숙박업소가 많다. 횡계 남우장(033-335-5582) 은성여관(033-336-0002)을 이용한다. 그리고 가까운 용평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기고 콘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횡계 일원 숙박업소가 만원일 경우에는 진부로 나가는 것도 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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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ip/
■ 볼거리=신재생에너지전시관
구대관령휴게소에 건립된 신재생에너지전시관(033-336-5008)은 풍력 발전의 역사와 원리, 우리나라 에너지 현황과 재생 에너지를 알기 쉽게 전시되어 있으며 대관령풍력발전 단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자전거 페달을 이용한 전기 만들기, 태양전지 벌레, 물자동차 등 미래 에너지를 활용한 체험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입장료 없음.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