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르크스의 노동 소외
마르크스(K. Marx)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네 가지 측면의 소외를 경험한다고 보았다. 첫째, 노동자는 '노동의 생산물'로부터 소외된다. 원시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을 통한 성과물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동을 통한 생산물은 자본가나 기업가에 귀속되고 노동자들은 그 대가로 임금을 받게 된다. 따라서 생산물을 얻기 위해 노동자들은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하는데 노동력의 초과 공급은 노동의 가치, 즉 임금의 하락을 가져오게 된다. 결국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할수록 더 빈곤해지며 그의 내적 세계는 황폐해지는 것이다.
둘째, 노동자는 '노동의 과정'에서 소외된다. 산업 사회에서 노동자는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임금과 교환하여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할 뿐이다. 그 결과 생산의 과정을 주도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단지 계획과 명령에 따라 주어진 일을 수동적·기계적으로 처리할 뿐이다. 즉 노동자들이 생산 과정의 일부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노동은 더 이상 자기 실현의 수단이 되지 못하고 노동자들의 삶과 분리된 별개의 대상으로 존재하게 된다.
셋째, 노동자는 '인간류(人間類)의 고유한 특성'에서 소외된다. 오직 생존을 위해서만 활동하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생존 욕구를 넘어서 자유롭게 창조적인 생산 활동을 수행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노동은 오직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이며 자유롭고 노동자의 창조적인 활동은 제약 받는다. 그로써 노동자는 인간이라는 유적(類的) 존재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는 '인간'으로부터 소외된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존재하는 사회적 동물이며, 인간의 노동 역시 타인의 노동과 긴밀하게 결합되었을 때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통제와 지시를 바탕으로 한 수직적 위계 질서와 분업화로 인한 고립된 작업 속에서 집단 내부의 인간 관계는 파편화되고 인간은 고립된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 분업과 노동 소외
분업은 대체로 사회적 분업과 기술적 분업으로 구분된다. 사회적 분업은 하나의 생산 부문이 개인 또는 특정 집단에 의하여 전담되는 것으로서 사회 전반적인 직무 및 직업의 배분을 뜻한다. 농·임·수산업, 광업, 공업, 서비스업 등의 대분류뿐만 아니라 각 영역의 세부 직종을 나누어 담당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에 반해 기술적 분업은 각 생산 부문에서 행해지는 작업을 조직적으로 세분화한 것으로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 이후에 전반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노동 소외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부분은 후자(後者)인 기술적 분업이다.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A. Smith)는 기술적 분업을 통해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하고 동일한 작업의 반복을 통해 개별 노동자의 '기교'가 향상되고,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이동할 때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며, 분업을 통해 생산의 기계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분업이 생산의 효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값싼 제품을 대량으로 제공할 수 있었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효율성에 가려진 노동자의 인간적 삶의 가치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함으로써 겪는 부작용을 피할 수는 없었다.
분업으로 인해 모든 생산 과정을 책임졌던 이전의 장인 노동(匠人勞動)은 사라지고 노동자는 세밀하게 쪼개진 생산 과정의 일부만을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분업의 산물은 노동자가 종사하는 특정 자본이나 기업에 전속될 뿐 사회적 분업의 생산물처럼 상품으로서 교환되지 못한다. 그로써 사회를 세분화하는 사회적 분업과는 달리 기술적 분업은 인간을 세분화함으로써 인간 가치의 하락을 유발한다. 사회적 분업을 강조했던 뒤르켐(E. Durkheim)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개별 작업장에서 이루어지는 기술적 분업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분업은 노동자의 자질과 잠재력을 성장시키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업무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고용 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다른 업무를 습득하려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자본가나 기업가는 노동자의 총체적인 능력보다는 특정 작업의 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별적인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왜냐 하면 그럼으로써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숙련된 기술과 정확한 일처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자는 자본가나 기업가의 필요에 따라 하나의 생산 수단처럼 고용되며, 각 업무에 필요한 만큼의 기술과 지식만을 되어 노동을 통한 자기 계발이 불가능해진다.
3.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 포디즘과 포스트포디즘
아담 스미스의 분업론을 현대 기업의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적용하여 실천한 사람은 미국의 테일러(F. W. Taylor)였다. 그는 과학적 방법을 응용하여 기업의 노동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은 '통제'의 개념으로 대표된다. 노동자가 노동 과정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기존의 일반적인 통제는 조직적 태만과 비능률적인 작업 관행을 유발한다. 따라서 관리자는 작업 양식을 비롯한 공정의 모든 단계를 통제함으로써 노동 과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구상과 실행을 분리하여 구상만을 담당하는 관리 계층을 만듦으로써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두뇌 노동이 필요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작업과 동작, 도구 등을 연구하여 작업의 순서, 공정도, 표준 동작, 작업 기준을 표준화시키고 이에 따른 차등적 성과급을 도입하여 노동 과정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은 '포디즘(Fordism)'이라 불리는 생산 체제에 의해 기술적으로 실현되었다. 미국의 포드 자동차의 설립자인 헨리 포드(Henry Ford)는 수직적·위계적인 조직 구조, 노동의 구상과 실행의 분리, 직무의 세분화를 통해 노동 과정을 통제했다. 뿐만 아니라 호환성 있는 부품 및 컨베이어 벨트라는 이동 조립 라인을 사용함으로써 미숙력 노동자를 대거 투입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곧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의존하는 생산 체계의 틀이 완성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포디즘은 1970년대 이후 위기에 봉착한다. 고객들의 기호가 다양해짐에 따라 이전의 소품종 대량 생산 방식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포디즘은 사회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노동자의 신체와 정신은 생산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서 낱낱이 분해되고 재조직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권위적인 위계 질서 속에서 노동자의 창의성과 발전 욕구는 억압된다. 이처럼 노동의 인간화에 역행되는 포디즘적 생산 방식이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장기적인 생산성 저하를 불러오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등장하게 된 것이 이른바 '포스트 포디즘(post-Fordis)'이다. 포스트 포디즘의 여러 이론은 대체로 미숙련 노동자를 투입하여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했던 예전의 경직된 대량 생산 라인에서 벗어나, 시장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범용 기계와 숙련 노동자들로 구성되는 혁신적인 생산 체제를 강조한다. 또한 분업을 최소화시켜 직무를 수평적·수직적으로 통합하고, 권위주의적인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를 수평적으로 전환하며, 노동자들에게는 직무에 대한 폭넓은 자율권을 보장하는 등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보다 인간적인 작업 환경을 마련하는 데 고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볼보 자동차의 우데발라 공장이다. 우데발라 공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컨베이어 벨트가 사라졌고, 컴퓨터 기술에 의한 조립과 분류 작업과 함께 최종 조립은 수공업적으로 숙련된 작업팀에 의해 이루어진다. 또한 직무의 수평적·수직적 확대를 통해 구상과 실행의 통합도가 높다. 뿐만 아니라 각 작업팀은 생산과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자율권을 누리고 있다.
(실전연습) 현대 사회에서는 노동은 인간으로부터 유리된 낯선 존재로 다가선다. 이러한 노동 소외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제시문을 참고하여 논술하시오.
(가) 新芻獨酒如潼白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 정약용, <보리 타작(打麥行)>보리> (나) 포드는 서로 교환 가능한 부품을 사용하여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한 최초의 자동화 생산자였다. 각 개별 부품들이 항상 정확하게 똑같이 잘려지고 동일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부품들을 조립할 숙련공이 없어도 그들은 각각을 빠르고 쉽게 부착시킬 수 있다. 조립 공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 포드는 공장 현장에 시카고 가축 방목장의 거대한 도살장에서 그가 지켜보았던 최초의 혁신인 이동 조립 라인을 도입하였다. 종업원들 앞으로 직접 차를 가져오게 함으로써 그는 생산 공정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줄이고 공장에서의 이동 속도를 통제할 수 있었다. (중략) 다른 거대 제조 기업과 마찬가지로 포드와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들은 최고 경영층에서 현장에 이르는 엄격한 계층 라인을 따라 조직되었다. 엄격한 테일러식으로 자동차를 조립하는 인력의 숙련된 지식은 무엇이든지 짜내졌으며 생산 속도에 대한 독자적인 통제는 거부되었다. 설계와 공학적 기술, 그리고 모든 생산과 작업 일정에 대한 의사 결정은 경영층에게 맡겨져 있었다. 조직 계층은 부서로 나누어졌는데, 각각은 특정 직능이나 활동에 책임을 지고 있으며, 모든 부서는 최종 권한이 최고 경영층의 손에 있는 상향적 명령 체계에 따라 책임을 진다. (중략) - 제레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