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욕=연합뉴스)  미국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냐 아니면 '흑인 대통령'이냐.

   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놓고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피 말리는 대접전을 보이면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집안에서 부모와 형제자매, 부부 사이에도 지지 후보가 엇갈려 갈등을 야기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4일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한 지지 논쟁이 가족의 불화를 야기하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는 '근육질 배우' 출신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부부.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슈퍼화요일'을 닷새 앞둔 지난달 31일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슈워제네거는 이날 매케인 상원의원,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과 함께 태양열 발전설비 공장을 시찰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매케인은 공화당의 기성 조직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위대한 미국의 영웅"이라며 매케인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그의 부인이자 고(故)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마리아 슈라이버는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슈라이버는 "오바마는 캘리포니아주와 꼭 닮았다"면서 "캘리포니아와 오바마는 모두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똑똑하고 창의적"이라며 오바마 지지 이유를 밝혔다.

   유명 방송인 출신인 슈라이버는 남편의 입장 대신 케네디 집안의 '선택'을 존중한 셈이다.

   앞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롤라인과 또 다른 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었다.

   슈워제네거는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을 통해"지난 30년 간 케네디가를 봐 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 본다"며 "지금까지 살면서 의견이 엇갈린 것은 처음"이라고 난감해 했다.

   최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인 고(故)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집안도 지지 후보가 나눠졌다. 부인 에델은 오바마를 지지했지만 3명의 자녀는 힐러리 지지에 가세했다.

   이렇듯 가족 사이에 지지후보가 엇갈리면서 선거자금 기부에서 지지후보의 선거홍보물 전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내재해 있던 정치적 관점의 차이가 부각되면서 갈등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은 힐러리 지지 의사를 밝힌 반면 아들 제임스는 오바마를 선택했다.

   흑인 지도자인 제시 잭슨 목사 집안은 더 복잡하다. 잭슨 목사는 오바마, 부인 재클린은 힐러리 지지로 갈렸고 아들들은 오바마와 힐러리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유일한 자매 하원의원인 로레타와 린다 산체스 의원도 최근 언니인 로레타가 동료에게 힐러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자 린다가 일방적으로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찰스 랭글 하원의원과 그의 부인 앨머도 힐러리와 오바마 의원 지지로 정치적인 견해를 달리했다.

   시카고의 자선사업가 페니 프리츠커는 오바마의 자금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반해, 남동생인 제이 로버츠는 힐러리의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로 힐러리를 지지하는 남편과 다른 정치적인 견해를 가진 샤지아 칸은 아르헨티나 출장 중 숙소 호텔에서 민주당 토론회를 보면서 남편과 격한 말다툼을 벌이다 호텔 직원들로부터 주의를 받기까지 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