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주부가 억척 환경운동가로 변해 경기남부의 명산 수리산을 14년째 열심히 지켜 오고 있다. 군포 수리산 자연학교 이금순(51) 대표. 그는 올해 도립공원 지정을 앞두고 있는 수리산의 구석구석을 발품을 팔면서 생태계 탐사를 벌여 나무 한그루, 돌 하나, 흙 한줌이라도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리산 민간생태경찰로 명성이 높다.

그래서 10여년 넘게 수리산 생태보호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 대표를 향해 수리산 등산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주변에 사는 사람들마저 "수리산을 목숨처럼 떠받드는 환경생태운동가"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경계하고(?) 때론 고마움도 표시하곤 한다.

집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보살피는 등 여느 평범한 주부와 일상생활이 같았던 이 대표가 이처럼 수리산 지킴이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은 14년 전인 지난 1994년부터.

"군포시 수리동의 한 아파트 동 대표를 맡게 되면서부터였어요. 그때 군포시에서는 수리산 소각장 건설 문제로 시와 주민들 간 첨예하게 대립돼 있었는데 저는 다이옥신 배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소각장 유치 반대 운동에 정말 열심을 냈습니다."

이 대표는 "시위라는 게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대안 논리와 환경 지식도 없으니 일방적으로 밀렸다"며 그냥 시위에 휩쓸려 소리나 지르는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소각장 유치 반대 운동에 참여하면서 환경전문성을 뼈저리게 느낀 이 대표는 이후 환경에 대한 공부에 심혈을 기울였다.

"막연히 소각장 유치를 반대하는 구호만 외쳤지 무엇 하나 반박 논리를 세우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 오기가 났어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했지요."

이 대표는 환경에 관심있는 이웃주민들과 함께 환경관련 전문가들을 아파트 등으로 초청, 환경에 대한 알파와 오메가(처음과 나중)를 공부했다.

그는 "이론공부에만 멈추지 않았다"며 "전문가와 함께 연안환경(갯벌 등) 탐사며 산속의 늪지대, 산림 등을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녀 이론을 현장에 접목하는 체험학습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론과 현장교육으로 무장한 이 대표는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 환경운동에 나섰다. 중요했지만 지엽적이었던 소각장 유치 반대 운동에서 벗어나 군포 등 경기남부권의 허파인 수리산을 보호하는 자연학교를 1997년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것이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10명 안팎의 주부들로 아이들 등 사람들에게 친숙한 수리산 만들기 차원에서 생태보호 자연학교를 시작, 지금은 참여 청소년만 500여명이 넘어설 정도로 외연이 크게 확대됐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회원들의 연령층도 적게는 7세부터 많게는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지난해에는 수리산에 서식하는 애반딧불이의 생태를 체험학습하는 수리산 애반딧불이 축제를 개최해 1천여명이 참가하는 등 많은 성과를 올렸어요.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수리산의 가벼운 자연환경도 아끼고 가꿔야 된다는 체험을 얻게 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며 성과입니다."

수리산자연학교를 든든하게 세워 놓은 이 대표는 수리산의 자연환경과 생태문화 이야기를 분야별로 정리한 체험환경보고서인 '군포수리산자연환경이야기'를 곧 책으로 엮어 펴낼 계획이다.

여기에는 고사리들부터 노년층 회원들이 수리산을 현장답사하며 흘린 땀방울로 만들어진 내용들이 모두 들어갈 예정. 이를 위해 이 대표는 그동안 데이터베이스화해 놓은 자료들을 분야별로 정리하기 위해 요즘 날밤을 새우기 일쑤다.

"수리산자연학교에 전념해 가정에 소홀한 데도 남편과 아이들은 불평하지 않고 늘 함께 해주고 있다"며 "그것은 제가 하는 일이 군포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이기에 그런 것 같다"며 가족에 대해 진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수리산에는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맹꽁이, 고려집게벌레, 사슴풍뎅이 등을 비롯 1천여 종의 동·식물 및 곤충이 살고 있다"면서 "이러한 수리산의 자연환경을 현재 상태대로 보호하기 위해 우리 수리산자연학교는 결코 쉬지 않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