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근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로 한바탕 설을 겪고 난 다음, 고생한 아내를 위한 가족여행을 떠나보자. 집 근처 '뜨끈한 찜질방'도 좋지만 '따뜻한 겨울여행'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요즘 쌍수를 들어 추천할만한 곳은 바로 후끈 달아오른 참숯가마다. 그 참숯가마가 있는 참숯마을은 음식 만드느라 고생한 아내의 어깨와 허리의 통증이 한방에 사라지게 할 것이다.

숯가마가 강원도 산골짜기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키장에서 땀낸 뒤에, 오슬오슬 떨리는 몸 달래기 위해, 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이기 위해 수도권 시민들이 주말마다 들르는 겨울여행 명소가 경기도에도 있다. 숯도 만들고 찜질도 할 수 있는 다목적의 가마가 여주참숯마을에 있다.

참숯마을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차가운 겨울 날씨에 따뜻한 열기를 찾아나서니 한결 가볍다. 1천300℃로 숯을 구워내고 하룻동안 식혀낸 가마 속에서 땀 빼는 찜질은 피로를 푸는데 제격. 참숯가마는 숯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몸에 좋다고 알려져 특히 주부들에게 인기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여주군 강천면 이호리에 자리한 여주 참숯마을은 주말이면 200~300명이 들를 정도로 인기 있다. 가마 10개에서 끊임없이 숯을 만들어 내는 덕에 직접 숯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황토가마에서 강원·경기 일대에서 자라는 양질의 국산 참나무를 5~6일간 구워 숯을 만든다. 다 구워진 숯을 긁어내면 숯가마는 그대로 찜질가마가 된다. 숯 굽는 노동자들만의 즐거움이었던 찜질가마가 일반에 보급된 것이다. 찜질 마니아들을 위한 고열의 꽃탕에서 온도별로 고온탕, 중온탕, 저온탕이 있으므로 입맛대로 골라 들어가면 된다.

전국의 숯가마 중에서 찜질을 할 수 있는 곳은 기껏해야 10곳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일주일을 주기로 빈 가마가 한 곳 생기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는 매일 찜질할 수 있는 가마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 숯을 빼낸 다음날 아침 숯가마에 들어가면 단 1분도 견디기 힘들다. 숯가마 안의 온도가 무려 200℃에 이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가운데 가마는 조금씩 식어 가지만 그래도 100℃가량의 온도는 유지된다. 때문에 숯가마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긴 옷을 입고 수건으로 몸을 이리저리 둘러야 한다. 우선 머리를 감싸고 등을 넓게 덮는다. 그저 동네 찜질방 수준으로 생각했다가는 잠시도 못 견디고 뛰쳐나오게 된다.

참숯가마 찜질을 제대로 즐기려면 몇 가지 요령을 알면 더욱 실속 있다. 옷이나 수건, 모자 등을 준비한다. 옷은 대여하지만 수건이나 양말 등은 구입해야 한다. 경비 절감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작은 수건은 물론 비치타월 크기의 큰 것도 준비할 것. 또한 간식거리도 준비해 온다. 고구마나 감자, 가래떡 등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해 오면 주위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출출할 때 더욱 별미다.

아침 시간보다는 정오가 좋다. 아침에는 가마 안 온도가 너무 뜨거워서가 찜질하기 쉽지 않다. 낮 12시 정도돼야 온도가 적당하다. 오후 늦게는 온도가 많이 내려가 좋지 않다. 한 번에 너무 오래 있지 않는다. 뜨거운데도 참고 너무 오래 가마 안에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땀이 날 정도로만 적당히 있다가 나와 잠시 후 다시 들어가는 것이 좋다.

"개운해요. 뻐근하고 쑤시던 몸이 얼마나 가벼운지 몰라. 어깨 결린 거 있지요? 여기 몇 번만 들어갔다 나오면 싹 풀린다니까요. 달걀을 넣어두면 노른자부터 익어요. 그러니까 사람 뼛속까지 열기가 깊숙이 들어간다는 얘기지. 피부는 또 얼마나 부드러워지는지 몰라. 나 봐요, 얼마나 고와. 서울에 사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온다니까요."

아주머니 몇이서 주거니 받거니 잠시도 쉬지 않고 숯가마 찜질을 칭찬하는 덕에 가마 안은 어느새 가족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숯이 발산하는 원적외선은 피부 속 깊이 스며들어 혈액 순환과 신진대사 촉진, 체내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숯가마 안에 있으면 뜨겁기는 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진 않다.

황토와 숯이 숨을 쉬면서 습기를 빨아들여 쾌적한 공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또 땀에 흠뻑 젖어도 끈적거리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몸속까지 뜨거운 기운이 스며들어 숯가마 밖에서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찜질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찜질 후엔 바로 샤워하는 것보다 서너 시간 후에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여독풀기 좋은 여주온천

먹을 수 있는 온천수 몸과 마음 '웰빙호사'

참숯가마 찜질을 마치고 들르면 좋은 곳이 바로 온천. 마실 수 있는 온천수로 유명한 여주온천(031-885-4800)에서 여독을 풀어도 좋다. 문막으로 넘어가는 삿갓봉 꼭대기에 위치한 여주에서 유일한 온천이다. 개장한 지 7년이 되었지만 물만큼은 확실한 품질을 보증한다.

여주 온천수는 나트륨을 비롯한 천연 미네랄이 듬뿍 함유되어 있는 약알칼리성 온천으로 피부염이나 아토피 질환에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손으로 만져보면 미끌미끌한 온천수는 벌컥벌컥 마셔도 아무런 탈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꾸준히 마시면 위장을 건강하게 해준다고. 더구나 한번 사용한 물은 재활용하지 않고 버리므로 수질에 모든 것을 '올인'한 고집이 느껴진다.

아로마탕과 지압탕도 이용할 수 있다. 천연 옥을 사용해 만든 노천탕도 있어 산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삼림욕과 온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몸으로 느끼고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건강여행으로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면 입춘을 지나 봄을 마중하는 몸과 마음도 건강해질 것만 같다.

여행수첩/
■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여주IC로 빠져 나와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여주 읍내. 여주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양평 방향으로 직진하면 이호대교. 이호대교를 건너 강천면에서 좌회전 후 약 2㎞ 도자체험학교 맞은편에 여주 참숯마을. 입장료는 일반 7천원, 초등학생 이하 4천원, 가운 대여료 1천원. 홈페이지 www.yjcharmsoot.com 문의:031-886-1119.

 
 
■ 맛집=
여주쌀밥을 대표하는 조선옥(031-883-3939)에서 금강산도 식후경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예부터 곡창지대로 유명한 여주의 쌀은 임금님에게 진상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옥의 한정식은 세 가지 메뉴가 있고 홍어찜·홍어탕 등 홍어를 사용한 단품 메뉴도 인기다. 향토색 물씬 풍기는 민들레무침·파김치·냉이나물무침 등 계절 채소를 비롯해 불고기·된장찌개·생선구이 등 20가지 이상의 찬과 요리가 한 상 가득 차려지지만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풍성한 향만 맡아도 배가 부를 지경. 강천면사무소 옆에 있다. 수라상 한정식 5만원, 백수일품 한정식 3만5천원, 돌솥영양쌀밥정식 1만5천원.

■ 잠자리=여주온천장(031-885-4800)은 대규모 숙박 시설과 세미나실도 갖춰 단체 손님도 많이 찾는다. 객실에서도 여주온천의 물을 24시간 사용할 수 있다. 인근 등산로를 따라 2시간 정도 소요되는 마감산 등산을 마친 후 이용하면 더욱 좋다. 신륵사에서 이호대교를 지나 42번 국도 문막 방향으로 6㎞ 직진 후 우측에 위치. 입욕료는 성인 6천원, 어린이 4천원. 숙박료는 3만5천원.

■ 볼거리=번영했던 대사원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고달사지는 신라시대에 창건되어 3대 사찰 중 하나로 번성했으며 고려시대에도 왕실의 비호를 받던 큰 절이었으나 지금은 과거의 영화를 뒤로한 채 몇 점의 유물과 절터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국보 제4호인 고달사지부도와 보물 제6·7·8호가 남아 있는데, 특히 고달사지부도는 흔적만 남은 절터가 무색하게 아름다운 모습이 손상되지 않은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여행tip/
 
 
■ 1천300℃ 참숯에 굽는 '3초 삼겹살'

이곳까지 와서 놓쳐서는 안되는 요리가 있다. 숯을 꺼내는 커다란 삽에 삼겹살을 턱턱 올려놓고 1천300℃로 달아오른 시뻘건 가마에 넣어 단 3초만에 구워내는 '3초 삼겹살'이 바로 그것. 순식간에 뜨거운 온도로 구워내므로 기름기가 쏙 빠지고 안까지 노릇노릇 잘 익어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1인분을 금방 해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