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한국과 미국 행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협상을 타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유감이라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최근 상원 전체회의 서면 발언을 통해 "유감스럽게도 한.미 FTA는 자동차.쇠고기 등 핵심산업 보호와 환경.노동 등 신통상정책의 기준에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 정치적 발언인가, 진의인가
오바마 의원이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이처럼 공식적으로 한.미 FTA가 미흡하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한.미 FTA가 타결된 지 10개월여가 지난 지금 의회 속기록에 남는 서면 발언 형태로 한.미 FTA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결과가 불확실한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노동조합을 의식해 "한.미 FTA가 미흡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을 수 있는 것이다.

   오바마와 달리 같은 당의 대선 후보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지난해 "자동차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어 한.미 FTA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오바마 의원이 힐러리 의원을 추월했고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 단순한 정치적 발언으로 넘기기에는 부담이 된다.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고 대선에서도 승리한다고 가정하면 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은 여당으로 행정부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 의원이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 자동차.쇠고기가 불만
오바마 의원은 한.미 FTA가 미흡하다고 평가한 이유로 자동차.쇠고기와 환경.노동 등 신통상정책을 제기했다.

   하지만 신통상정책에 대해서는 한.미 양측이 지난해 4월 협상을 최종 타결한 이후 미국 측의 요구로 추가협상을 해 마무리 지어 실질적인 표적은 자동차와 쇠고기로 볼 수 있다.

   미 의회는 한.미 FTA가 타결된 이후부터 줄곧 자동차 협상 결과가 자신들에 불리하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흘렸다.

   FTA 주무 상임위인 세입위 산하의 무역소위 위원장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의 본거지인 미시간주 출신인 샌더 레빈 미 하원 의원이 대표적 인물이다.

   레빈 의원은 최근 워싱턴에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한국 국회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조기에 통과시켜도 미 의회가 이른 시일 내에 비준동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의 비준동의를 위해서는 자동차 부분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쇠고기에 대해 미국 측은 한.미 FTA 비준안의 의회 통과를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노골적으로 우리 측을 압박하고 있다.

   쇠고기 문제에 관한 한 행정부와 의회가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는 미국 측은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우리 측에 당장 전면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韓 "정치적 발언..재협상 없다"
우리 정부는 오바마 의원의 발언을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정국이 진행 중이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접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재 미국이 대선정국에 돌입했고 오바마 의원은 정치인"이라며 "만약 오바마 의원이 당선되면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본부장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했지만 당선 이후 입장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또 재협상은 말도 안된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양측이 협정문에 서명한 이후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고 한.미 FTA는 신속협상권(TPA)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의회가 찬.반 표결만 할 수 있지 수정을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논란 일축 위해 조기통과 필요
정부는 미국 측의 재협상 논란을 일축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우리 국회가 조기에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 국회가 미국의 유력 대선 후보와 의회 지도부가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빨리 통과시킬 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