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여고 신입생들은 조끼와 재킷, 블라우스, 스커트 등 동복 기본 사양을 모두 포함해서 12만9천원으로 교복을 살 수 있다. 여기에 카디건과 블라우스를 추가로 구입해도 15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대기업 브랜드 중 하나인 I교복으로 했다. 시중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교복값 거품빼기에는 이 학교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1학년 학부모들은 작년 11월 5명이 모여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회(이하 계산여고교복공구추진위·회장·이종임)를 구성했다. 올해 신입생과 재학생들의 동복 공동구매를 위해서다. 이 학교의 교복 공동구매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 4월에는 시중가 13만원의 하복을 공동구매하여 8만원으로 낮추었다.
계산여고교복공구추진위는 4차례 모여 인터넷 등을 뒤져 최근 유행하는 교복 원단의 재질과 디자인 사양서를 만들고 12월에는 공개입찰을 공고했다. 이 입찰에는 교복을 생산·판매하는 대기업 4대 브랜드와 중소기업 등 모두 5개 업체가 참가했다. 교복공동구매가 올해로 2회를 맞으면서 입찰 참가업체도 늘었다. 작년 하복에는 3개 업체가 참가했다.
학부모들에게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여 교복 공동구매 추진일정을 알렸다. 적정 가격을 제시한 입찰 참가업체 2곳은 학부모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 공정을 살피기도 했다. 회사의 재정상태를 따지고 이행계약서를 받으면서 치밀하게 업체를 선정했다.
디자인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참여시켰다. 겨울방학 중 아이들을 불러 아이들이 새로운 디자인의 교복을 입어보고 직접 품평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간과하는 세밀한 디자인을 지적해냈다.
계산여고교복공동구매추진위 이종임(46·계양구 용종동) 회장은 "교복공동구매는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끌어오는 힘"이라며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교복을 학교에서 공동 구매하면서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직접 체험한 산교육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고교 신입생들의 경우 2월에 고교 배정결과가 발표된 이후 공구로 교복을 구매하기까지 시간이 촉박해 공구로 구매하는 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학교나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