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쉼표를 찍는 봄방학이다. 학교로 학원으로 과외로 누구보다 바빴던 우리 아이들. 아이들을 위해 온 가족이 모처럼 마음 놓고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여행을 소개한다.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과 별의 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아이 가슴 속에 전해주는 별난 별자리여행을 나선다.

겨울철 밤하늘은 연중 어느 때보다도 맑고 깨끗하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개체도 많다. 그러나 불빛으로 포위된 도심에서 별을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천문대가 깊은 산 속에 자리잡고 있는 건 그래서다.

중미산천문대는 해발 437 양평군 중미산 깊은 산 속 자연휴양림 안에 있다. 망원경을 사용하지 않고도 3천여 개의 별을 볼 수 있는 경기도 최대의 별자리 여행지다. 이른 저녁이지만 사방은 이미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어둡다. 검은 밤하늘에 총총히 별이 돋아오르기 시작하면 아이들 눈에도 반짝반짝 별이 뜬다.

중미산천문대는 처음엔 지금과 같은 멋진 천문대가 아니라 규모가 작은 천문 카페였다. 요즘도 더러 카페로 알고 찾아오는 여행객이 있다. 서울에서 겨우 1시간 거리인 데다 중미산자연휴양림이 코앞이라 드라이브삼아 길을 나선 가족과 연인들이 어쩌다 한 번씩 들여다보곤 한단다.

망원경 한 대 놓고 시작했던 천문 카페가 본격적인 천문대로 탈바꿈한 건 약 7년 전. 돔 형태의 천문대가 생겼고, 주망원경 외에 5개의 보조망원경과 관측법 실습용 망원경까지 최고급 장비도 갖췄다. 그뿐 아니다. 초등학생 50명쯤은 거뜬히 누워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야외 데크, 사륜오토바이 체험장, 비료 포대 눈썰매장, 숲 생태 체험장까지 만들어 아이들이 마음껏 자연을 접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아 및 어린이 천문우주과학 체험학습 영역을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2004년에는 서울시교육청 현장체험학습 지정기관 인증도 획득했다. 교육 진행 강사들은 모두 천문우주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아이들이 1박2일 동안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다른 곳에 비해 체험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중미산천문대의 장점이다.

 
 
 
#별이 쏟아지는 것 같은 우주영상으로 공부가 쏙쏙!

중미산천문대에 가면 먼저 우주영상을 관람하게 된다. 관측 실습에 들어가기 전 컴퓨터 시뮬레이션 교육이 먼저 진행된다. 따듯한 마룻바닥, 엉덩이를 붙이고 숨죽여 모여앉은 아이들 눈앞에 드넓은 우주 영상이 펼쳐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와 태양계가 포함된 우리 은하와 우리 은하 밖 대우주에 대한 강사의 흥미진진한 설명이 이어진다.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항성과 행성이 어떻게 다를까?" "목성은 몇 개의 위성을 갖고 있을까?" "훌라후프처럼 띠를 두른 별은?"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선생님이 던지자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로 대답하려고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들로인해 조용하던 강당 안이 금세 놀이터가 된다. 영상은 지구에서 시작해 넓은 태양계로, 더 넓은 우리 은하로, 이윽고 대우주로 점점 확장해 가며 아이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한한 각설탕 모양이었던 우주가 우리 은하로, 태양계로, 지구로, 지구 위의 한반도로 점점 좁혀 들어오는 5초간.

별 보기에도 순서가 있다. 가장 가까운 달에서 시작해 그 철에 맞는 행성을 거쳐 성단과 성운 등 깊은 우주로 눈길을 옮기는 것이 좋다. 관측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달을 겨냥한 망원경의 접안렌즈에 한쪽 눈을 붙였다. 보름을 갓 지난 달이 내뿜는 광채에 눈이 부시다. 그래도 유성 폭격을 맞은 분화구 자리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다음은 토성. 이달 들어 초저녁부터 볼 수 있는 행성이다. 저배율 렌즈로는 45도 기운 타원형 빛 덩어리에 검은 점 두 개만 보이더니 배율을 높이자 고리가 분리된다. 황옥 같은 토성의 자태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태양계 밖으로 나가 페르세우스자리의 이중 선단과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성단을 거쳐 우리 은하 바깥의 안드로메다까지 공간 여행이 계속됐다.

"히야~." 아이들 입에선 일제히 '탄성'이 쏟아진다. 북극성 찾는 법부터 주요 별자리에 얽힌 전설까지 강의내용은 지루할 틈이 없다. "1시간이 1분 같아요." "신기해요. 교과서에서 배운 걸 이렇게 보니까 정말 재밌어요." 천진난만한 대답이 아이들 입에서 출렁거린다.

영상 상영이 끝나자 이번엔 강의 내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차례. 모두들 강당을 나와 천문대로 올라간다. 망원경 때문에 난방을 할 수 없어 싸늘한 기운이 감돌지만 아이들은 커다란 천체망원경이 신기하기만 하다.

"열려라~ 참깨~." 만화처럼 돔형 천장 한쪽이 스르르 열리고 까만 하늘에 치렁치렁 매달린 별들이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360도로 회전하는 돔 천장은 지름이 6.6. 주망원경은 독일제 8인치 굴절망원경이다.

겨울철에 인기가 좋은 관측 목표는 '태양계의 보석'으로 불리는 토성. 주위를 둘러싼 '고리'가 선명하다.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답다. 오리온자리, 황소자리와 같은 겨울철 대표 별자리들도 관측할 수 있다. 어느새 마음은 저 멀리 우주를 날고 있다.

여행수첩/
■ 중미산천문대(www.astrocafe.co.kr·031-771-0306)=중미산 자연휴양림 내 위치. 연령대별 체험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관람시간 오후 9~11시, 입장료 금·토요일 당일 프로그램(2시간) 2만원, 초등학생 방학 중 1박2일 프로그램 5만원.

■ 가는 길=6번 국도를 타고 가다 팔당대교를 지나 양수대교를 지난 다음, 양수리에서 좌회전, 서종면 문호리를 거쳐 가도 된다. 중미산천문대는 휴양림에서 양평 방면으로 4㎞ 정도를 달리다 서종 방향으로 가는 98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하면 된다. 농다치고개 바로 아래에 있다.

■ 맛집=옥천냉면(031-772-9693)은 휴양림 일대 '옥천냉면골'에서 가장 유명한 집. 굵고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고구마 전분에 메밀을 섞어 맛이 구수한 것도 매력. 국물은 양지와 설깃살(엉덩잇살)로 우려낸 육수를 살짝 얼려 내놓아 속풀이용으로도 그만이다. 무를 큼지막하게 썬 빨간 냉면김치도 톡 쏠 정도로 맵다. 냉면과 함께 돼지고기완자도 인기다. 두툼하게 구워 낸 완자는 매우 감칠맛나게 씹힌다. 냉면 5천원, 완자 9천원, 편육 9천원.

■ 잠자리=유명산 자연휴양림 내에 유명산휴양림가든이라는 민박 겸 식당이 있고, 휴양림 앞 계곡과 유명산 등산로 입구에도 민박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유명산 koz 펜션(031-585-2625), 유명산 ez 펜션(031-585-2685), 가평스위스밸리펜션(031-585-7173), 펜션아로마(031-584-7362), 유명산휴양림가든(031-584-7607), 고향집민박(031-584-5248).

여행 tip/
■ 별 보기 좋은 날
구름과 바람이 없어야 별이 깨끗하게 보인다. 통상 노을이 예쁘면 밤에 별도 잘 보인다. 전문가들은 "여름보다는 겨울, 특히 온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날 별이 잘 보인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