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에야 부평구에서 청사 내 사무실을 배정받아서 그런지 지난 21일 찾은 사무실은 아직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채 풀어놓지 못한 도시디자인 관련 각종 서적과 부평과 관련한 자료들은 최근 인천 부평구의 도시디자인기획단장으로 부임한 정유경(41·여)씨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고교시절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대학을 가면서 디자인학과를 택했다. 1993년도엔 숙명여대에서 디자인 색채·경관 분야의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7년여 동안 부천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활동도 했다. 그는 왜 도시디자인을 전공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는 "'사람'이 도시라는 공간속에서 자연과 공존하며 조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도시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도시디자인을 "우리가 살아 숨쉬고 있는 도시의 '정체성과 비전'을 시각화 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공원이나 도로, 광장, 골목길, 거리 시설물 등 공공시설의 디자인은 물론 간판, 휴지통, 가로등, 벤치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감성이 요구되는 작업이기도 하다.
고밀도 도시, 공업도시, 베드타운 등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부평의 도시이미지를 도시디자인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부평을 문화지향적(Culture)인, 인간중심적(Universal)인, 생태학기반적(Green)인 디자인 요소가 융합된 도시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사람이 자연과 함께 문화를 누리며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무계획적인 도시개발로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도시디자인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관련 학회 등을 통해 갖춰 온 인적네트워크도 십분 활용할 생각이다.
부평 도시디자인의 단·중·장기 계획을 각각 따로 세우고 이를 실천할 선봉장 역할을 맡게 돼서인지 그가 느끼는 부담도 상당한 듯 했다. 그는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착실하게 일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 단장은 "카메라를 들고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도시디자인적으로 좋은 모습들과 부평지역의 문제점들을 찍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부평지역에서 살고있는 주민들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