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통합민주당이 전국의 공천 신청자 명단을 공개하기 직전 통합민주당 당직자가 한 말이다.
실제로 제18대 민주당 공천 경쟁률이 역대 최악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자 일부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공천신청 결과를 비공개로 하자는 의견이 대두됐었다.
추가 공개모집과 외부 인사 영입작업을 병행해 2월말이나 3월초에 일괄적으로 공천을 발표하자는 것이었다.
민주당이 공천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전국 245개 선거구 중 무려 72곳(29%)에서 공천신청자를 한 명도 받지 못했다. 단수 공천 신청지역도 65곳으로 27%에 해당한다.
당연히 경쟁률도 2.0대 1에 머물러 한나라당 4.8대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난 17대 열린우리당 2.47대1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호남에 버금가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성남분당갑, 을, 의왕·과천, 김포, 화성 등에는 공천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고, 경쟁률도 경기 1.61대1, 인천 1.50대1를 기록해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보국 담당자는 이에 대해 "공천 신청자 명단을 발표하고 나면 으레 신진 유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보도자료를 뿌리기 마련인데, 이번 공천 신청자들은 전부 그 밥에 그 나물이라서 별도로 보도자료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특히 선거 전반을 뒤흔드는 수도권의 경우에는 '도로 열린우리당' 인물들이 대부분이어서 얼마나 감동적인 공천이 될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손학규 대표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 왔던 계파 불문, 현역 불문 등의 강도높은 공천 작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물론 박경철 공심위 간사는 지난달 26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호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현역의원 30% 물갈이에 나서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현역의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공심위의 결정이 상징성 높은 현직 의원 몇 명의 목을 자르는 것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 김모 의원은 "공심위가 현역 의원을 대폭 교체한다고 하지만 현직을 교체하려면 경쟁자가 있어야 교체를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그런데 현직이 있는 지역구의 대부분은 현직만 공천신청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을 물갈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김모 의원의 예측은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 경인권에서 현역의원이 있는 지역구는 36곳(경기 29, 인천7)이므로 현역의원 30%를 물갈이하려면 10~11명을 배제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현역의원이 있는 지역구 중에서 현역 이외의 인물이 공천신청을 낸 지역은 성남수정, 안양동안갑, 부천오정, 광명갑, 안산단원갑·을, 고양덕양을, 남양주을, 시흥갑·을, 용인갑, 군포(이상 경기), 서구강화갑, 중동옹진(이상 인천) 등 14개 지역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성남수정과 용인갑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지역은 모두 2~3배수 신청지역이기 때문에 물갈이 폭은 예상보다 훨씬 작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공천 신청자가 한 명도 없는 지역뿐만 아니라 단수 신청 지역에 대해서도 추가 공모를 실시하거나 외부 인사를 영입해 단수지역에 과감히 전략 공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심위에 참여하고 있는 외부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공천 심사다운 심사를 하려면 거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추가 공천을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이같은 대안을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김모 부대변인은 "양당이 통합할 당시 통합신당과 민주당 인사들 사이의 갈등을 우려했었는데 호남을 제외한다면 너무나 조용하다"며 "차라리 그런 갈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