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가 그리워진다. 이럴 때면 남녘에서 불어대는 봄바람 한 줌이 가슴속을 파고 들어선다. 남해안 어디를 가나 봄기운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여수가 우선 떠오른다. 여수는 한 겨울에도 봄을 느끼게 하는 곳. 때 이르게 봄 향기를 맡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오동도를 향해 무작정 길을 나서자. 3월 첫 주 오동도에는 붉은 꽃들이 하늘을 향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보성 가면 '주먹자랑' 말고 여수 가면 '멋자랑' 하지 말라는 옛말이 떠오르는 여수. 그만큼 문물이 발달한 곳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지역이다. 그래서 여수는 늘 설렘이 있다. 일찍 봄 향기를 느껴보고 싶은가? 입춘과 우수를 넘겼지만 아직 바람은 훈풍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수에서 맡는 바다 내음엔 봄기운이 뒤섞여 있다. 이곳에 머무는 이틀 내내 순조로웠고, 편안했으며, 사람들을 만난 재미가 쏠쏠한 여행길이 됐다.

#동백꽃 여행객을 맞이하는 오동도 분수대
여수의 별미를 제대로 맛보고 나면 이제 여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차례이다.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인 만큼 여수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포함하여 청정해역과 크고 작은 섬 등 빼어난 풍광을 지닌 관광지가 많아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 오동도 등대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라면 단연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를 빼놓을 수 없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오동도 여행. 야트막한 산을 내려와 식물원을 둘러보고 음악분수대 앞을 지나친다. 돈을 넣으면 클래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분수대. 음악분수를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오동도 꽃구경 가는 길은 따사롭다. 길이 768m라는 긴 방파제를 따라서 들어가면 국내 최대 동백군락지 오동도. 3천여 그루의 자생 동백이 자라고 있다. 오동도 동백꽃은 춘백이 아니다. 10월부터 시작해서 다음해 동백꽃이 절정을 이루는 3월까지 피고지기를 거듭한다. 이렇게 힘들게 꽃을 피우는데, 여수 바람은 곰살궂지 않다. 며칠 전에는 눈을 내려서 봄볕에 먼저 핀 동백꽃을 얼렸다.

꽃이 피지 않은 숲은 어둡다. 작은 섬이 우거졌다. 햇살이 살짝 비집고 들어오는 나뭇가지 사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동백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이른 동백꽃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수줍게 벌린 꽃망울은 이제 막 화장을 시작한 소녀의 입술처럼 붉다. 공중전화 박스에 서서 전화기 들고 질근질근 씹는 소녀의 입술 같다. 봄기운에 오동도 동백은 들떠있다. 곧 만개하리라.

동백꽃은 꽃이 지고 난 후에도 아름답다. 동백은 벚꽃처럼 지지 않는다. 장미처럼 핀 자리에서 시들지 않는다. 피어 있는 그대로, 꽃송이 통째로 뚝 떨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백꽃 떨어지는 것을 여인의 눈물과 비유한다. 동백꽃이 떨어지는 소리는 분명 떠나는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떨어지는 소리에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섬뜩하다. 떠나는 사람에게 꽃길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그래서 동백꽃이 '여심화'라 불리는지도 모르겠다. 동백숲을 벗어나도 오래도록 꽃이 진 자리가 남겠다. 사람들은 오동도 동백꽃 같은 사랑을 피우며 살아간다.

여수바다를 더 보고 싶다면 백야도로 가자. 최근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관광객과 낚시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백야도다. 2005년에 백야대교가 개통되어 차량 운행이 가능해졌으며, 여수시내에서 시내버스를 통해서도 섬까지 들어갈 수 있다.

#여수의 숨겨진 여행지 백야도 즐기기
백야도는 면적 3.08㎢의 비교적 작은 섬으로, 섬의 최고점인 백호산 정상은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남해의 다도해를 한 눈에 관망할 수 있다. 특히 일출과 일몰의 경관이 장관이다.

백호산은 산의 형태가 호랑이의 형태를 하고 있고 돌의 색이 흰 이끼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백호산 아래로 내려오다 보면 백야등대 가는 길목으로 몽돌해변이 자리하고 있는데, 조용한 해변가에 앉아서 몽돌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몽돌밭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준다. 백야등대는 백야리 산 34의2에 위치하고 있으며, 등대에는 푸른 잔디와 함께 조각품들이 잘 정돈되어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백야등대 밑 해안에는 특히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수첩/
■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순천(서순천 나들목)을 거치면 빠르다. 호남고속도로 순천 나들목을 이용해 보성 쪽으로 가다보면 여수 방면으로 난 17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여수시내를 거쳐 오동도 입구에 주차하고 방파제를 걸으면 오동도다. 여수시청 관광문화과 (061)690-2036

봄꽃여행은 기차를 권한다. 용산역에서 여수역까지 가는 직통 기차(한국철도공사 1544-7788 www.korail.go.kr)는 오전 6시50분부터 오후 10시50분까지 12회 운행. 무궁화호는 5시간 40여분 정도 소요, 새마을호(하루 3회 운행)는 5시간 정도 걸린다. KTX를 이용할 경우 익산역에서 여수행으로 환승. 환승시간 포함해서 보통 3시간 40여분 소요.

■ 맛집=황소식당(061-641-8007, 원광한방병원 근처)과 두꺼비쌈밥(061-643-1880)의 게장백반이 괜찮고 구백식당(061-662-0900), 삼학집(061-662-0261)에서는 서대회가 일미다. 그 외 여수 해물한정식집으로 소문난 한일관(061-654-0091)이 있다. 여수 어항 근처에 있는 남원추어탕(061-643-1118)도 있다.

■ 잠자리=여수시내에 여수비치관광호텔(061-663-2011)이 괜찮고 선소 앞에는 벨라지오 호텔(061-686-7977)등 여럿이 있다. 또 한일관과 인접해 있는 로또모텔(061-654-3700, 인터넷도 무료)은 가족실도 있다. 돌산관광해수타운(061-644-7977)에도 숙박동이 따로 있다. 기타 여수시청 참조.

여행tip/

여수 갓김치 갓영농조합(061-644-0636)을 찾아 갓김치 담는 모습도 본다. 마침 쉬는 시간에 호박죽을 쑤어 간식을 먹는 사람들. 그저 지나치는 객에도 따스한 죽 한 그릇을 퍼주는 인심에 또 감격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낙네들의 정겨움이 어찌 여행객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지 않겠는가. 정말 맛있는 갓김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택배 구입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