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아한 것 중 하나가 식당의 '돼지 삼겹살' 가격이다. 200 2천500원부터 9천원까지 그 편차가 너무 크다. 아마 수입 냉동육에서 녹차 먹인 제주 흑돼지 같은 '고급 웰빙 생 삼겹살'에 이르기까지 그 질의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서민의 별식 중 삼겹살만한 것이 없다. 삼겹살 취급식당이 제일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사랑받는 음식이다.

길바닥에 잡목을 모아 불을 지피고 왕소금을 뿌려가며 삼겹살 몇 점을 구워도, 레스토랑에서 불기가 좋은 참숯으로 허브 소스를 뿌려가며 구워도, 노릇하게 구어진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곁들면 어떤 자리보다 훈훈하다. 외국인도 한국인의 식문화 코드로 제일 먼저 꼽는 것이 삼겹살이다. 삼겹살 파티면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동물성 단백질(?)을 흔하게 접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이다. 겨울이 지날 무렵 돼지고기 한 근 사고 비계를 얻어 기름보충(?)한다고 구워먹고, 설사를 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꽤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고기의 육질을 따지고, 비만을 생각하고, 성인병을 걱정하며 고기를 먹는다. 격세지감이라면 격세지감이다.

오는 3일은 일명 '삼겹살 데이'다. 2003년 구제역 파동 때 어려움에 처한 양돈 농가를 돕기 위해 삼겹살을 많이 먹자는 취지로 만든 날이다. 그런데 요즘은 유독 삼겹살만을 찾는 소비형태가 문제다. 특히 휴가철에는 휴양지마다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삼겹살이 동이 난다. 그러니 삼겹살은 수요가 모자라 수입되고 다른 부위는 적정한 가격에 거래가 되지 못한다. 지나친 삼겹살 사랑이 오히려 양돈 농가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돼지는 버릴 것이 없다 한다. 돼지 목심, 갈비, 앞다리, 뒷다리, 등심, 안심, 등뼈, 족발 등에는 맛과 영양이 듬뿍 있다. 삼겹살만을 고집하지 말고 돼지고기의 다른 맛을 즐겼으면 한다.

/문화커뮤니케이터·한국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