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축구는 '아무 것도 몰라도' 볼 수 있는 스포츠로 여겨진다. 일단 골대와 볼만 있으면 경기가 가능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아도 대강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동네 축구가 아니라 K-리그 그라운드로 들어오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 언론매체에서 흘러 나오는 '스리백(3back)'이나 '포백(4back)', '투톱(2top)', '3-5-2 포메이션' 등 다양한 용어는 축구를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프로축구에선 낯선 선수도 많고 14개나 되는 팀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특정 팀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는 프로축구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기 어렵다. 그래서 알고 보면 새록새록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는 게 바로 K-리그다. 8일 장기 레이스를 시작하는 2008 K-리그 개막에 앞서 이것만은 알고 보자.
# K-리그 역사를 알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재미있는 건 우선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현란한 중계 기술도 팬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이들 20개 팀은 저마다 '스토리'를 갖고 있어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창단 100년 안팎의 팀들은 한 세기를 지나오면서 올드 팬이 기억할 만한 환희의 순간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뮌헨 참사'처럼 아픈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K-리그도 마찬가지다.
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부산 아이파크 안정환이 지난해 소속팀이었던 수원 삼성과 맞붙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지난 시즌 수원에서 '찬밥' 신세였던 그의 감정이 결코 좋을 리 없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안정환이 부산에서 잘 되길 빈다고 했지만 왠지 껄끄러운 감정을 숨길 순 없을 것 같다.
수원 창단 이후 고종수를 키워낸 콤비였던 김호 대전 감독과 조광래 경남 감독의 관계도 껄끄럽다. 조광래 감독이 안양 LG(현 FC 서울) 사령탑으로 가면서 수원의 전성기를 이끌던 김호 감독과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황선홍 부산 감독은 김정남, 김호, 차범근 감독 휘하에서 대표 선수로 뛰었다. 아마도 올 시즌엔 가는 곳마다 '사제대결'을 펼쳐야 할 판이다.
# 야구만 기록경기냐, K-리그도 기록 경기다
보통 야구를 기록 경기의 대명사로 꼽는다. TV 중계 화면에 타자 타율이 타석마다 업데이트되고 투수가 바뀔 때면 출전 경기수, 승수, 이닝 수, 방어율 등 신상 명세가 나온다.
축구는 기록이라 해봐야 고작 골과 어시스트(도움) 밖에 없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물론 득점과 도움이 가장 중요한 기록이고 선수를 평가하는 기본적인 잣대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다른 기록도 있다. 야구처럼 20-20, 30-30 식으로 쌓아가는 골-도움 병산 기록도 있고 슈팅 대비 골 적중률, 전체 슈팅 대비 유효 슈팅 수, 크로스 성공 횟수, 태클 성공 횟수 등 다양한 기록을 볼 수 있다.
# 다양한 경기장도 팬들의 시선을 잡는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이뤄진 인프라 투자로 K-리그 14개 팀은 매끈하게 깔린 양잔디 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 각 팀 구장에는 애칭도 있다. 수원 빅버드와 대전 퍼플 아레나가 대표적인 예다. 포항전용구장은 팬들 사이에서 '스틸야드'로 불리다가 아예 공식 경기장 명칭을 포항 스틸야드로 바꿨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관중석 경사도가 다른 구장에 비해 가파르다. 계단으로 올라가다보면 숨이 찰 정도다. 대신 꼭대기 쪽에 올라가면 다른 구장에선 볼 수 없는 시야각이 형성된다. 마치 헬기를 타고 경기장을 내려다보는 듯한 색다른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부산 아이파크는 올 시즌부터 '가변좌석'을 만든다. 사직동 아시아드주경기장의 경우 아시안게임을 치른 구장이라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멀다. 그래서 'ㄱ'자형태로 본부석 반대편과 서포터스석에 5천석의 이동식 스탠드를 갖다붙였다.
# 더비매치는 재미가 두 배
K-리그의 대표적인 더비 매치는 수원-FC서울전이다. FC서울은 안양 LG 시절부터 수원과 경기도 앙숙으로 일진일퇴를 계속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수 더비가 됐다. 더비는 경마에서 유래한 지역 라이벌 전이다. 올해는 김호 대전 감독과 조광래 경남 감독의 대결을 '백제-가야 더비'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대전, 창원 연고라 그럴 듯하다. 광주 상무-전남 드래곤즈전은 '남도 더비', 지역은 아니지만 모기업이 같은 계열인 울산-전북 '현대가 더비', 포항-전남 '제철가(家) 더비'도 있다.
# 달라진 심판 판정도 볼거리
K-리그의 또다른 볼거리는 역시 주심 및 제1, 2부심들의 역할에 따라 경기의 흥미가 달라진다. 프로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홈 팬들의 열렬한 관심, 다양한 공격 전술과 선수들의 기술, 그리고 심판의 매끄러운 경기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김대영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은 지난 시즌 K-리그 경기 장면을 발췌, 편집한 자료를 활용해 사례별 판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난해 '팔꿈치 가격에 대한 엄중 조치'를 골자로 했던 프로축구연맹은 2008년 주요 지침으로 ▲개인 및 단체 항의에 대한 엄중 조치 ▲상대 선수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한 반칙, 난폭 행위에 대한 엄중 조치 ▲지속적으로 반칙하는 선수에 대한 후속조치 ▲경기재개의 지연에 대한 후속 조치 ▲추가 시간의 정확한 적용 등을 지키기로 했다. 심판들은 항의, 팔꿈치 가격, 핸드볼, 득점 기회 무산, 시뮬레이션, 오프사이드 등 늘 논란이 됐던 판정의 구체적 사례를 연구한 심판들이 올해 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