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명한 티베트인들이 18일 인도 다름살라에서 촛불 철야집회를 열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만약 고국 티베트에서 티베트인들이 저지르는 폭동이 통제불능 상태로 악화되면 자신은 티베트 망명정부 지도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위협했다.
  (베이징.청두.다람살라 =연합뉴스)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거세게 벌어졌던 티베트(시짱.西藏) 수도 라싸(拉薩)에서 18일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시위대를 색출하기 위한 가택수색 사실을 확인했으며 조만간 제2호 통고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19일 보도했다.

   중국군의 차단으로 외부에서 고립무원 상태가 된 라싸에는 시위대에 대한 투항 최후통첩 시한(17일 자정)이 만료됨에 따라 이날 추가 투입된 1만여명의 병력이 시내 요소요소를 삼엄하게 지키는 가운데 완전무장한 1천여명의 경찰이 가택수색에 나섰다고 현지 주민들이 외신에 알려왔다.

   시짱(西藏)자치구 정부 대변인은 최후통첩 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집집마다 가택수색을 통해 혐의자를 체포, 구금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당국에 자수한 티베트 시위대 수가 100여명을 넘었고 이중 일부는 직접 구타나 방화, 약탈에 개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갑차의 지원 아래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캄바 티베트족 거주지를 중심으로 가가호호를 샅샅이 뒤져 젊은 층을 마구 붙잡아가고 있다고 라싸에 거주하는 한 교민이 전했다.

   티베트 인권센터는 "이미 지난 15일부터 중국 경찰이 가가호호를 방문, 시위대 검거에 나서 수백명이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라싸 현지의 한 소식통 말을 인용, 중국 정부가 시위대의 투항 시한 이전인 지난 주말 이미 공안(경찰)이 라싸에서 시위 가담 혐의자 1천명을 체포·구금했다고 보도했다.

   라싸의 한 주민은 이날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무장경찰들이 운전하는 장갑차와 사병들이 탑승한 군용차들이 시내 주요 도로에 진을 치고 있고 대로변 도로에는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돼 신분증과 여행허가증을 검사하고 있어 마치 비상계엄 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대피한 조캉사 등 시내 주요 불교 사원은 병력이 이중삼중으로 포위하고 있으나 아직 병력 투입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승려들은 결사항전할 태세여서 병력이 진입할 경우 대규모 유혈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티베트인들은 간쑤(甘肅)성 마취(瑪曲)현에서 18일 오전 동조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로 19명이 숨졌다고 툽텐 삼펠(Samphel) 티베트 망명정부 대변인이 말했다. 티베트 망명 정부 주장에 따르면 이로써 지난 1주일간 라싸에서 80명, 마취에서 19명 등 총 99명이 사망했다.

   ◇라싸·청두 시내 표정 = 티베트는 현재 외부와 차단된 채 고립무원 상태다.

   외신기자들은 인근 쓰촨(四川)성의 청두(成都)로 추방됐으며 쓰촨성 여유국은 외국인은 물론 중국인까지 티베트 관광객 송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다.

   티베트와 오랜 연계가 있는 국제인권단체들조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없으며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라싸에서 취재를 해온 홍콩 기자 15명은 경찰의 종용으로 17일 오전 라싸를 떠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로 철수했다. 경찰은 라싸 공항에서 녹화테이프 등을 압수했다.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검거를 앞두고 홍콩 기자들을 미리 떠나게 한 것으로 관측된다.

   라싸 도심 곳곳에 완전 무장한 경찰 병력이 배치돼 지나가는 행인과 택시 등을 대상으로 신분증 검사를 하는 등 검문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그러나 중국계 신문인 홍콩 문회보(文匯報)는 라싸발 보도를 통해 상점이 문을 열고 일상 업무가 재개됨에 따라 라싸 시내를 다니는 차량과 행인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모든 도시가 일단 평온을 회복했으며 조캉사원 광장도 18일 다시 개방했다.

   ◇검거 상황 = 홍콩 방송들은 "중국군 1만여명이 추가로 라싸 시내에 진입했으며 완전무장한 진압경찰 수천명이 장갑차의 지원 속에 가택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교민은 캄바 티베트족 거주지에서 중국 공안들이 젊은 층을 붙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캄바 티베트족은 달라이 라마를 숭배하며 오체투지(五體投地) 순례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교민은 지인으로부터 중국 공안이 캄바 티베트족의 자택을 방문, 젊은이들을 데려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시위와 관련, 검거된 인원은 수백명에서 1천명설까지 있다.

   신화통신은 배마 치라인 시짱자치구 정부 부주석의 말을 인용해 유혈 폭력시위에 참가했던 시위대 105명이 경찰에 투항했다고 보도했으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티베트 정부관리의 말을 빌려 자수한 티베트인이 10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 티베트인들이 18일 브뤼셀 소재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 티베트 독립촉구 시위대에 대한 중국의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시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 동향 = 달라이 라마의 비서인 텐진 타클라는 18일 라싸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80명 이외에, 최근 간쑤성 등에서도 1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로써 망명정부가 주장하는 시위 사망자는 100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 사망자 수가 16명이라고 밝힌 이후 추가 상황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다람살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티베트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가 통제불능 수준이 될 경우 자신이 망명정부 수반에서 물러나겠다고 18일 밝혔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 의해 시위의 배후조종 집단으로 규정된 달라이 라마는 "상황이 통제될 수 없는 지경이라면 (내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완전히 물러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각국 동조 시위 계속 = 스위스 로잔과 벨기에 브뤼셀, 호주 시드니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18일에도 중국의 폭력 진압에 항의하는 소규모 시위가 이어졌으며 일부 시위대는 중국 관련 시설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본부 건물 앞에서는 이틀째 수백명이 모여 티베트 깃발을 흔들며 폭력 진압을 규탄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의회 건물 앞에서도 100여명이 모여 폭력사태 중단을 요구했고 영국에서는 티베트 지지자 2명이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전시중인 중국 진나라 시대 병마용의 목에 '티베트인 학살을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를 걸어놓기도 했다.

   호주 시드니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던 100여명의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는 중국 국기를 불태웠고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시위대가 EU 주재 중국 대표부에 돌 등을 던지기 시작하자 경찰이 최루가스를 뿌리며 진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