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엔 온통 마사지 업소 광고판에 건물 벽은 여대생 마사지 간판으로 도배하고 있으니 아이들 볼까 무섭네요."

부천시의 대표적인 주거밀집지역이자 상가지역으로 유명한 중·상동. 이곳 주민들은 최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어린 학생을 둔 부모들은 더더욱 그렇다.

사방이 온통 마사지, 안마, 주점 등 유흥업소에다 손을 이용해 남성에게 유사성행위를 제공하는 성매매 업소가 차지하고 있어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다.

중·상동의 밤은 유흥업소들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몰려드는 취객들로 금세 '흥청망청'한 분위기로 빠져들고 만다.

특히나 이곳은 언제부터인가 마사지 업소들이 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마사지라고 해서 다같은 마사지가 아니다. 속칭 '대딸방'으로 알려진 유사성행위 업소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마사지 업소들이 들어서 있는지조차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그래서인가 이곳을 아는 남성들 사이에서는 '마사지 천국'으로 통한다. 워낙 많다보니 선택의 폭이 넓어서인가, 인근 지역에서 그야말로 '원정'을 나올 정도라고 한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지난 18일 저녁. 어둠이 스멀스멀 몰려오자 먹자골목은 조용했던 낮의 모습은 간데 없고 인근 인천과 서울 양천구, 시흥 등지에서 모여든 회사원들을 비롯한 젊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짜여진 시간표라도 있는듯 5시가 넘어서자 건물 벽에 매달린 회전 간판은 불을 밝히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주점이 즐비하게 들어서있는 동네라 이곳저곳에서는 2차, 3차를 연거푸 외쳐대며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과 거나하게 취한 이들이 마사지 업소가 있는 건물안으로 사라지는 장면등은 매일 밤 벌어지는 진풍경이 됐다.

길거리 골목마다 늘어서있는 노랗고 빨간 빛을 뿜어내는 에어라이트(풍선 광고)는 혈기 왕성한 남정네들의 발길을 붙잡아 두기에 안성맞춤이다.

언제부터인가 스포츠 마사지를 빙자한 유사성행위가 성관계를 대신하는 새로운 성매매 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최근 퇴폐 업소들간 경쟁이 과열되어 '2+1 서비스' '여대생 마사지' '일본식 마사지' 등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광고들이 사방에서 번쩍거린다.

안그래도 중·상동은 마사지 천국이라 불릴만큼 수많은 업소가 있는데 6만~7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은 타지역 단골이 생길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게다가 유흥주점과 모텔도 집중돼 있는 이곳은 최근 가격 인하에 서비스 경쟁까지 붙으면서 '상큼 생큼 여대생 마사지 6만원' '20대와 사랑을 나누세요' 등  젊은 손님들을 상대로 하는 전단지와 광고판이 거리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
이밖에도 3~4년전 일본과 호주 일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는 '1대1 애인방' '1대1 즉석 유리방'의 새로운 형태의 업소가 속속 등장했다.

4만~5만원의 입장료를 내면 남성 혼자 들어갈 수 있을만한 작은 칸막이 방을 내어주고 벽 한 면에 뚫린 유리창을 통해 바깥쪽 무대에서 나체로 춤을 추는 여자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유리방이 이곳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근의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한 남성은 "여대생 마사지라고 광고는 하고 있지만 정작 그렇지 않은게 사실이다"며 "이곳은 대부분이 핸플(손을 이용해 자위행위를 해주는 것)업소로 유사성행위업소다"고 말했다.
이곳의 어의없는 상황은 이 뿐만이 아니다.

더욱 충격스러운 것은 건물 한 동에 위치한 업소들이 설치한 광고판의 3분의2가 퇴폐업소들이 설치한 마사지 광고판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 건물에는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는 입시학원과 독서실 등이 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S아파트 주민 박희윤(48)씨는 "아파트와 불과 왕복 4차선 도로를 마주보고 있는 먹자골목이 정작 주말이나 휴일에 가족끼리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면서 "아이들이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되고 다른 지역보다 비싼 땅값에 억울한 생각마저 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도시가 성매매 특구(?)
성매매 특별법 시행 4년. '성매매특별법에 의한 집창촌 단속은 결국 성매매업소의 주택가 침입과 확산을 불러올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현실화된지 오래지만 이곳의 사정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다.

한때 시내 유흥가 골목가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던 마사지, 안마 등을 빙지한 유사성행위 업소들이 이제는 주택가나 사무실 밀집지역까지 침투해 남성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상동 아파트 단지내 상가 밀집 지역 역시 이미 이들 업소로 넘쳐나고 이에 경쟁하듯 갈수록 변질된 퇴폐 업소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소에 대한 해당 관청의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손님을 유혹하는 광고는 길거리를 어느새 당당히 점령하고 있다.

경찰 및 해당 구청은 적극적인 단속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상태로 이곳을 '성매매특별구역'이라는 인상마저 심어주고 있다. 이들 업소가 내건 간판은  미풍양속을 해치는 불법·퇴폐 유해간판이며 청소년보호법 및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의한 우선 단속 대상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불법 안마시술소, 성매매 알선 등의 광고물은 청소년유해 매체물로 분류돼 행정조치 및 사법 처벌까지도 받게 돼 있다.

그러나 이곳 어디에도 이러한 법을 따른 곳은 보이지 않는다.
건물 한 층에 위치한 퇴폐업소 서너곳이 무려 10개 이상의 간판을 설치한 곳도 있고 특히 중동의 H빌딩과 I빌딩에는 입시학원과 독서실이 마사지 업소와 한층에 입주해 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또 중동 먹자골목 입구에 위치한 한 유리방 업소의 거리 광고판은 당초 한 개가 설치돼 있다가 현재는 에어라이트 간판이 3개로 늘어난 실정이다.

이들 업소는 3층 이하에는 외벽에 돌출 간판을 세우지 못하게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벽은 물론 도로에까지 지주를 세우고 회전간판을 설치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사실상 단속기관인 구청에서는 외벽 돌출간판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단속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휘황찬란한 낯 뜨거운 성인 광고물이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까지 파고들고 있으나 관련기관이 수수방관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스포츠마사지' 업소들은 자유업종이기 때문에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안마시술소'는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업태에 대한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지만 대딸방은 심지어 단속당한 바로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다시 문을 열고 장사할 수도 있을 정도로 법의 한계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

한편으로는 2년전 유사 성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유죄와 무죄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단속의 강도가 느슨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광호 중·상동 신도시주민연합회장은 "이 지역은 주거환경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게 사실이고 이에 대한 해당 관청의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며 "중·상동 뿐만 아니라 부천시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