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영국·미국/115분/ 드라마
감독: 저스틴 채드윅
출연: 나탈리 포트만, 스칼렛 요한슨, 에릭 바나
개봉일: 2008.3.20.목 (15세 관람가)
홈페이지: http://www.1000scandal.co.kr
★★★★★☆ (5.5/10)
근래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사극이 유난히 득세를 누리고 있다. 시대극이란 장르가 꾸준히 사랑받는 매력이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역사를 전제로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판타지의 영역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필리파 그레고리'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이번 작품은 그동안 이야기의 바깥에 머물고 있던 앤의 여동생 '메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삼각관계를 부각시키는 차별화로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아카데미 의상상 부문에 5번이나 후보로 지명되고 이중 '에비에이터',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2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샌디 포웰(Sandy Powell)'이 만들어낸 화려한 의상이나, 영국에 실재하는 오래된 유명 건물들을 찾아다니며 수고를 마다않은 풍성한 로케이션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타이틀롤을 맡고있는 두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과 '스칼렛 요한슨'일 것이다. 둘 다 개성있는 아역 배우로 시작해 아직 한참 젊은 나이임에도 탁월한 작품 선택으로 꾸준히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요란한 할리우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가십이나 스캔들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라는 점은 배우로서의 순수한 신뢰를 이끄는 요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가 가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산만함과 이를 뒤따르는 나른함은 참으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극을 총괄한 연출이란 부분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TV극에서 인정을 받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장편 영화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 감독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한다.
작품이 필연적으로 쟁취해야할 비장미의 거의 모든 것을 이끌어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은 영화음악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Everything Is Illuminated, 2005)', '잠수종과 나비(Le Scaphandre et le papillon, 2007)' 등의 영화에서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폴 캔텔론(Paul Cantelon)'의 서정적이며 섬세한 음악은 시작부터 귀를 사로잡는데, 딱히 새롭다거나 훌륭하다는 감탄까지 자아내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불안한 이야기와 연출의 흔들림을 견고히 뒷받침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