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하면 이제껏 신사임당만 부각된 게 사실이다. 정녕 '훌륭한 여성'이라고 하면 현모양처 외엔 없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제 누구라도 안다. 애초에 그런 여성들이 없었던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예컨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 중에서도 위인 '유관순'뿐 아니라 3·1 만세 운동을 앞장서 선동한 '수원기생'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여성 재조명 사업'이 더욱 빛난다. 역사속에서 철저히 감춰져 있던 여성들이 이 사업을 통해 비로소 '햇빛'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경기여성인물 재조명 사업의 평가 및 홍보방안 심포지엄을 주관한 강남대학교 경기문화연구소장 홍순석(53) 교수는 "경기여성인물을 발굴해서 조명한다는 아이템은 전국에서 유일한 사업인만큼, 참신하고 의의도 있다"며 "하지만 예산 2천만원이 오가는 큰 사업인데 정작 무엇을 하는지 계획성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정작 여성단체의 참여율이 저조하고 관심도 적다는 데에서도 알 수 있잖아요. 도민들은 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는 겁니다. 이벤트라고 해봤자 심포지엄, 강연이 고작이니 도민들의 관심이 저조할 수밖에요. 홈페이지조차 없습니다."

홍 교수의 따끔한 충고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임기응변'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도 고쳐져야 한다는 것. "2008년 경기여성이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어요. 4월초에나 선정하고, 중순에 사업계획을 접수해서 재조명할 위탁업체를 지정하고, 5월에 예산을 주는 식이죠. 그러다보면 올해 전반기에는 아무런 사업도 할 수가 없는거죠. 사실 용역이라는 명칭자체가 그래요. 재조명을 담당할 용역기관을 위해 사업공고를 내는 등 마치 '토목사업'처럼 추진되는데, 문화란 그런게 아니거든요. 차라리 이를 전담할 소위원회가 구성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