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경기(京機)' 깃발을 들고 중앙 정치판을 종횡무진 뒤흔들었던 도 출신 정치인들의 생명주기는 얼마나 될까. 이는 경인일보가 16대(2000년)·17대(2004년)·18대(2008년) 도내 총선 후보자를 컴퓨터 활용보도(CAR)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정치인의 생명은 '하루살이' 인생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 들어 3차례에 걸친 총선에서 경기지역서 2회이상 출마한 후보자는 17·18대 각각 28.6%, 28.3%에 불과했다. 16대 총선에 이어 17대에도 출마한 정치인은 171명(16대 후보자 총수) 가운데 49명, 이번 18대 총선에서는 229명(17대 총선 후보자 총수) 중 단 65명이다. 이처럼 도내 정치인들의 총선 재출마 비율이 적은 것은 각 정당 중앙당이 공천개혁 등을 명목으로 경기권 후보자의 대부분을 정치 신인으로 바꿔 왔기 때문이다.
■ '은막 뒤로 사라진 (정치)배우들'
1980~2000년까지 정치계를 풍미하던 경기 출신의 대표적인 인사로 연천·포천의 살아있는 전설 이한동 전 의원을 손꼽을 수 있다. 그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역임했고, '국민의 정부'에서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정계원로이다.
또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3선의 파주 이재창 전 의원도 있다. 그는 18대 총선서 공천을 받는데 실패했지만 경기 정치권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구리의 전용원 전 의원도 큰 나무다. 구리 워커힐 인근서 7대째 살아온 그의 일화도 만만치 않다.
용인의 남궁석 전의원도 정통부장관과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까지 지낼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불미스런 일로 2선으로 물러난 상태다.
반면 의원 금배지 조차 한번 달아보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정치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쩌면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의 포말처럼 사라지는 게 '정치인의 숙명'인가보다.
■ '거물 정치인은 지금 어디서 뛰나
중앙의 '거물 정치인'도 수시로 경기도를 드나들고 있다. 미디어에서 얼굴을 자주 접하고 있는 이들은 사실, 비경기 정치인들이다.
대표적인 인사로 우선 경기도지사를 지낸 통합민주당 손학규(서울 종로) 후보를 손꼽을 수 있다. 시흥 출신의 손 후보는 지난 16대 때 한나라당 광명 후보로 나섰었다. 통합민주당으로 둥지를 옮긴 손 대표는 이번에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한국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
친박연대의 홍사덕(대구 서구) 후보는 17대 때는 한나라당 고양 일산갑 후보로 출마했다 패배한 뒤 중간에 보궐선거로 광주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후보는 지역구를 대구쪽으로 옮기면서 경기도와의 인연을 뒤로했다.
고양 덕양갑서 당선됐던 대표적인 '노의 남자'인 유시민 전의원도 대구로 내려가 총선을 치르고 있다. 경기에서 성장한 정치인들이 전국을 무대로 '큰 정치'를 하고 있다.
■ '한번 정치인은 영원한 정치인'
정치인에게 은퇴란 없다.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이윤수 전의원이다.
이 전의원은 전통 야당 정치인 출신인 광주의 신익희 선생을 모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호실장까지 지내기도 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잠시 물러난듯 했다. 하지만 이 전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성남 수정에서 무소속으로 또 출마했다. 당선 여부를 떠나서 69세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 전의원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해 정치 2선에 물러났다가 또다시 '재기'를 노리는 인사들이 원내 진입할 그 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