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은 '왜 좋은 책이 절판되면 안되는지' 또 '절판된 좋은 책이 왜 복간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대가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 좋은 책들이 절판되면, 독자들은 동네 서점에 켜켜이 쌓인 먼지 속을 뒤지면서 책을 찾기도 하고 중고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책들이 편집이며 종이질이 떨어져 읽기에 불편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래서 독자들 취향에 맞춰 디자인과 편집을 새롭게 구성하고 시류에 맞게 다시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는 철저히 독자들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한 마케팅 일환인 동시에 좋은 책살리기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품절'로 표시되는 책도 독자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기는 매 한가지다. 절판은 출판사에서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남은 재고를 모두 폐기한 경우이지만, 품절은 출판사에서 재고가 소진된 상태를 뜻한다. 품절 도서는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 언제 구매가 가능한지는 말 그대로 '출판사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의 요청'으로 복간된 책들이 더욱 빛난다. 이는 만화책도 예외는 아니다. '바나나 피쉬'의 작가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 '러버스 키스'는 큰 사랑을 받았으나 2000년 절판되어 많은 마니아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시공사의 '오후 셀렉션' 레이블을 통해 복간됐다. 현재 알라딘에서 '편집자추천'도서에도 올라와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니지만 패션의 천재 이브 생 로랑이 그린 만화책 '발칙한 루루'도 독자들의 요청으로 복간된 경우다. 처음 출간된 것은 1967년이었다. 이후 절판되었다가 이브 생 로랑이 은퇴한 2002년에 파리의 유명한 셀렉트 숍(편집매장) '코레트(colette)'에서 호화판 장정으로 300부만 제작하여 한정 판매한 것이 큰 인기를 모아 2003년에 서점 판매용으로 복간되었다.
'서준식의 옥중서한'도 야간비행사에서 출판됐으나 절판된 바 있다. 이책은 71년 이른바 유학생 간첩단으로 체포되었다가 전향을 거부, 17년간 복역한 후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서준식이 수감 중 썼던 편지들을 묶은 책. 발가벗은 국가 폭력에 저항하면서 감옥에서 힘겹게 꿈을 지켜야 했던 젊은 정신이 감동을 준다는 평가에 의해 올해 1월 노사과연에서 개정판으로 복간되었다. 이 밖에도 최근 '새벽의 약속', '하늘의 뿌리', '대성당', '황금나침반', '황금노트북', '암스테르담',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핀란드 역으로', '연을 쫓는 아이' 등이 속속 복간돼 애독자들의 품에 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