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주전자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여기저기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를 들고 동네 구멍가게(?)로 막걸리를 받으러 다녔던 기억. 빈 주전자를 가지고 갈때는 투덜거리다가도 집으로 올때는 묵직한 주전자 주둥이를 통해 한모금씩 마시던 막걸리의 짜릿한 그 맛. 그리고 이내 누가 볼세라 새~빠알간 얼굴로 집안으로 들어서던 그때 그 추억.
얼마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서 모내기를 할때나 벼를 벨때(추수) 빠지면 안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새참과 함께 나오는 막걸리다. 이른 아침을 먹고 나왔지만 일이 고되다 보니 점심때가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금세 배에서는 '꼬르륵' 하고 신호가 온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새참과 함께 곁들여서 내오는 막걸리다.
서민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았던 막걸리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주인 소주에, 그리고 맥주, 위스키, 와인 등에 밀려 내리막길을 걸었던 막걸리가 부활의 날갯짓을 거듭하고 있다.
동네 어귀마다 '왕대포', '대폿집'이란 간판을 달고 노란주전자와 사발, 김치 등으로 대변되던 막걸리. 그리고 대학축제때면 빨리마시기 대회에서 어김없이 등장했던 막걸리(지금은 생맥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제는 신세대 입맛에 맞게 말끔히 단장한 프랜차이즈점이 허름했던 골목 주점자리를 대신하고 나섰다.
국세청의 2006년 술 소비동향에 따르면 막걸리(탁주) 소비량은 2002년 12만9천㎘에서 2003년 14만1천㎘, 2004년 16만2천㎘, 2005년 16만6천㎘, 2006년 16만9천㎘ 등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통 주전자 한통을 1.2ℓ로 봤을때 총 1억4천80만 주전자 가량의 막걸리가 2006년 한해동안 소비된 셈이다. 복고문화 유행과 체인점 활성화 등에 힘입어 올해는 그 상승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통기한이 짧았던 단점을 보완하고 포장방법 등이 개발되면서 서울탁주에서 만든 캔막걸리의 경우 1년간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할 정도로 보존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유통망도 넓어지고 편의점 등에도 납품되고 있다.
막걸리 성분도 변신하고 있다. '막걸리=쌀'이라는 등식은 깨진지 오래다. 여기에 인삼에서부터 홍삼, 잣, 한약재, 녹차, 홍차 등 최근 막걸리의 재료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도수도 6도만 고집하지 않는다. 배혜정누룩도가에서는 16도, 13도, 10도 부자 막걸리를 내놓았고, 소주를 빚는 화요에서는 15도 막걸리 낙낙을 내놓았다. 물론 칵테일 막걸리는 기본이다. 사용하는 누룩도 전통누룩, 쌀누룩, 밀가루누룩, 개량누룩 등 다양해지면서 텁텁하던 막걸리의 맛도 부드러워졌다. 편안하고 맛있게 취할 수 있는 막걸리가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중 최근 탁주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참살이 탁주는 국내 최초로 100% 무농약 유기농 쌀을 원료로 국립 한경대 연구팀과 무형문화재 남한산성소주가 3년간의 공동연구 끝에 탄생시킨 명품 탁주다.
게다가 도정한지 14일 이내의 쌀을 사용해 최고급 미질을 유지한 원료를 사용하고 있고 국립 한경대학교에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참살이 탁주는 현재 전통 요리주점인 '뚝배기 탁배기'에 독점 공급되고 있다.
빈대떡·파전과 먹으면 환상의 짝꿍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에 의뢰해 서울·경기지역 20대 이상 남녀 550명을 대상으로 전통 탁주, 전통 청주, 전통 소주에 어울리는 안주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다. '전통음식과 어울리는 전통주 개발을 통한 전통주 소비기반 확충방안 조사연구'결과 전통 탁주에 어울리는 최고의 안주는 바로 빈대떡, 파전과 도토리묵 순서였다. 이어 청주에 어울리는 음식은 생선회와 파전, 육회순으로 조사됐다.
'누룩으로 발효' 술덧 여과않고 만들어
주제법상 탁주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곡류 기타 전분이 함유된 물료 또는 전분당(澱粉糖)과 국(麴) 및 물을 원료로 해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지 아니하고 혼탁하게 제성한 것. 또는 그 발효, 제성과정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료를 첨가한 것.
막걸리는 지방 방언으로 대포, 막걸리, 모주, 왕대포, 젓내기술(논산), 탁배기(제주), 탁주배기(부산), 탁쭈(경북)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