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일(현지시간)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해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고 뉴욕 양키스 구장에서 대미사를 집전하는 것으로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6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쳤다.
교황은 이날 오전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그라운드 제로를 찾아 무릎을 꿇고 9.11테러로 숨진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교황이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이날 그라운드 제로 방문에 희생자 가족 16명을 비롯해 생존자와 구조요원 등 9.11 테러 피해와 관련된 24명을 초청했고 이들을 일일이 위로했다. 이들에게는 그라운드 제로의 잔해에서 나온 쇠로 만들어진 작은 십자가가 주어졌고 이 안에는 '9.11을 기억하며'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그라운드 제로 밖에서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서서 이 광경을 지켜봤다.
교황은 기도를 한 뒤 하느님께 "폭력적인 세상에 평화가 오게해달라"며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생명들이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염원했다.
교황은 또 증오로 마음과 정신이 소진된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 것을 기원했다. 교황의 이 말은 일부 사람들이 9.11테러를 자행하고 숨진 비행기 납치범을 위해 기도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논란을 불러왔으나 교황청 관계자는 이 말을 해석하는 대신 교황이 과격주의자들에게 그동안 폭력을 피하고 평화적인 수단만을 사용할 것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또 성수로 그라운드 제로를 축복하고, 이곳에서 숨진 이들에게 영원한 빛과 평화를 줄 것을 기원한뒤 여전히 슬픔에 빠진 가족들의 고통도 치유해달라고 말했다.
교황의 이날 그라운드 제로 방문은 방미 기간에 그를 보기 위해 환호하는 군중이 몰렸던 그의 여정에서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고 AP 통신은 설명했다.
교황은 그라운드 제로 방문에 이어 오후에는 뉴욕 양키스 구장에서 자리를 가득 메운 5만7천여명의 군중이 환호하는 가운데 대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를 후세대의 희망찬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자유의 축복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굳은 결심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황은 또 "자유와 기회의 땅인 이곳에서 교회는 다양한 군중을 뭉치게 하고 미국 사회를 위해 크게 기여했다"며 미국 교회를 칭송하고 200년의 미국 가톨릭 교회 역사에서 이민자들의 끊임없는 물결이 미국 교회를 풍요롭게 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세상에서 가장 무력한 존재인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태아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할 것을 강조해 낙태에 대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
지난 15일 미국 방문 길에 오른 교황은 기내에서 미국 내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사과를 한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교황은 워싱턴에 도착해 조지 부시 대통령 부부의 영접을 받은 뒤 다음날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교황은 17일에는 워싱턴 시내 내셔널 파크 야구장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 워싱턴 주재 교황청 대사관 내 소성당에서 성추행 피해자들을 면담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어 18일에는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기문 사무총장과 만나고 유엔 총회장에서 연설했다. 즉위 3주년을 맞은 19일에는 뉴욕의 성 패트릭 성당에서 미사를 통해 미국 가톨릭교회에서 일어난 사제들의 성추행 문제를 다시 언급하며 '정화와 치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같은 날 저녁 뉴욕 북부 영커스에 있는 성요셉 신학교에서 "나의 10대 시절은 자신들이 모든 답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악한 정권에 의해 훼손당했다. 나치는 괴물 그 자체였다"며 나치 치하에서 암울하게 보냈던 자신의 10대 시절을 고백하기도 했다.
교황, 그라운드 제로서 평화기원..미국 방문 마쳐
양키스구장서 대미사 집전.."자유의 축복 현명하게 사용해야"
입력 2008-04-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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