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표된 '학교 자율화 3단계 계획'(경인일보 4월 16일자 1면 보도)이 교육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도·인천시교육청, 교직원단체, 학부모단체, 학생 그리고 일선 학원 등 교육 관계자들이 이해 관계에 따라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교육학자들은 이를 환영하는 입장인 반면, 전교조와 학부모단체, 학생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또 인천시교육청은 "좀더 내용을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유보 입장을 보였고 교총은 "일선 학교에 자율권을 준다는 큰 틀은 찬성하되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선 학원들은 "학교의 학원화를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보충수업에 일선 학원 강사들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울질이 한창이다.

■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 계획'에 따라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일선 학교의 교육 과정 운영이나 교수·학습방법 등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지시·감독할 수 있도록 했던 법('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학교에 대한 포괄적 장학지도권')이 폐지된다.

이에따라 그동안 규제됐던 ▲0교시 및 심야·보충수업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시간에 정규 교과 수업 ▲수준별 이동 수업 등이 줄줄이 부활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수준별 이동 수업'의 경우 각 학교가 시설 여건, 학생·학부모의 요구와 수준에 따라 적합한 수업 방법을 자유롭게 결정,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우열반 편성'이 가능해졌다.

또 ▲시사 문제를 다루는 특별수업(계기 교육 수업) ▲학습 부교재 선정 자율화 ▲사설 모의고사 참여 등도 가능해졌다.

그외 각 시·도교육감(경인지역의 경우 경기도교육감, 인천시교육감)의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

먼저 교원에 대한 인사권이 각 시·도교육감에게 전면 위임됐다.

그동안 교장 임명권과 각 시·군·구교육청 교육장과 국장급 이상 장학관, 교육연수원장 임용권은 대통령 및 교과부 장관에게 있었다.

또 학교 교원 및 보직교사 배치 기준, 시·도교육청 교육연수기관 설립·폐지 문제도 시·도교육감이 교육 규칙이나 조례를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연구학교를 지정할 때에도 교과부 장관은 시·도교육감 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 교육계·학생·학부모·전교조 반응


"0교시·야간 보충수업 학생 건강보호 차원 규율 마련"

# 경기도교육청 '환영' 입장


김진춘 경기도교육감은 "이른 시간에 이뤄지는 정규 수업시간전 특기적성교육 형태의 학습(사실상 0교시 학습)과 야간 보충수업을 허용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건강 보호 차원에서 합리적인 규율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며 이 경우 학교 구성원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열반 편성 허용과 관련해서도 "일류대학 진학반, 이류대학 진학반 등의 형태로 학생들의 반을 나누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지금도 일부 과목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고 있는 만큼 한정된 교과목(영어·과학 등) 내에서 수준별로 반을 나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허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실력차가 많은 영어·수학의 경우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낙오하게 만든다"며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 야간 심화학습도 일부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설 모의고사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도내 고3의 경우 연간 7차례에 걸쳐 도교육청 등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를 보고 있다"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별도의 사설 모의고사는 허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학교·학생들 의견 수렴해 세부시행 내용 가닥"

# 인천시교육청, 사설 학원계 '일단, 지켜보자'


인천시교육청은 "0교시 수업, 야간 보충수업 등 세부시행 내용에 대해서는 일단 유보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일선 학교 및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시교육청은 또 방과후 수업시간에 사설학원 등 영리 단체 강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허용 불가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사설학원 등 영리단체에 방과후학교 운영을 맡겨 강사들에게 국어·영어·수학 등 정규 과목도 가르칠 수 있도록 한데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학원연합회 경기지회장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과후 학교를 자율적으로 하게함으로써 교육 현장의 중심에 있어야 할 교사의 자리가 사라지고 학교가 영리를 목적으로 영업하는 곳으로 전락해 학교를 학원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사설학원 원장은 "학원 홍보로는 이만한 게 없을 것 같다. 사설학원 강사들이 강의하다 보면 학생들이 기존 교사들과 자연히 비교하고 교사들이 자극을 받아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부 학생들은 "특별히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학원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좋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우열반 나누면 민감한 시기 학생들 좌절감 느낄것"

# 학생·학부모, 선별적 반대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우열반 수업'과 같은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교육연구소와 주간 '교육희망'이 지난 17일 서울지역 고2 학생 1천2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를 실시한 결과, 0교시 수업은 86%가, 우열반은 68%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보충수업은 찬성 38.6%, 반대 61.4%이고 사설 모의고사 허용은 찬성 44.9%, 반대 55.1%로 사설 모의고사의 경우 다른 항목에 비해 찬성 비율이 높았다.

0교시 수업을 허용하는 것이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78.2%, '도움이 될 것이다' 21.8%이고 우열반의 경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63.2%로 나타났다. 야간 보충수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53.1%이고 사설 모의고사는 '도움이 될 것이다'(54.6%)는 의견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45.4%)는 의견보다 많았다.

학부모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용인의 한 학부모는 "'우등반'에 속하는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며 "'우등반'에 들지 못한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열등반'에 속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민감한 시기에 엄청난 실망감과 좌절감만 느끼게 될까 두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 무한경쟁 내모는 꼴 … 전면 재검토해야"

# 전교조, '결사 반대'


전교조 경기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등 일부 교육단체들은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학교 자율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 경기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등은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과학기술부와 도교육청은 학교자율화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열반 금지 지침이 있는 요즘에도 안성 A고등학교는 우열반을 편성, 운영하고 있고 B고교는 새벽 1시까지 일부 우수 학생들을 모아 자율학습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그외 많은 학교들이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야 보충학습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수원 C고교는 오전 7시에 등교를 하도록 한뒤 7시 50분부터 1교시를 시작하고 있으며 D고교는 오전 7시10분부터 이미 방송 강의를 진행하는 등 편법적인 0교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침이 폐지되면서 각 학교들이 앞을 다퉈 '0교시 수업' '우열반 수업'을 실시한다면 도교육청은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꼴"이라고 했다.

한편 전교조 등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1인 시위와 대국민서명운동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