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으로 화장실 구경하러 가자."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함께 수원의 또하나의 명물(?)은 화장실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화장실을 뒷간, 변소, 측간, 통싯간, 똥구당으로 부르며 멸시하고 수치스러움의 장소로 여겼다. 그나마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의 '해우소'만이 다소 격조가 있는 용어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수원시는 이처럼 멸시돼온 화장실을 세계적 수준의 수원 명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화장실 선진화 및 세계화 비전 선포식'이 수원에서 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연무대화장실 내부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에 참석중인 세계 50개국 대표단 150여명이 화장실 문화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수원을 방문, 행궁화장실 등 수원의 유명 화장실들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이들 대표단들은 당시 화장실을 둘러보고는 감탄을 연발했었다. 그렇다면 이참에 수원시가 자랑하는 화장실을 구경삼아 가보는 것은 어떨까.

우선 수원 화성 성곽의 이미지를 적용, 원형으로 건축된 '화성행궁 화장실'은 수원시내 화장실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노랑, 주황의 원색을 사용해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화성 성곽을 상징한 설계로 주변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내부 시설물은 웬만한 카페를 연상시킬 정도다.
은은한 실내 조명에다 한쪽 지붕이 유리로 돼 자연채광이 가능하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 화장실을 찾은 이들에게 마치 카페에 들어온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양변기에는 센서가 달려있어 물이 자동으로 내려가 사용자들을 두번 놀라게 한다.

▲ 연무대화장실 외부
행궁화장실에서 만난 정모(42·용인시 기흥구 중동)씨는 "화장실에 와서 사진을 찍어보기는 처음"이라며 "공중화장실이라고 하면 불결하고 사용하기 꺼림칙한 것으로 인식돼 왔는데 수원의 화장실은 문화상품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맞은편 야외음악당에 위치한 '염원화장실'도 외부인들의 눈길을 끈다.

▲ 월드컵 경기장 축구공 화장실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이름도 '염원화장실'로 붙여졌고 외관은 거대한 축구공 모양으로 오히려 미술 작품에 가깝다.

이 화장실은 축구공을 그대로 본따 만든 월드컵구장 옆 '축구공화장실'과 함께 수원의 양대 축구공 화장실로 유명하다. '축구공화장실'은 수원을 첫 방문한 사람들이면 누구나 설치 미술품으로 생각할 만큼 빼어난 외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고 있다.

수원 화장실 문화의 최초 선두주자랄 수 있는 광교산 입구의 '반딧불이화장실'은 처음의 신선함과 편리성은 이후 등장한 화장실에 비해 다소 처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광교산의 명물로 통한다.

▲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
'반딧불이화장실'은 중앙 홀 전체에 천창을 둬 자연채광을 극대화하고 꽃과 인공잔디를 이용한 인테리어로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주변에 자동판매기를 설치, 등산객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길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해 특히 인기가 높다.

'만석공원화장실'은 악취가 없는 화장실에 내부 인테리어를 동양적 이미지로 조성,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05년 제2회 '아름다운 화장실을 찾습니다' 경기도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한 만석공원화장실은 특히 입구 중앙 로비 전체에 김홍도의 풍속화를 연상케 하는 벽화를 그려넣어 마치 갤러리에 온듯한 느낌을 주고 때론 동화속 요술집에 온듯한 느낌도 준다.

화성 성곽순례의 첫 출발지인 '연무대 화장실'도 많은 내·외국인들의 관심을 끄는 화장실중 하나다.

성곽의 이미지에 맞게 외관은 고풍스런 기와 지붕을 갖춘 한옥으로 지어졌으며 내부 화장실 문은 양반집 대문 양식의 문고리가 설치된 나무 문으로 제작됐다.

이외에도 '창룡문외성화장실'과 팔달산의 '진달래화장실'등도 볼거리다.

수원시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지난해 청결한 화장실 관리를 위해 24억원을 들여 베이비시트, 에티켓통과 음향기, 비데 등을 설치해 호텔급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수원시의 공중화장실은 시설이나 관리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수 화장실 투어 등으로 작년에 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 간 인원만 28회에 걸쳐 588명에 이른다"며 "일부 외국인들은 화장실을 기념촬영 장소로까지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화장실이 깨끗하게 꾸며지다보니 일부 비품이 자주 사라져 골치"라며 "이들 화장실의 경우는 관리인들이 퇴근하는 오후 10시 이후에는 피치못하게 문을 닫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