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수원의 봄, 우리가 이끈다."
프로축구 2008 K리그 수원 삼성이 시즌 초반부터 파죽의 연승 행진을 거듭하며 하늘로 비상하고 있다.

수원의 연승 행진의 비결은 신영록·서동현·조용태 등 젊은 공격수들의 활약도 있지만 그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안정된 '수비라인'이 구축됐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9경기(8승1무) 무패행진, 무실점 7연승을 떠받치고 있는 수원의 수비수 3인방, 이정수-마토-곽희주를 최근 화성에 있는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수비수 3인방은 "3년째 호흡을 맞춰오고 있어 멀리서 상대 몸짓만 봐도 무얼 원하는지 안다"며 서로를 보며 미소 지은데 이어 "특히 최근엔 공격수들까지 수비에 가담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무실점 행진이 가능했다"고 겸손해 했다.

수원은 수문장 이운재가 든든히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마토(191㎝)·이정수(185㎝)·곽희주(185㎝)로 구성된 수비라인이 일단 높이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무실점 원동력이 되고 있다. 빠른 곽희주와 힘 좋은 마토가 센터백으로 짝을 맞췄고 왼쪽엔 수비가 좋은 이정수가 있다.

수비수 3인방은 "올해 수원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상당히 많이 뛰며 전후반 내내 압박을 늦추지않고 있어 상대 선수들이 힘들어하는게 보인다"며 "동계훈련에서 기초 체력훈련에 매진했던 것이 좋은 효과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수원은 지난해 수비라인의 핵인 곽희주와 이정수 등 스피드가 좋은 두 수비수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해 위기에 빠졌었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곽희주와 이정수가 국가대표로 뽑히는 등 최고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차범근 수원 감독의 '수비진 구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나이도 28~29세로 비슷한 또래로 완벽한 찰떡호흡을 과시하고 있다. 게다가 송종국까지 가세할 경우 포백라인도 자유자재로 가동할 수 있어 수원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고 있다.

이런 결과일까(?). 올시즌 수원은 성남에게만 골을 허용했을 뿐 FC서울·대전·제주·부산·경남·울산 등 어떤 팀도 수원의 두터운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최근 차범근 감독님이 많이 부드러워지셨다는 걸 느낀다"는 수비수 3인방은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다고 자신감을 심어줘 젊은 선수들이 계속해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연승 원동력을 분석했다.

이들 중에서도 수원 삼성 입단 3년차 이정수(28)는 최강의 컨디션으로 이번 시즌 활약이 돋보인다.

이정수는 이번 시즌 경남전때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것만 제외하고 모든 경기를 풀타임 뛰며 빈틈없는 수비를 펼쳤다. 이싸빅이 팀을 떠난 빈자리를 부상에서 돌아온 이정수가 훌륭하게 그 이상의 몫을 해주고 있는 것.

이정수는 "지난해 8개월 정도 쉬고 10게임밖에 뛰지못했다"며 "올해 동계훈련때 하루도 안빠지고 훈련에 임하며 몸을 만든 게 주효한 것 같다"고 이번 시즌 대비에 대한 강한 의욕을 표시했다.

이런 이정수의 활약에 최고참인 이운재도 "이정수가 몸을 잘 만들어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하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정수가 좋은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185㎝, 76㎏ 정확한 헤딩실력과 몸싸움 능력까지 갖춘 이정수는 경희대 대학시절 스트라이커였다. 지난 2002년 안양 입단후 그해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만큼 공격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2003년 당시 안양 조광래 감독은 이정수를 수비수로 변신시켰고 2004년 신생팀 인천 유나이티드로 옮긴 뒤엔 임중용 등과 함께 인천 수비의 핵으로 활약하며 이듬해인 2005년 인천 준우승 돌풍을 이끌었다. 지난 2006년 수원으로 이적한 이정수는 잦은 발목 부상에 시달리며 지난해까지 팀내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동계훈련기간 각고의 노력으로 컨디션을 회복한 이정수는 무실점 7연승을 이끌고 있다. 이러면 조금 자만할 것 같기도 한데, 이정수는 아직도 멀었단다.

"처음에는 무실점 행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한 4경기 연속되다보니까 그때서야 신경이 쓰이더라"며 "운이 따라줘서 가능했겠지만 새삼 경기때마다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싶다는 욕심에 더 열심히 뛰게 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지난 16일 부산전에서 수비수 곽희주가 골을 넣은데 대해 부럽지 않느냐고 묻자 "사실 수비수라고 골 욕심이 없겠냐. 그렇지만 일단 팀의 승리가 우선"이라며 "아무래도 수비수다 보니까 상대 공격수들과 몸싸움으로 인한 경고는 피할 수 없지만 가끔 쓸데없는 경고는 아쉬워 더욱 조심하겠다"고 더욱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다짐했다.

이정수는 올해 동아시아게임대회에서 처음 A매치에 출전하는 등 최고조에 달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정수가 국가대표 명단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정수는 지난 2005년 7월 본프레레 감독 시절 동아시아연맹 선수권대회때 대표팀에 포함됐지만 훈련중 불의의 발목 부상으로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는 비운을 겪은 바 있다. 이후에도 이정수는 잦은 부상으로 인해 태극마크와는 인연을 맺지 못해오다 최근에야 허정무 감독의 러브콜을 받게 된 것이었다.

"이번에 처음 A매치에 나가게 돼 감회가 새롭다"는 이정수는 "개인적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일단 팀의 우승에 일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자신의 욕심보다는 팀에 대한 사랑이 중요하다고 못박았다.

또 이정수는 "최근 연승행진을 통해 팀내 사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며 "이런 기세를 몰아 올 시즌 꼭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동안 부상으로 인해 고생을 많이 해 올시즌은 경기 전후 항상 보강운동을 하는 등 어느 때보다 몸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정수는 "앞으로도 부상없이 매경기 출장해 수원의 우승을 견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당찬 각오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