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지난 2월 네팔에서 PKO 임무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고 박형진 대령의 아들 박은성(26) 상병이 순직자 자녀에게 주어지는 병역단축을 거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포천에 있는 6포병여단 관측대대 의무병으로 복무중인 박 상병은 남은 9개월 동안을 군인의 신분으로 만기제대 하기로 결심했다.

병역법상 부모 배우자 또는 형제자매 중 순직자가 있을 경우 복무기간을 모두 마치지 않고 조기에 전역할 수 있지만 박 상병은 이를 거부한 것이다.

박 상병은 "아버지께서 생전에 늘 말씀해 주신 '작은 일에 충성하라'는 것과 한 목사님께서 '충성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따라 저에게 주어진 국방의무를 명예롭게 마치기로 했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상병은 일과 후에는 대대 군종병을 자청, 자원봉사를 하면서 후임병들의 조언자 역할을 수행하는 등 대대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박 상병이 대대에 남기로 결정하자 가장 기뻐했던 것은 동고동락해 오며 전우애를 쌓아온 대대원들. 박 상병이 군종병을 맡으면서 부대원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는 등 부대내 박 상병의 자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 22일 박 상병에게 "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잇는 박 상병이 대견하다"며 격려서신과 격려품을 전했고 이상의 3군사령관도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박 상병을 두고 한 말 같다"며 칭찬했다.

박 상병은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말씀을 받들어 남은 군생활을 성실하게 복무하고 전역한 후에는 국제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위해 보람있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