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오바마여, 엘리트란 꼬리표를 버려라."
선거 귀재 칼 로브 전 백악관 정치고문의 충고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두 차례나 대선 승리를 안겨줬던 로브는 뉴스위크 최신호 기고를 통해 백인 홀어머니 아래서 어렵게 자란 흑인 오바마는 결코 엘리트일 리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컬럼비아와 하버드대를 거치면서 그는 결국 엘리트의 가치를 지니게 됐다며 이 같이 조언했다.

   오바마는 아이오와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했지만 민심은 변하는 것이며 그에게 우호적인 평론가들조차 젊은층과 흑인, 부유층의 지지만으로는 그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로브는 밝혔다.

   그런데도 오바마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중소도시 유권자들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표를 잃는 등 보통 미국인들의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의식이 두터워지고 있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오바마가 해야 할 6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오바마의 연설은 이제 식상하다. 지난주 펜실베이니아 경선에서 패배했을 때 언론과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졌어야 했다. 11월 본선에 통할 수 있는 참신한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피로하고 산만한 톤을 버리고 처음처럼 낙관적인 기조를 되살려라.

   둘째, 곤경에 처하면 하나만 택해라.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정신적 스승인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의 미국 비하 발언이 나왔을 때 자꾸 말을 바꾼 것이 큰 타격이 됐다. 처음부터 라이트 목사의 말은 잘못됐다고 명쾌하게 말했다면 박수가 쏟아졌을 것이다.

   셋째, 미국의 단결을 외치는 오바마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초당적 일치를 이끌어낸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되면 공화당 각료를 임명하겠다고 공약하고, 내정자를 발표하라. 공화당원들이 공감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초당적 이슈를 당장 의회에서 제기하는 것도 더없이 중요하다.

   넷째, 오바마는 변화의 시급성을 주장한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다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바란다. 선거운동 시간을 줄이고 상원 업무시간을 늘려라. 거대한 이슈를 택해 거세게 밀어붙여라. 승패를 떠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일 것이다.

   다섯째, 공격을 중단하라. 오바마는 정치를 뛰어넘는 존재같다는 이유로 떠올랐다. 상대를 비난할 경우 구태정치와 다름없다는 역공에 직면해 인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공격은 일시적으로 만족스러울지 모르나 결국 오바마의 매력을 해친다.

   여섯째, 경험이 부족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일할 것이란 확신을 구체적이고 믿을 수 있게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없어 사람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오바마가 자신들의 관심사를 잘 해결할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직한 열정과 의지를 보고 싶어한다. 숫자나 작위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 가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현안을 열심히 공부하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라.

   오바마는 재능과 지력을 갖췄고 선거운동의 힘찬 출발이 좋았다. 하지만 대권 도전은 오바마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고, 그동안의 실수로 오바마는 엘리트라는 의구심을 사람들에게 갖게 만들었다. 오바마의 경선 승리는 거의 확실하지만, 민주당원들은 올 가을 본선을 염려하고 있다. 오바마는 그런 그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백악관 정치고문직을 물러난 로브는 뉴스위크에 글을 기고해왔으며, 이달 초엔 오바마의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위한 충고의 글을 실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