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한루 전경
바야흐로 초록빛 산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비경이 절정인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까지 들어있는 5월은 가정의 달. 바쁜 회사일로 미뤄 왔던 가족 여행, 오순도순 가족의 손을 잡고 훌쩍 떠나기 좋은 곳이 바로 춘향골로 유명한 남원이다. 남원은 지금 축제의 도시다.

전주에서 춘향로(17번 국도)를 따라 남원으로 가는 길. 일명 춘향고개로 불리는 박석고개에는 그 옛날 한양으로 떠나는 이몽룡을 춘향이 경황 중에 버선발로 배웅 나와 생겼다는 춘향버선밭과 가슴 아린 이별을 나눈 오리정, 눈물방죽이 남원 초입부터 이어진다. 한바탕 꽃잔치가 끝난 남녘은 신록이 들녘을 감싼 풍경이 정겹고 눈이 맑아지는 것처럼 시원스럽다. 지리산의 서북쪽 관문인 남원은 문화와 역사, 예술,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땅이다. 우리나라 문학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춘향전'의 무대로, 국내 최초로 '사랑' 이란 테마를 도입한 테마 도시다.

▲ 신관사또 부임행사
1일부터 5일까지 펼쳐지는 춘향제는 가장 연륜이 깊은 우리나라 축제 가운데 하나다. 사랑과 절개의 상징인 춘향을 기리기 위한 이 전통문화축제는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78회째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사랑축제다. 춘향제는 전국 1천여개의 지역축제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99년 이래 9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 문화관광 축제로 선정돼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축제다.

이번 축제는 '고전과 현대의 만남', 즉 옛것과 새것의 조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광한루원 내는 춘향이 살던 18세기 숙종시대의 생활상과 연애상을 재현해 축제장에 들어서는 순간 사랑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빠져들게 된다. 올해 신설된 '숙종시대 속으로'는 월매마당과 동헌마당, 그리고 선비마당에서 주모, 욕쟁이, 포졸이 등장하는 동헌 재판쇼와 선비의 시조경창, 기생의 화관무가 즉석에서 연출되며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퍼포먼스도 매일 펼쳐진다.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춘향국악대전은 소리의 본향인 남원의 뿌리를 되새기며 국악의 혼을 느낄 수 있는 자리로 광한루원의 고전적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숙종시대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 이별하는 춘향과 몽룡
남원은 우리 소리문화의 맥을 잘 기리고 있는 도시다. 판소리 다섯마당, 용어 해설비 등이 조성된 동편제거리를 지나 춘향교를 건너 우대로 들어 찾아가는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는 춘향제 기간에 특별공연 '춘향전'이 갈채를 받고 있다. 귀동냥이 쌓이면 귀명창이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창극과 판소리가 진행되는 객석에서는 "얼씨구", "어~잇", "좋구나" 하는 추임새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흰머리가 내려앉은 촌로지만 고수 부럽지 않은 추임새가 공연장 분위기를 한층 즐겁게 한다. 또한 국악의 명인 명창들이 꾸미는 '춘향국악대전'도 화려하게 펼쳐진다.

무대와 객석이 우리 소리 신명에 한껏 달아오른다.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의 문화와 관광 자산을 잘 보존하여 발전시키고 흥겨운 축제의 마당으로 승화시킨 남원사람들이 호흡하고 열광하는 춘향제는 아름다운 축제 마당이다. 이번 행사는 축제에 쉽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축제환경과 경관을 조성한 것이 또 하나의 특징. 특히 요천에 설치된 섶다리는 광한루원에서 승월교로 되돌아가지 않고도 하천을 통해 사랑의 광장으로 갈 수 있게 해 일종의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사랑의 구름다리로 연출한다. 밤에는 관광객들이 소원을 적은 풍등을 만들어 날리고 다리 밑에는 남원의 사라진 옛 모습 중 하나인 소금배를 띄워 옛것과 놀이를 즐길 수 있다.

 
 
▲ 신관사또 부임 행렬
■춘향 테마공원과 창극 '춘향전'

남원 춘향테마공원에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세워진 춘향촌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을 촬영했고, 인기 드라마 '쾌걸춘향'을 촬영한 곳이다. 사랑과 정절을 지켜낸 춘향이 이몽룡과 재회하는 극적인 장면도 재현된다. 월매집 부용당은 이몽룡과 성춘향이 백년가약을 다짐한 장소다. 사랑채에 내걸린 '사랑의 맹세관' 앞에는 사랑의 축원과 오작교를 건너며 약속한 사랑을 글로 영원히 남기고 싶어 하는 연인들이 보물찾기를 하듯 찾는 장소다.

또한 춘향 테마공원에서 다리를 건너면 남원의 명소 광한루도 축제의 중심이다. 광한루는 원래 조선 세종때인 1419년 황희 정승이 건립하고 광통루라 불렀지만 1444년 관찰사 정인지가 그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여 이곳을 월궁 속에 있는 광한청허부와 같다 하여 광한루라 이름을 붙였다. 소설 '춘향전'에서 이도령과 춘향이 인연을 맺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춘향이와 이몽룡의 옷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연인들이 많다. 광한루원(사적 제303호)에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담긴 오작교를 비롯해, 광한루를 중심으로 춘향사당 춘향관, 월매집, 완월정, 영주각, 삼신산 등의 여러 정자와 누각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매월당 김시습의 한문 단편소설 '만복사저포기'도 남원이 배경이다. 춘향전과 달리 '만복사저포기'는 남자의 절개를 말하고 있는데, 고려 초기 거찰이던 만복사 터에는 현재 석인상 같은 보물급 문화재가 남아 있다.
▲ 만복사지

정령치를 넘어 만나는 지리산의 북쪽, 산내면과 인월면 일원은 '흥부전'과 '변강쇠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실상사와 부속 암자들로 유명한 산내면 일대는 특히 뱀사골과 달궁, 반선 등 계곡이 아름다운 곳. 그 중에서도 반야봉(1천732m)과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이 뱉어낸 물줄기들이 모여 이룬 뱀사골 계곡은 최고다. 특히 이맘때면 핏빛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을 찾으면 연분홍 꽃터널을 걸을 수 있다.

여행수첩/
■가는 길=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거쳐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나간다. 전주 우회도로를 이용해 남원 이정표를 보고 직진한다. 17번 국도를 따라 남원으로 가면 된다. 춘향이와 이몽룡이 마중나온 터널을 지나면 곧바로 남원 시내다. 축제는 광한루원과 춘향테마공원에서 펼쳐진다. 문의:남원시 문화관광과 (063)620-6165

■맛집=남원의 별미는 첫손에 추어탕을 꼽는다. 대부분 이름난 추어탕 전문점이 광한루 인근에 몰려 있다. 남원추어탕의 원조격인 남원새집(063-625-2443)을 비롯해 현식당(063-626-5163), 일성식당(063-625-5793), 남원추어탕(063-625-3009) 등. 또한 남원은 풍류의 고장이다. 넉넉한 남도의 인심처럼 한상 가득 차려지는 한정식집이 많다. 종가집(063-626-9988)은 옛날 명지호텔이라는 한식호텔이었지만 지금은 남원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한정식집으로 거듭났다. 종가집 안쪽의 정원도 구경거리다.

■잠자리=남원시내는 호텔과 콘도가 많아 숙박여건이 좋은 편이다. 국민호텔(063-636-7114), 남원호텔(063-626-8551), 구룡관광호텔(063-636-5733), 한국콘도(063-632-7400), 일성콘도(636-7000), 토비스콘도(636-3663).

여행tip/
■ 영양 덩어리 남원 추어탕 별미
▲ 추어탕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이면 추탕, 으깨서 끓이면 일명 추어탕이라고 말한다. 주로 추어탕에는 미꾸라지를 쓰고 숙회나 튀김 등은 미꾸리를 쓴다. 미꾸라지는 지방은 닭고기보다도 적지만 단백질은 쇠고기보다 많다. 또 칼슘은 멸치보다 월등하게 많은 영양 덩어리다. 남원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푹 삶아 으깬 뒤에 된장으로 맛을 낸 시래기와 들깨를 듬뿍 넣어 구수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남원의 추어탕집은 광한루원 공영주차장 옆 골목에 모여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