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수원지법에서 첫 공판이 열리는 정씨는 과연 어떤 처벌을 받을지, 또 정씨의 범행동기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는 뒷얘기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정씨 어떤 처벌받나
정씨는 두 어린이 살해사건만으로 최고 무기징역에서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를 약취·유인 후 살해했을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성폭행 등 살인' 조항에 해당되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여기에 사체은닉 혐의를 기술한 형법상 '사체 등의 영득' 조항은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공소유지를 자신하고 있다.
# 범행동기
범인 정씨는 왜 무슨 이유로 이토록 잔인하게 어린이들을 살해했을까. 전문가들과 수사를 맡은 경찰은 정씨의 잘못된 여성관(觀)을 지적하고 있다.
정씨는 청소년기인 고등학교 1학년때 부모가 이혼하고 그때부터 자식들을 학대하는 아버지와 계모 밑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충동적인 성격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정씨 집에는 지난 10여년간 수백편의 아동음란동영상을 포함해 1천400여개의 음란동영상과 1만여개의 음란사진 및 여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하는 과정이 담긴 속칭 '스너프' 동영상 등을 컴퓨터로 수집해 반복 시청해 오면서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강제로 성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었다. 정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홀로 집에 있다가 외로움과 갑작스런 성적 충동으로 어린이나 성인을 가리지 않고 지나가는 여자를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할 것을 마음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도 "정씨는 지난 10여년간 각종 음란동영상 이외에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과정이 담긴 동영상 70편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반복 시청했다"며 "그 영향을 받은 상태에서 작년 성탄절 저녁에 외로움을 해소하고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충동으로 범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상섭 공주치료감호소장의 정신감정결과, 정씨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단됐고, 성적 가학증 및 소아기호증이 의심됐다"며 "그러나 사물 변별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범행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동거하던 2명을 포함, 여성들과 여러 차례 교제했으나 모두 헤어졌고 그 과정에서 여자에 대한 심한 배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범죄과정
검찰은 "정씨가 검찰수사에서 '우리집에 있는 강아지가 아프다, 와서 돌봐달라'며 아이들을 집으로 유인했다고 진술했다"며 "혜진·예슬이가 평소 정씨 집 주인 아이들과 어울려왔고 아이들이 정씨를 따라갔던 만큼 다른 사람이 봤더라도 의심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정씨는 "사건 당일 술을 마시고 본드를 흡입한 환각상태로 골목길에서 만난 두 어린이가 모멸감을 주는 눈빛을 보이는 것으로 착각하고 강제로 끌고가 성추행한 후 살해했다"고 진술했지만 골목길에서 다 큰 두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목격자가 한 명도 없는 점 등 여러가지 의문을 남겼다.
# 안양사건 의문점 풀렸나
수원지검에 따르면 피의자 정씨는 검찰에 송치되기 전 '본드를 마시고 환각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비정상적인 상태에서의 범행으로 자신의 죄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사건당일 오후 5시30분에서 6시 두 어린이를 집으로 데려와 살해하기 전까지 술이나 본드를 흡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두 어린이를 살해한 후 오후 7시30분에서 오후 8시 사이 본드를 조금 마셨고 화장실에서 시신을 훼손하기 직전인 오후 10시30분께 본드를 다량 흡입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렌터카 운행거리(179㎞)는 범행경로 실측과 차량운행기록 대조를 통해 확인됐다. 정씨 진술만을 토대로 범죄를 재구성하면 렌터카 운행거리 중 60㎞가 비어 '제3의 범행장소가 있지 않을까' 의구심이 일었다.
검찰은 "실측결과 시신을 처리하는 데 120㎞ 정도 소요됐고 나머지 60㎞는 차를 빌려오고 돌려주는 과정, 시신 유기장소를 찾아 헤맨 거리 등을 감안해 입증됐다"고 말했다.
# 검찰조사
경찰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수원지검은 정씨에 대해 형사3부 김홍우 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정씨는 검찰조사에서 고분고분하게 조사에 응했으며 식사도 잘하고 가끔 가벼운 농담도 던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참고인들이 대부분 여성인 점을 감안해 여검사(정현주)를 현장에 투입해 피해자 주변 진술을 받아냈고 진단방사선과 전문의 여검사(강보경)에게 검시 및 부검 분석을 맡기고, 여죄, 공범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4차례 영상조사, 정신감정, 모든 참고인 재조사, 렌터카 운행 실측조사 등을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억울하게 희생된 두 어린이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