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대부분의 극장에서 내려진지 오래된 이 영화를 굳이 '찾아가면서'보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그것은 식코가 현재 미국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재앙같은 의료보험제도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소재가 된 미국의 의료현실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의료시장화정책 소식과 맞물리면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현실적 위기감이 우리 국민에게도 닥쳐왔기 때문이다. 식코의 메인카피가 의미심장하다. '돈 없으면 죽으란 말이요?' 정말? 돈없으면 바로 죽어야 하는 미래를 예견하는 영화가 바로 식코?
현재 정부는 건강보험과 관련한 종합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민영 의료보험 강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시절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건강보험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 완화 방침을 밝혔다가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지난달 29일 보건복지가족부는 '당연지정제를 유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산업화 정책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해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가진 질병 정보를 보험회사에 넘겨주는 방안 등 관련 정책들을 여전히 검토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체 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은 64%. 정부는 이 보장 비율을 낮추고 민간 의료보험이 보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지정제가 유지돼도 건강 보험의 보장성이 낮아 힘을 잃게 되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의료보험(이하 민영의보)은 국민의 건강증진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민영의보는 기업이 가입자를 제한해서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너무 말라도, 너무 뚱뚱해도 민영의보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이다. 운좋게 가입이 승인되었다 하더라도 지급을 거절당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실제로 식코에서도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20대 여성이 자궁경부암에 걸릴 수는 없다'며 지급을 거절하는 민간 보험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에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쉽게 보험료를 지급받기도 어렵다. 이 이야기도 식코에 그대로 나온다. '위암수술비 지급'을 요청했더니 예전에 스트레스로 '신경성 위염'을 앓았던 '과거의 질병사실'을 숨기고 가입했다며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후 전개될 시나리오는 뻔하다. 병원측은 이를 이용해 수가를 인상할 것이고, 가계의 의료비 지출은 엄청나게 늘어나 결국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는 것. '의료 민영화 천국' 미국은 이미 이것이 현실이다. 영화초반 엄청난 치료비 때문에 병원갈 것이 두려워 빨갛게 벌어진 무릎의 상처를 손수 꿰매는 남자가 나온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손가락 두개가 잘렸을 경우, 순전히 엄청난 치료비 때문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아픔을 보여준다. 결국 이 남자는 돈을 댈 수가 없어서 손가락 하나는 땅에 묻어버린 뒤, 기어코 눈물을 보이고 만다.
의료는 공공재이다. 의학지식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세월 쌓여온 인류의 공공자산이며, 그 안에는 교과서에 실린 천재들의 땀만이 아니라, 부족한 의학기술의 오류를 온몸으로 밝혀내며 죽어간 환자들의 피 또한 녹아 있다. 따라서 의료는 이윤추구를 위한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인류의 공공자산을 이용한 후속연구의 성과물을 지적재산권 운운하며 독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의료는 인간이 건강하게 살 권리의 기본조건이지, 이윤창출의 블루오션이 아니다. 우리가 식코를 봐야 하는 이유,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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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천 지역에서도 '식코 공동체 상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23일에는 전교조 주최로 인천계산여고에서 24일에는 공무원노조 주최로 화성시청대강당에서, 25일에는 안산 YMCA주최로 안산여성회관에서 공동체상영이 이뤄졌다. 5월 들어서도 지난 2일 부천, 7일 수원 등 두차례 상영됐다. 다음은 예정된 경기지역 식코 공동체 상영 일정. ▲14일 안양시청(안양 공무원노조 주최) ▲23~24일 파주 출판도시 내 보림출판사 1층 인형극장(진보신당 파주준비위원회 주최) ▲25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코오롱건설노조 주최) ▲6월10일 안양문예회관(군포 YMCA 주최) 문의:(02)778-0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