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혁(40), 그는 무명의 트로트가수다. 그러나 봉사만큼은 스타가수다.
수원 출신인 그는 고교때 통기타 하나 들고 고아원인 수원 경동원에서, 대학때는 오산의 사랑밭재활원에서, 2005년부터는 '사랑의 밥차'를 타고 전국을 돌며 꾸준한 봉사를 하고 있다. 유승혁이 동참하고 있는 '사랑의 밥차'는 장애우시설 등 소외 이웃을 찾는 무료급식 프로젝트. 영화배우 정준호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연예인 봉사단체로 국내는 물론 캄보디아, 히말라야에서의 해외봉사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스타도 아니고 4년째 봉사활동하는 것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저로 인해 한 분이라도 더 참여할 수 있으면 그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제가 가진 것이 별로 없어 노래와 몸으로 때우는 일 밖에 못하지만, 언젠가는 사랑의 밥차 한대를 꼭 운영하고 싶습니다." 그런 훈남(?)을 훈훈한 어느 봄날 오후에 만났다.

"음반 내고 성인가요 활동을 시작하면서 친한 매니저가 흘리듯 얘기를 하더군요. 예전부터 봉사의 즐거움을 알고 있었기에 두말할 것 없이 동참했습니다."

그는 '암연'의 고한우·'이별아닌 이별'의 이범학·'돌팔매'를 부른 오은주, 탤런트 이영범씨 등 동료 가수·연예인들과 홍종명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 등 일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주말마다 사랑의 밥차를 탄다.
"요청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대상지가 정해지면 아침 일찍 동료 연예인들과 직접 장을 보고 밥과 반찬을 만들어 배식은 물론, 자선공연도 한다. 지난 2005년엔 거리로 쫓겨날 판인 시흥시의 한 장애복지시설을 돕기 위해 연 2회, 3년에 걸쳐 팬사인회와 자선바자를 열어 모은 수익금으로 시설원 부지를 얻어주는 선행을 벌이기도 했다. "이제는 독거노인까지 수용하는 시설로 정착해 보람을 느낀다"는 유씨.

그는 또 기름유출사고지역인 태안에서는 49일간, 지난해 속초 물난리때는 제일 먼저 찾아가 3일간 무료급식 등 지금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어김없이 밥차 봉사에 나선다. 무명가수의 생활이 쉽지 않은데도 그는 밥차를 타기 위해 밤무대도 모두 끊었다고 했다.

대당 1억7천만원인 밥차는 현재 1호차 전라도, 2호차 경상도, 3호차 수도권 등 3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대당 하루 배식비만 평균 150만원 정도 소요된다.
한편 밥차는 선행프로젝트를 절단 장애우들과 함께 캄보디아 희망원정대와 네팔 히말라야 희망원정대 동반 등정 등 해외로 확대하고 있는 데 유씨는 2006년부터 캄보디아, 히말라야는 2007년부터 함께하고 있다.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이 / 높게 세운 꿈을 누를때 / 힘에 겨워 쓰러진 것에 / 나 일으키던 친구의 두손/ 마음속에 뭔가 모를 뜨거움으로 / 눈시울이 붉어지는 널 / 가슴속에 전해오던 너의 온기와 / 귀에 울려오던 너의 목소리 / 너라면 돼 너라면 돼 너는 / 이세상에 혼자 아냐~ /

 이 노래는 2007년 사랑의 밥차 주관으로 절단장애인들이 도전한 '1기 히말라야 희망원정대'를 위해 만든 가수 고한우씨의 곡이다. 절단 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꿈과 도정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노래 선물. 유씨는 올 3월 27일부터 4월 11일까지 15박 16일의 일정으로 히말라야 나야칸카봉(해발 5천846m)등정에 나섰던 2기 원정대에도 동참했다. 기상이변으로 정상 도전은 실패했지만 절단장애우들과 4천200m고지까지 무사히 등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는 또 2006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가진 '캄보디아 희망원정대' 원년멤버다.

캄보디아는 내전과 지뢰로 인해 절단 장애우들이 부지기수. 동남아지역중 지뢰 매설이 가장 많은 곳으로 정부는 현재 60%이상이 제거 되었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아직도 지뢰폭발로 인해 팔·다리를 잃는 장애우들이 계속 발생한다.

유씨는 지난해에도 절단장애인협회 추천 장애우들과 정준호 회장 등 동료연예인 30여명이 수도 프놈펜서 3~4시간 들어가는 오지마을을 방문해 우물을 파주고 마을회관과 집 2채를 지어주고 왔다. 오기 전 프놈펜 국립문화센터 야외공연장서 개최한 '희망나눔 콘서트'는 그에게 봉사활동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양팔을 잃은 서멋(6)군이 탈춤을 추듯 몸을 좌우로 흔들며 즐거워 하는 모습 등 수천명의 장애인과 가족들이 함께한 나눔콘서트. 마지막에는 동료 연예인들과 어울려 막춤 퍼레이드까지 펼칠 정도로 축제마당이 됐고 그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봉사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방문하는 캄보디아 봉사 실태를 보면 대부분 형식적이고 앙코르와트 등 관광목적으로 오는 단체들이 많습니다." "현지인들도 처음 우리가 방문했을때 그런 부류로 생각했나 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직접 우물을 파주고 집을 짓기위해 기둥을 세우고 망치질 하는 것을 보고는 진심을 느꼈는지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캄보디아 희망원정대는 2006년 사랑의 밥차를 기증하고 2007년에는 희망나눔센터를 설립해 1년에 한번씩 동양 최대인 그곳 의수족병원을 지원하고 한글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유씨는 올해도 캄보디아 훈센총리의 초청으로 의료진까지 동참한 100여명의 대규모 희망원정대에 포함돼 내달 24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땐 우선 이들 절단장애우들에게 구두닦는 기술과 뻥튀기 기계를 지원할 예정. 그러나 무작정 도움만 주는게 아니라 지원을 받은 사람에게는 수익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아 또 다른 장애우를 돕는 봉사의 도미노식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돋보이는 가수보다는 장애인·홀몸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빛과 소금처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또 멋진 외모만큼이나 따뜻하고 정감 있는 향기를 내뿜는 '글로벌 선행전도사=트로트 가수'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유씨는 현재 핵가족시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록 블루스에 국악을 가미한 '우리어메' 그리고 젊고 밝은 느낌의 대표곡 '하루에 열두번', '폭풍같은 사랑'의 싱글음반을 내고 열심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