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광진구 청사내 자연학습장에서 AI가 발병하면서 그 여파가 동물원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광진구청에 인접한 어린이대공원은 물론이고, 과천 서울대공원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했으며, 인천대공원은 어린이동물원을 잠정폐쇄조치하는 등 AI 불똥으로 동물원이 울상이다.

■ 동물원은 개점휴업(?) 중

서울지역 AI 발병에 직격탄을 맞은 건 동물원이다. 동물원 입장에서 5월 가정의 달은 그야 말로 대목이지만, AI가 발병된 5월 둘째주 이후 관람객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광진구청 인근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은 어린이날 연휴 동안 50여만명의 관람객이 찾았지만, 석가탄신일 연휴에는 10%수준으로 급감했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박모(41·수원시 권선구)씨는 "아이들 등살에 어린이대공원을 찾았지만, 왠지 AI로 인해 개운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오늘은 동물원은 가지 말고 놀이기구만 타자'고 달랬다"고 말했다.

과천 서울대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서울대공원은 석가탄신일 연휴 6만여명의 관람객이 들어 어린이날 연휴 대비 50%로 감소했다. 인천대공원의 경우는 지난 9일부터 닭·오리·칠면조 등 가금류 76마리와 조류 31종 136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어린이대공원을 아예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 가금류는 찬밥 신세
지난 5일 오후 7시. 어린이날을 맞아 7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린 과천서울대공원 내 동물병원 소각장에는 닭과 오리 등 공원내 모든 가금류들이 속속 모여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광진구청에서 기르던 꿩 2마리가 폐사했는데, 아마도 AI인 것 같다"는 연락을 받은 대공원 측이 17종 221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128종 1천17마리의 조류를 보유하던 서울대공원의 조류는 111종 796마리로 줄어들게 됐다.
대공원 관계자는 "가금류 살처분 검토 기준은 위험지역(동물원 반경 10㎞ 이내)에 AI가 발병했을 때지만, 관람객들의 안전과 희귀 조류의 보호 차원에서 살처분을 실시했다"며 "황새의 경우 한 마리에 2천만~3천만원을 호가하며 구입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 90종 700여마리를 보유한 용인 에버랜드도 가금류의 관리와 방역 강화 등 혹시 모를 AI 전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평택으로 고병원성 AI가 퍼진 지난달 15일부터 앵무새 등 조류 공연을 무기한으로 중단한 에버랜드는 오리퍼레이드 등 가금류의 공연까지 모두 중단했으며, 가금류의 관람객 접촉을 원천봉쇄했다.

■ AI에 대한 진실과 오해
AI란 조류인플루엔자(鳥類毒感, pathogenic avian influenza)의 약자로 닭과 오리, 칠면조와 같은 가금류와 야생 조류 등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주로 철새의 배설물이나 호흡기 분비물 등에 의해 전파되며, '고(高)병원성'으로 판명된 AI는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어 위험하다.
그렇다면 동물원의 조류는 사람에게 안전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물원의 조류로 인해 AI에 전염될 수 있는 확률은 없지는 않지만, 희박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고병원성 AI는 주로 조류나 조류의 대변에 직접 접촉했을 때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 "동물원의 경우 가금류와 조류 등이 철저히 분리돼 있고, 직접적인 접촉을 피한다면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도심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에 대한 AI 감염 확률도 가능성이 낮다. 비둘기는 일반적으로 AI에 저항성이 강하며 쉽게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둘기로 인해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도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러 모이를 준다든지 손으로 만지는 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게 의학계의 설명이다.
국립수의과학연구원 관계자는 "AI는 조류의 분비물을 직접 만지는 경우에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살아 있는 닭, 오리 등 가금류와 접촉하지 말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