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장구한 역사와 방대한 국토를 지닌 나라인만큼 풍부한 문화 유적과 빼어난 산수를 자랑한다. 중국은 최근 경제성장과 함께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될 올림픽 개막으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 정치, 경제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베이징은 8월8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3월 새로 문을 연 중국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입국하는 사람을 압도할 만한 최신 시설과 큰 규모는 대국다운 면모를 한몸에 느낄 수 있었다. 티베트 시위사태 이후 '중국과 세계의 통로'라 불리는 수도공항은 이미 공안이나 세관원이 배치돼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쯔진청이나 톈안먼 등 관광지에서는 공안이 현지인의 가방이나 짐 등을 직접 검문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관광지에는 밀려드는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쯔진청을 지나 베이징 외곽 순환도로를 지나다 보면 최첨단 과학기술을 총동원했다는 올림픽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개·폐막식이 열리는 주경기장과 수영경기장 등 10여개의 경기장과 참가 선수단과 대표단이 묵을 선수촌도 이곳에 있다. 베이징에만 31개 경기장이 집중돼 있는데 막바지 공사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막상 베이징 시내에서 올림픽 열기를 직접 느끼기는 힘들었다. 완리창청이며, 명나라 정릉, 티엔탄공원, 이허위안 등 유명 관광지 어디에도 올림픽과 관련된 홍보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고작 모자나 시계, 인형 등의 기념품을 파는 상점에서나 이곳이 올림픽 개최도시임을 실감케 한다.
톈안먼 광장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중국 국가박물관 정문에 올림픽 디데이(D-DAY)를 알리는 전광판 정도가 올림픽 개최가 임박했음을 알릴 뿐이다.
대신 거리에는 올림픽을 대비한 공사가 한창이다. 대형 건물이나 도로 확장 공사, 도시 재정비 등이 밤낮으로 이뤄지고 있다. 낡은 주택가는 아예 철거 작업이 진행중이거나 마무리된 상태로 그 흔적만이 남아있다. 새로운 건물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인 곳도 있어 과연 공사를 완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심지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명·청대 황궁인 '고궁' 자금성도 올림픽을 대비해 한창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생활에서의 느긋함과 여유를 즐기는 중국인들은 "문제없다"만을 외친다. 베이징의 한 시민은 "2~3개월 정도면 웬만한 건물하나는 지을 수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올림픽 전까지 공사를 완공하는데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발전하는 경제를 반영하듯 베이징 시민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인다. 출근시간대가 아닌 대낮과 밤에도 주요 기관이 몰려있는 쯔진청 인근이나 베이징의 명동이라 불리는 왕푸징 앞 도로는 꽉 막혀있다.
특히 왕푸징 거리는 중국 기업보다는 외국기업의 건물과 매장이 더 눈에 들어온다. 세계 각국의 의류와 전자제품 등 유명 브랜드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거리 양 옆으로는 거대하고 세련된 초고층 빌딩이 점령하고 있다. 이곳이 과연 중국땅인지, 아니면 유럽의 한 거리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우리나라의 롯데백화점도 올림픽 개막에 맞춰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거리 이곳 저곳에서는 익숙한 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성업중이다. KFC는 큰더지(肯德基), 스타벅스는 싱바커(星巴克), 피자헛은 삐성커(必勝客)라는 이름으로 고객을 맞고 있다. 항상 활기 넘치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이다.
눈에 띄는 휴대폰 등의 전자제품들도 삼성, 소니, 노키아 등 외국산으로 즐비하다. 거리를 달리는 차들도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도요타 등 고급 자동차가 많다. 더욱 놀랄만한 것은 우리나라의 뉴 EF쏘나타와 아반테XD가 베이징 택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외곽도로로 나가다보면 다국적 기업들의 빌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눈에 익숙한 LG그룹의 쌍둥이 빌딩도 높게 솟아있다.
베이징의 또하나의 명물인 짝퉁시장도 올림픽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의 짝퉁시장의 규모는 파악이 되고 있지 않지만 '세계 짝퉁의 창고'라 불릴만큼 짝퉁시장이 성행하고 있다. 가방에서 의류, 골프채, 전자제품, 신발 등 짝퉁도 그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아예 똑같이 만들어 내는 것과 부분적으로 변화를 주어 커버하는 것 등 헤아릴 수가 없다. 일단 부르는 가격에서 절반을 깎고 흥정을 시작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불문율'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에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는 있지만 한국,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여전히 베이징의 주요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올림픽 프리미엄으로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현지 주민들의 부담도 만만찮다고 한다.
2월에 폭설로 12년만에 물가가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최근에는 올림픽을 앞두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본격적으로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국인들이 즐긴다는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50% 정도 오르면서 물가 인상을 주도했다. 중국 외곽지역에서는 쌀 값도 폭등,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식료품 수급 불안감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베이징에서 9년째 살고 있는 조선족 김모(30·여)씨는 "베이징의 물가나 아파트 가격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에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신흥 재벌도 생겨나 이제 중국도 자본주의에 물들고 있다. 그러나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