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5월 마지막 날, 수원 만석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조선시대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무심코 지나쳐 온 만석공원내 일왕저수지가 200여년간 간직해온 역사적 의미는 물론 선조들이 이곳에서 벌인 각종 놀이문화와 축제를 가족과 함께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수원 장안구청은 30일과 31일 이틀간 만석공원에서 '제1회 장안구 만석거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 축제는 장안구가 조선농업 발전의 산실인 만석거와 교구정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옛날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주민 화합을 도모하기위해 마련했다.

구는 특히 30일 오후 7시 신임 관리가 서울을 출발, 임지의 경계에서 전임 관리에게 관인을 인수받는 의식인 '화성유수 교인식'과 대동굿을 현대적 의미에 맞게 꾸민 새로운 형태의 대동제를 재연했다.

그동안 특별한 지역 문화제나 축제가 없었던 상황에서 장안구는 이번 제1회 만석거 축제가 시민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민간 화합을 도모하는 만남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축제에는 경기도립리듬앙상블과 실버 페스티벌, 청소년과 어린이 재즈, 주민자치센터 동아리 발표, 대학생 응원 등 다양한 축하공연과 함께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현대적인 공연도 마련했다.

이밖에 수원화성운영재단이 주관하는 갑주(갑옷과 투구) 입어보기 코너와 주민자치센터와 보건소 등이 주관하는 한방 진료, 천연비누 만들기, 혁필(가죽붓) 가훈 써주기, 수지침 코너 등이 운영된다.

볼거리로는 수원문화원과 수원환경운동센터, 치매미술치료협회 등이 주관이 돼 50년대 이후 수원의 모습을 담은 옛사진전과 환경사진전, 치매예방그림 전시마당 등의 전시행사가 함께 열린다.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옛 추억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제기차기, 투호, 굴렁쇠 굴리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와 지게를 직접 메어보는 나무꾼 놀이체험, 물레방아 수차밟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마당도 있다.

박승근 장안구청장은 "조선 농업 발전의 산실로 정조대왕의 농업 정신이 깃든 일왕저수지에서 제1회 만석거 축제를 열게돼 기쁘다"며 "시민들이 역사적 의미도 되새기고 가족과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축제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또 "만석공원은 근대지향적인 혁신적 농업행정의 시발점인 만석거와 유서깊은 영화정이 자리잡은 역사적인 장소"라며 "이번 축제는 시민들이 장안구민으로서의 자긍심과 지역의 역사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만석거(萬石渠)?

수원 화성(華城) 최초의 인공 저수지다.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위치한 만석거는 저수량 37만7천, 면적 416㏊의 저수지로 '일왕저수지' 또는 '조기정 방죽'이라고도 불린다. 현재는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만석공원과 함께 주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만석거는 극심한 가뭄이 전국을 휩쓸 때인 1794년 (정조 18)에 축조가 결정돼 이듬해인 1795년 1월 공사를 시작, 같은해 5월 완공됐다.

축조 후 쌀을 1만석이나 더 생산했다고 해서 만석거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나 1936년 일형면과 의왕면이 합쳐져 일왕면이 되면서 지금의 일왕저수지로 불리고 있다.

만석거 축조 이후 연이어 발생한 가뭄에도 수원은 대풍(大豊)을 이뤘고 당시 이런 결과에 만족한 정조대왕은 "지금 만석거를 보면 제언이 축조되기 전까지는 황폐한 전답이었는데 저수지가 만들어진 이후 물줄기가 호탕하여 버려진 땅이 옥토가 되었다"고 좋아했을 정도였다.

특히 만석거에는 화성 유수(留守) 교체때 새로 부임하는 유수가 가져오는 거북도장 반쪽과 떠나는 관리의 거북도장 반쪽을 맞대 보고 임무를 교대하던 교구정(交龜亭)이 있어 수원 사람들은 지금도 만석거를 조기정(교구정의 음운변화) 방죽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 1996년 화성성역의궤를 토대로 복원된 교구정은 영화정이라는 또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여기에 누렇게 익은 벼가 황금물결을 이룬 만석거 주변 풍경을 '석거황운(石渠黃雲)'이라고 부르며 시민들은 수원 추 팔경(秋 八景)중 최고의 볼거리로 칭했다.

수원 추 팔경으로는, 흰비단을 펼친듯 물살 장쾌한 화홍문의 경관과 맑은 하늘 달 밝은 가을 밤의 용연, 저녁볕 찬란한 구암의 경치, 가을 사냥이 한창인 화서문 밖의 풍경, 활쏘기가 벌어진 동장대 정경, 국화꽃 벌여놓고 완상하는 미로 한정의 가을 풍경, 늦가을 화양루 눈구경 등 여덟 정경이 있다.

또 만석거 주변 국영 농장이었던 대유둔에서는 한해의 풍년과 지역민의 건강을 위한 대동제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동제는 예로부터 마을의 수호와 백성들의 번영을 위해 벌인 마을 축제로 서해안과 경기지방, 황해도 지방에서 발달했으며 마을주민들간 깊은 유대감을 심어주는데 일조한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