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회 바다그리기 대회'가 열린 지난 달 31일 참가자들로 월미도 문화의 거리가 가득 메워진 가운데 해경 소방정과 방제정들이 월미도 앞에서 해상 퍼레이드를 벌이며 어린이들에게 바다의 소중함을 전해 주고 있다.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사상 최대 바다오염 사고를 당한 충남 태안 앞바다의 아픔이 '제11회 바다그리기 대회' 화폭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사고 발생 6개월여가 지났지만 어린 학생들에겐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악몽'으로, 다시는 있어선 안 될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월미도 문화의 거리와 인천항 갑문관리사무소, 자유공원, 송도 LNG 인수기지 등 4곳에서 일제히 치러진 바다그리기 대회 참가 학생들은 모두가 '바다 사랑'의 마음을 도화지에 그려냈다.

태안에 봉사활동을 다녀 온 학생들은 그 아픈 현장의 생생한 기억을 색칠했고, 주위 사람이나 매스컴을 통해 참상을 전해 들은 학생들도 역시 바다의 소중함을 그림으로 일깨웠다.

이재준(가림초 6년)군은 검게 변한 바다 밑에서 신음하는 물고기들을 살리려 커다란 배(태안호)에서 푸른 바닷물을 뿜어 내는 모습을 그렸다.

이승주(부현동초 3년)양은 자원봉사자들이 시커멓게 기름범벅이 된 바닷가에서 기름을 닦아 내는 현장을 담았다. 자유공원에서 만난 이양은 "인천해양경찰서의 태안 현장 사진전시회를 보고 그림 주제를 정했다"면서 "다시는 바다를 오염시켜선 안 된다"고 했다.

'바다를 살리자'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기발했고, 그 의지는 굳셌다.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배를 '악당호'라고 큰 글씨로 이름 붙인 그림도 있었고, 각종 바다 쓰레기를 큰 그물로 걷어내는 모습을 담으면서 일일이 상품명까지 그대로 그린 학생도 있었다. 물고기의 등에 타고 바다를 여행하는 그림도, '서해안 기름 유출 오염'이란 제목 아래 "살려 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란 물고기의 아우성과 "물고기야 내가 도와줄게"란 자신의 생각을 대화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손지민(굴포초 1년)양의 도화지는 어두웠다. 바위는 시커멓게 칠했고, 물고기들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손양은 "작년 겨울 온 가족이 1주일 동안 태안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면서 "인천 친구들도 내가 본 것을 함께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손양은 태안의 오염 현장을 보고선 펑펑 울었단다.

중·고등부 대회가 펼쳐진 갑문에서도 태안의 아픔은 메아리쳤다.

강민지(부평디자인과학고 1년)양은 태안 자원봉사 모습을, 김예샘(북인천여중 2년)양은 신음하는 태안 앞바다를 각각 화폭에 담았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과 이들의 그림 그리기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은 내년 12회 행사에선 아픔을 털고 깨끗하게 변한 태안 앞바다가 도화지에 펼쳐지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