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현재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에 프로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축구의 경우 프로 리그가 출범한 지난 1983년부터 외국인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고, 야구는 이보다 10여년 늦은 1998년부터 외국인 선수들이 뛰기 시작했다. 농구와 배구도 축구와 같이 프로리그 출범과 동시에 외국인선수제도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프로 리그들이 앞 다퉈 외국인 선수들에게 국내 무대의 문호를 개방한 것은 한국 스포츠의 선수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선수들보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데려와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 주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이런 의도로 외국인선수 고용 제도를 프로 스포츠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무대에서 성공한 선수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에 프로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선수단과의 화합, 한국문화 등에 대한 빠른 적응과 성공을 돕기 위해 통역을 고용, 전문적인 관리를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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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SK와이번스 영어 통역 김현수씨가 외국인 마운드에 올라가 외국인 선수와 투수 코치의 의사 소통을 돕고 있다. |
프로 구단들이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을 고용하고 있지만 모든 구단이 통역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인천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의 경우 일본인 코치와 미국인 선수가 뛰고 있어 일본어와 영어 통역이 활동하고 있고, 프로농구 전자랜드 블랙슬래머의 경우 영어에 능숙한 직원을 고용해 업무를 전담시키고 있다. 프로배구 대한항공 점보스는 외국인 선수들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을지 가늠키 힘들어 정식직원으로 채용하지 않고 매년 계약된 선수가 사용하는 언어를 잘 구사하는 통역을 리그 운영 기간만 계약해 의사소통을 돕고 있다.
이에 반해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우 스트라이커 라돈치치와 보르코라는 특급 용병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을 전담 관리하는 통역을 두고 있지 않다. 라돈의 경우 한글을 쓰고 읽을 정도로 한국어에 익숙해 있고 구단 프런트와 장외룡 감독도 영어에 능통해 통역 고용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활동하는 통역들은 외국인 선수와 한국 선수들의 의사소통만을 담당할까? 정답은 '아니다'다.
통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외국인 선수의 의사소통과 한국 생활을 돕는 일이지만 일부 통역들은 외국인 선수 수급과 관련한 업무도 담당한다.
프로농구 전자랜드 블랙슬래머 한기윤(31) 국제업무 담당은 "통역의 주 역할은 한국 선수단과의 의사소통, 컨디션 체크, 외국인 선수가 요청하는 각종 데이터 제공 등을 비롯해 외국인 선수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개인적인 부분까지 챙겨 주고 있다"며 "이 외에 비시즌 중에는 전지훈련 준비, 외국인 선수를 고용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를 만들거나 스카우터와 출장을 다녀오는 일까지도 한다"고 말했다.
■ 외국인 선수와 통역
어느 프로스포츠나 외국인 선수들은 계약한 구단의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력이다. 그러나 한국 문화와 선수단 분위기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면 단체종목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프로스포츠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프로 리그가 수개월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은 한국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외로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 통역들은 마음 편히 한국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외국인 선수들에게 어떤 것들을 해 줄까?
선수와 함께 한국에 입국한 선수 가족들에게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면 같이 여행을 간다거나 쇼핑, 가족들의 생일 등을 챙겨 준다. 또 입이 까다로운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그들의 식성에 맞는 음식을 준비해 주기도 하고, 국내 선수와 코칭스태프와 관계를 좋게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조언을 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외국인 중심으로 생각하고 항상 배려해야 하기에 자존심 상하는 일이 발생할 때는 종종 당황하기도 한다.
SK 와이번스에서 일본인 코치의 통역을 맡고 있는 소영묵(38)씨는 "국내 선수와 외국인 코칭스태프, 그리고 외국인과 통역 간에 감정 오해가 생겨 난감할 때가 있다. 이런 일들로 인해 리그 중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리그가 끝나 그들이 돌아가고 나면 허전하고 외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통역사들의 하루는?
외국인선수 그림자 역할
통역들의 하루는 어떻게 지낼까?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선수 레이번을 담당하고 있는 김현수(37) 통역은 "눈을 뜨기 시작해서 잠들 때까지 외국인 선수의 하루 시간표를 똑같이 따라간다"고 말했다.
종목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프로야구 통역들은 보통 선수들이 훈련을 시작하는 시간부터 시작된다.
보통 오전 9시 정도에 당일 훈련과 경기에 관련된 자료를 정리해 외국인 선수의 숙소로 간다고 한다. 그리고 선수와 같이 훈련장에 도착해 훈련하는 동안 코칭스태프와 선수단과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훈련시간 내내 훈련장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전과 오후로 나뉜 훈련 중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시간을 내서 외국인 선수 통역 외에 할당된 업무를 챙기거나, 외국인 선수가 요청한 자료를 준비한다. 야간경기가 진행되기 전 팀 미팅과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선수들이 대기하는 벤치에서 코칭스태프의 작전을 전달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외국인 선수를 숙소에 데려다 주고 당일 경기에 대한 자료를 분석해 주거나 선수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준비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