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까지만 해도 기름값을 아껴주는 '효자' 역할을 했던 경유차들이 유가 고공행진과 정부의 유류와 관련된 세제 개편이 맞물려 경유가가 휘발유 가격을 초월함에 따라 이제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영업용이 아닌 일반 경유 차량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SUV 차종의 경우 스타일 및 활용성 면에서 선택하는 소비자만큼이나 휘발유보다 저렴한 경유가격이 선택하는데 중요한 결정 사항이 됐었다. 하지만 치솟는 경유값과 더불어 환경보전부담금 등 여타 비용의 압박으로 이제는 자연스레 경유차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이에 신차는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도 경유차는 이제 '똥차(?)' 신세를 면키 어렵게 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적게드는 LPG 차량과 더불어 최근 들어서는 CNG(천연가스) 차량으로의 개조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후회막심 '경유차'
회사원 박모(34·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씨는 올초 구입한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보면 한숨부터 흘러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출시한 2천㏄급 차량인 박씨의 차는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 영업직인 그에게는 차량주행거리도 많아 승차감보다는 활동성과 유류를 절감해 보자는 차원에서 경유차를 구입했지만 이제는 구입동기가 상실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 날아온 자동차세 고지서에 경유차에 물리는 환경개선부담금, 그리고 차량을 구입할 때 들었던 자동차보험료 등을 생각하면 울분이 터질 지경이다. 박씨는 "차량을 구입할 때 경유차가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기름값으로 3년만 타도 본전을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본전은 커녕 수백만원 손해만 봤다."

지난 2000년부터 경유를 사용하는 SUV를 애마로 삼고 있는 김모(36·화성시 동탄)씨도 요즘 중고차 갈아타기를 심각히 고려중에 있다. 10여년을 발이 돼 준 차이지만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는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중고차 시장에도 이같은 현실은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중고차매매 사이트 카즈(www.carz.co.kr)에 따르면 차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SUV와 RV 등 다목적 대형 경유차량은 평균 50만원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경차는 매물이 귀해질 정도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모닝 2008년식은 중고차 매물 품귀 현상과 신차출고 지연으로 인해 중고차 가격이 신차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진풍경이 시장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신차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기아자동차 인계영광대리점 양철민 실장은 "경차는 구매를 결정하고도 출고시까지 1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SUV 차량의 경우 구입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에너지 세제가 자동차 시장 판도를 바꾼다
경유차 판매가 주춤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 정부가 에너지 세제를 개편해 경유값을 휘발유값의 85%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다. 특히 지난달 30일 마침내 국내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뛰어넘으면서 경유차 판매도 급속히 줄기 시작했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펴낸 '승용차 연료 상대가격 변화의 파급효과'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휘발유보다 경유값이 많이 싸면 경유차가 많이 팔렸다. 그러나 휘발유와 경유값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경유 차량 판매가 준다는 것이다. 즉 연료별로 자가용 승용차의 판매가 달라지는 배경과 '에너지 세제개편'이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두 차례에 걸쳐 휘발유와 경유, 수송용 LPG의 상대가격 비율을 조정했다. 1차였던 2000년 7월에 휘발유:경유:수송용 LPG의 소비자 가격을 100:47:26 수준으로 조정했다. 그러자 2002년 전체 자가용 승용차 중에서 휘발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80.6%로 떨어졌다.

반면 경유차 비중은 11.4%로, LPG차 비중은 8%로 올라섰다. 90년대 후반만 해도 휘발유차는 90%가 넘었고, 경유차는 5%, LPG차는 2.5% 수준이었다. 2006년 말에는 격차가 더 좁혀져 휘발유차의 비중은 69.9%로 내려갔다. 경유와 LPG차의 비중은 각각 19.3%와 10.9%로 뛰었다. 하지만 2007년 7월에 마무리된 2차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다시 흐름이 바뀌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전체 승용차 내수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늘었다. 하지만 경유차인 쏘렌토(-35.8%), 렉스턴(-24.8%), 투싼(-13%), 윈스톰(-26.2%)의 판매는 크게 줄었다.

■ LPG, CNG 등 반사이익
멈추지 않는 유가 고공행진에 LPG 및 CNG 등 휘발유 및 경유를 사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료비가 드는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 LPG 차량은 중고차 시장과 신차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카렌스, 레조 등은 중고차 시장에 나오자마자 팔리고 있으며 이제는 매물도 드물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유지비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경유차를 시장에 내놓고 LPG 차량으로 교환하려는 분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LPG 차량과 함께 천연가스(CNG)를 사용할 수 있도록 천연가스 승용차(NGV)로 개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 시내버스 등에 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고유가를 타고 일반 차량 시장에도 등장한 것. CNG의 경우 ㎥당 700원선으로 휘발유에 비해 약 60%에 달하는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 가솔린과 CNG(Bi-Fuel) 또는 디젤과 CNG(Dual-Fuel) 등으로 겸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CNG 승용차 개조는 자동차관리법상 구조변경에 문제가 없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승용차 개조비용이 400만원에 달하는 데다 충전소도 현재 경기도내에 10여곳에 불과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